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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방' <PD수첩>, 도대체 어떤 내용 담겼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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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방' <PD수첩>, 도대체 어떤 내용 담겼길래? 이명박 정부 '아킬레스건', 4대강 사업-대운하 연관성 건드려
17일 방송 예정이었던 문화방송(MBC)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김재철 사장의 지시로 논란 끝에 불방됐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국토해양부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예정대로 방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경영진의 결정으로 끝내 방송이 나가지 못한 것. MBC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을 '김재철 사장의 무리수'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일까?

불방된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과 대운하의 연관성을 다뤘다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MBC 경영진의 입장에서도 특히나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또한 방송 외적으로는 그간 이명박 정부에게 <PD수첩>이 '광우병 촛불'의 '주범'인데다, 최근 '스폰서 검사' 의혹, '민간인 사찰' 등의 보도로 정국을 뒤흔드는 파급력을 보여줬기에 이번엔 강력한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다.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도대체 무슨 내용이?

우선 방송의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7일 방영될 예정이었던 <PD수첩>에는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발표되고 이 사업이 소위 대운하의 '변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예고편이 사라진 <PD수첩> 누리집. ⓒMBC

2008년 12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14조 원을 투입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소규모의 자연형 보 4개를 설치하고, 강변 저류지 21곳을 조성하며, 홍수 예방을 위해 2억㎥를 준설한다는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발표한 기본 구상을 토대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09년 4월 27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중간 보고회'에서는 애초의 계획과 확연히 달라진 사업 계획이 발표됐다. 일단 예산이 14조 원에서 22조 원으로 늘어났다. 소규모 자연형 보 4개는 높이 10m를 훌쩍 넘는 대형 보 16개로 늘어났고, 준설량 역시 2억㎥에서 남산의 11배 크기인 5억7000만㎥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 준설을 통해, 낙동강의 경우 수심을 4~6m까지 확보한다는 계획 역시 발표됐다.

'수심 6m'. 4대강 전 구간에서 2m 수심을 유지한다던 애초의 계획을 훨씬 초과한 수치였다. 한반도 대운하의 수심 6.1m 보단 낮지만, 이 역시 선박의 운항이 가능하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까지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며 언론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배경에서 애초의 4대강 사업 계획안이 변경됐을까? <PD수첩>이 제기한 것은 바로 '청와대 개입설'이다.

"영포회 출신 '청와대 비밀팀', 4대강 사업 변경 개입"

<PD수첩>은 이날 방송을 통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대운하 사업으로 추진하는 뒷 배경에 청와대 관계자가 참여하는 '비밀팀'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들 비밀팀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는 '수심 6m 확보'안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내용을 폭로할 예정이었다. 청와대의 개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로 변모해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PD수첩>이 16일 방송에 앞서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4대강 사업의 기본 구상을 수립하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다. 이 팀에는 청와대 관계자 2명을 비롯, 국토해양부의 하천 관련 공무원이 소속돼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 비밀팀에 참여한 청와대 행정관이 이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과 영포회 회원이라는 것이다. <PD수첩>의 보도대로라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비선 라인'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구상에 개입한 것.

문제는 이 '비밀팀'이 구성된 시기가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이 나온 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이다. <PD수첩> 제작진은 "대운하를 포기한 지 수개월 밖에 안 된 상황에서, (비밀팀이) 운하와 너무 닮은 계획을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많다는 판단 하에 (애초의 4대강 사업안은) 소규모 안으로 결정됐으며, 수심 6m안은 추후 구체화한다는 복안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당시 이 모임 참석자와 논의 내용, 이후 소규모 계획이 운하와 닮은 대규모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변경된 경위를 상세히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불방된 17일 오후 신정수 MBC 노조 편제부위원장이 경영진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4대강 사업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08년 12월 16일 <한겨레> 역시 대운하 포기 선언 직후 해체된 '대운하추진사업단'의 국책연구원들과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한강홍수통제소에서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한 비밀 추진팀을 운영해온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이 신문은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어 "비밀추진팀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의 지휘를 받으며 거의 매일 청와대에 직보를 해 왔다. 오전에 자료를 만들면 오후에 대통령실이 검토해서 다시 지시를 내리는 일일 보고 체제였다"고 전했다. 또 "4대강 사업 프로젝트도 청와대와 교감했으며, 국토부에게는 결정된 정책을 통보하는 수준"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상 4대강 사업의 내용을 구성하고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자가 '청와대'였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수심 6m의 '진실'…리버크루즈→대운하 수순 밟기?

