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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던 날들의 기록…그러나 진실이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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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던 날들의 기록…그러나 진실이 이 책에 있다"

[현장]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

"아이들이 수학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날이 금요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데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제목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회 속에서 아이들의 죽음이 존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가 29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렸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하 기록단)이 참사 직후부터 240여 일간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가족과 직접 만나 그들의 육성을 담은 책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한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가 29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기록단을 꾸리고 이 책을 펴기까지 과정을 총괄한 작가 김순천 씨는 책을 쓴 계기를 설명했다.

"그날 이후 동네 아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저희 아파트에서만 15명의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고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글을 써왔기 때문에 그 아픔을 글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기다림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에 유가족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던 것.

인터뷰에 응한 단원고 2학년 1반 고(故)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 씨는 "인터뷰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작가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제 딸은 다시 오지 않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다시 일어나면 안 되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인터뷰 시작하게 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인터뷰하는 과정도 고통이었지만, 책을 읽는 것 또한 고통이라고 했다.

"우리 창현이가 사춘기인 걸 이해를 못 했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담배 피우는 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얘기해줬을 텐데…. 창현이는 엄마랑 대치만 하다가 갔는데 다른 아이들은 어땠을까, 어떤 아이였을까 궁금하더라고요. 그렇게 다 읽었는데, 아팠던 그 날 현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4월 16일, 17일 지옥 같던 일들이 생생하게 다 기억나더라고요"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 ⓒ창비
2학년 5반 고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최순화 씨는 "책에는 외면할 수 없는 저희의 현실이 담겨있다"며 "국가가 숨기려 하는 현실을 책에서 확인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500여 명의 관객들, 사회를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유가족들의 덤덤한 소감이 이어질 때마다 조용히 눈물을 찍어냈다.

안산에 거주하는 시민 김기호 씨는 자신의 가슴을 울린 대목 한 구절을 소개했다.

'그래도 이 일을 겪고 남의 일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밀양이든 쌍용자동차든 사회문제가 됐던 것들. 나는 그들의 외침에 하나도 관심 없었는데…. (중략)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변한 게 별로 없고 1980년 광주도 결국 10년, 20년 가고. 이 일 역시 시간과의 싸움이 되겠고 또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이었어야 겠고. 외면도 있겠고…'(231페이지)

김 씨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 한창일 때 거리에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보통 시민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거리에 서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지금도 유가족이 오늘도 걷고 있는데 저도 마음으로나마 함께 걷고 있다"고 했다.

"금요일엔 세월호가 인양되기를"

유가족들은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오늘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유도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지난 2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안산-팽목항 릴레이 도보 행진은 바로 정부가 나서서 진실을 밝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관련 기사 : "세월호 유가족,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릴레이 도보행진 시작")

"최근 며칠 사이 저희 가족들은 매우 침울하고 우울했습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세금 도둑'이라고 하고, 선체 인양 팀 이름도 인양 티에프(TF)가 아니라 선체처리기술검토 티에프더군요. 인양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단 얘기지요. 현장이 세월호인데 아직 바닷속에 있어요. 유가족들이 아무 말 안 해도 먼저 인양을 하는 게 국가 아닌가요."

세월호 가족대책협의회를 대표해 나온 유가족, 2학년 4반 고 김동혁 학생의 어머니 김성실 씨는 "선체 인양이 급선무"라고 했다. 2학년 1반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 문종택 씨 역시 "금요일엔 세월호가 인양되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순천 작가는 "부모님들의 말씀은 거짓과 싸운 기록이기도 하다"며 "세월호 부모님과 참사와 시민 여러분이 다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가단과 유가족들의 대담에 이어 416합창단, 가수 이은미,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정민아 등의 공연이 어우러지며 분노와 위로가 뒤섞인 3시간의 북콘서트가 마무리됐다. 북콘서트는 이날 안산 일정을 시작으로 서울(2월 5일), 대구(2월 9일), 광주(2월 28일), 부산(3월 16일) 등 곳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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