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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눈치인생'에서 벗어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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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눈치인생'에서 벗어날 자격이 있다 [내 부모님께 진짜 카네이션을·끝] 한국의 노인들이여, 단결하라!
예로부터 노인은 항상 가난한 집단이었다. 하지만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인들이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유일한 시기가 도래했는데 바로 2차 대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복지국가시기다. 복지국가에서 노인들을 위한 공적연금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이제 유럽의 노인들은 가난이라는 오래된 고통에서 해방되어 '품위 있는 여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공적연금이 노인집단을 수 만 년을 내려온 빈곤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것이다.

65세 이상 현세대 한국 노인들은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불행한 집단이다. 이들은 1945년 이전에 태어났다. 지긋지긋하게 가난했던 일제 시대에 태어나 한국 근대사의 최고 비극인 한국전쟁을 몸으로 겪었다. 이들이 청장년이 된 1960년대 1970년대에는 아직도 가난의 고통인 보릿고개가 존재했었다. 그리고 산업화시기에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고향을 떠나 외지로 나와 엄청난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이 좀 부유해지면서 이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조금 맛보았으나 곧 준비하지 않은 은퇴가 닥쳐왔다. 준비하지 않은 은퇴의 대가는 가혹했다. 이들을 기다린 것은 '품위 있는 노후'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용돈 눈치를 보아야 하는 '눈치인생'이었다.

한국 노인들의 빈곤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년기와 청년기에 지긋지긋한 가난을 겪으면서 우리사회를 선진국의 문턱까지 끌어올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현세대 노인들에게 우리사회는 '품위 있는 노후'는 고사하고 왜 자식들의 눈치와 가난이라는 고통을 여전히 안겨주고 있는 것인가? 이들에게 '젊었을 때 돈 좀 모아두지' 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현세대 노인들은 대부분 농업사회에서 태어났고 이들이 한창 젊었을 때 늙으면 당연히 자식들이 챙겨줄 것이라고 믿었다. 노후준비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세대인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가난한 이유이다. 즉, 세상이 바뀌어 자식들이 안 챙겨주거나 못 챙겨주는 상황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연금이 너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극빈층의 노인들 약 60만 명에게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제외하면 현세대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기준으로 약 253만 명 정도가 받고 있는데 평균 연금액은 30만 원이 약간 넘는다. 기초노령연금은 약 360만 명에게 월 평균 9만 원 정도가 제공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국민연금이 6조1800만 원(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3조5000억 원 정도(2009년)로 대략 9조6000억 원정도다.

한국의 GDP를 1000조 원으로 잡으면 현세대 노인들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 총액은 GDP 대비 대략 1% 정도이다. 한국의 노인인구를 10%를 잡으면 대략 GDP의 1%를 노인들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어떨까?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5% 정도 되는 노인에게 GDP의 5%에서 14%까지 연금을 통해 소득을 배당해주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 노인들이 '품위 있는 노후'를 즐기는 이유이고 한국의 노인들이 여전히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한국의 노인들 중 그나마 국민연금이라도 받으면 '용돈'은 쓸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 수령자는 약 110만 명으로 44%에 불과하다. 즉 국민연금은 현세대의 노인들을 위한 제도이기 보다는 앞으로의 노인세대를 위한 제도이다. 현세대 노인들은 청춘을 바쳐 '조국 방위'와 '조국 근대화'에 헌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난과 자식 눈치보기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오래 전부터 현세대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력하게 나오기 시작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현세대 노인들에게 약간의 현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되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약 70%에게 평균 9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과 과거 여당인 민주당의 타협이 산물이었다. ⓒ프레시안(여정민)

현재 65세 이상 노인 약 70%에게 평균 9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과 과거 여당인 민주당의 타협이 산물이었다. 두 정당은 9만 원이 연금으로 칭하기에는 너무 적다는 것을 인식하고 점차 이 금액을 장기간에 걸쳐 2배 가까이 인상하기로 약속하고 법에 명문화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야당에서 여당으로 변신한 한나라당은 야당시절 그토록 강력하게 제기한 기초연금 도입 주장이 무색하게 연금액 인상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진 것이다. 민주당도 여당시절 약속한 기초노령연금액 인상에 대해 별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철저한 국민기만 행위인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액을 9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당장 2배 인상해도 총 비용은 약 7조 원, 즉 GDP의 0.7%에 불과하다. 10%의 노인인구에게 GDP의 1%도 배당하지 않고 어떻게 노인빈곤이 해소되겠는가? 노인에게 줄 돈이 없다고? 돈은 충분히 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GDP에 30% 달하는 300조 원에 육박하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나의 공적연금제도가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많이 쌓아 놓는 경우 여러 가지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금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2009년 약 24조 원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걷혔다. 이중에 3조-4조 원만 기초연금으로 쓰면 한국노인들의 빈곤을 크게 완화할 수 있고 기금의 규모도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당장 가난한 노인들을 두고 곳간에 금은보화를 쌓아두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이정도 풍요롭게 해준 현세대 노인들을 위해 3조-4조 원의 돈은 당연히 배당되어야 하며 이게 바로 연금제도의 본질인 세대간의 약속인 것이다. 한국의 노인들이여 단결하여 기초연금액 인상을 요구하라! 그대들은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과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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