민주당 김진애 의원 역시 1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대운하 추진을 위한) 별도의 팀이 있었다는 얘기가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별도의 비선 조직이 만들어져서 실제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팀과 국토해양부에 상당히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가 돌았고, 그 부분에 대한 실체적인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담당했던 분이 영포회, 동지상고 라인이며, 그 분이 청와대에서 부산국토관리청으로 갔다가 지금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리버크루즈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친수구역특별법 등 굉장히 면밀한 시나리오 하에 진행되고 있다"며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시키는) 대운하가 아니더라도 '낙동강의 운하', '한강의 운하'를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를 만들고 그 사이 갑문을 만들어 연결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쉬운 일이다. 대통령도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했지만, 임기 이후에 해도 좋다는 말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PD수첩> 역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독일의 리버크루즈 운영 등의 해외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답사를 다녀온 사실을 밝히며 "독일 강의 갈수기 수심은 2~3m지만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을 통해 6~8m의 수심이 확보되기 때문에 배를 띄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해당 책임연구원의 발언을 공개했다.

국토부·김재철이 덮은 '수심 6m의 비밀'…방송은 덮었으나 의혹은 증폭돼

<PD수첩>의 이 같은 보도 내용이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지자, 국토해양부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17일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프로젝트가 하천, 댐, 환경 등 여러 분야의 업무를 종합한 방대한 규모여서 단일 과(課)에서 다루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2008년 11월 5일 장관의 결재를 받아 전담팀(TF)을 운영했을 뿐, 4대강 관련 '비밀팀'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보고서 작성을 위해 청와대 행정관이 1~2차례 TF 회의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균형위원회 보고는 개략적인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것으로 수심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 없"으며, "전담팀의 팀원 9명은 모두 국토해양부 수자원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됐다"는 것이 국토해양부의 주장이다.

국토해양부는 "수심을 포함한 기술적인 사항은 마스터플랜 용역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 수렴, 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화한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PD수첩> 제작진은 '비밀팀'의 참석자와 논의 내용, 비밀팀 구성 이후 4대강 사업 계획이 변경된 경위에 대한 내용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18일에도 트위터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이 전국민에 방송됐을 때의 피해는 회복하기 쉽겠느냐", "(제작진은) 4대강을 다룬 그 동안의 방송에서 균형을 유지해 왔나"는 식의 주장을 하면서 <PD수첩>에 대한 공격을 그치지 않고 있다. '4대강 비밀팀'에 대한 진위 여부는 방송이 불발되면서 현재까지는 미궁으로 남았지만, 국토해양부의 가처분 신청에 이어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빚은 김재철 사장까지 잇따라 방송에 제동을 걸면서, '수심 6m의 비밀'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PD수첩> 알레르기'

사실 이명박 정부와 <PD수첩>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권 이래 이명박 정부는 <PD수첩>에 거의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우병 촛불' 건으로 <PD수첩> 제작진들이 기소되기도 했고, '스폰서 검사' 편은 특검으로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민간인 사찰' 보도로 정국을 뒤흔들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이번 방송에서 역시 사전에 방송 금지 가처분까지 내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김재철 사장까지 무리수를 둬가며 직접 나선 점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특히 공중파 방송의 4대강 사업 관련 보도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던 때라, <PD수첩>의 이번 방송은 언론계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도 무시한 경영진의 불방 결정으로, <PD수첩> 4대강 편에 대한 '외압' 논란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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