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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ㆍ발길질, 소화기를 여성 머리에 집어던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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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ㆍ발길질, 소화기를 여성 머리에 집어던져도…" [기고] 명동 '마리' 벌어진 폭력 사태, 수수방관하는 경찰
8월 3일 새벽 다섯 시경 200여 명의 철거용역들이 강제철거에 맞서 농성 중인 명동 마리를 침탈했다. 11세대 세입자들과 연대하는 이들 합쳐 20여 명의 농성자들이 밖으로 질질 끌려나왔다. 소식을 듣고 명동을 찾았을 때는 한낮이었다.

인건비 탓인지 그 많던 용역들은 대부분 떠난 채 정예 용역들 30여 명만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11세대 세입자들과 연대하러 온 이들은 농성장 주변에서 서성여야 했다. 오후 7시가 넘어서면서 명동 마리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연대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어림잡아도 300여 명은 좋이 될 듯싶었다.

폭력사태를 야기한 대우건설을 성토하는 집회가 시작되었다. 몇 사람의 발언이 있었고, 작가들의 낭독이 있었고, 뮤지션들의 공연이 있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났을 때는 밤 10시 30분경이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미리 입을 맞춘 대로 '용역깡패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스크럼을 짰다. 그대로 명동 마리를 향해 밀고 들어가자 30여 명의 정예 용역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들은 스크럼 대열을 막기 위해 불불불 날뛰어댔다.

그러나 발악은 원래 구차한 법이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면서 그것들은 추하게 서서히 화장실 쪽으로 밀려났다. 밖으로 빠져나간 용역들 중 어떤 것들은 어디선가 소화기를 구해와 분이 풀릴 때까지 뿜어댔고, 빈 소화기를 한 여성의 머리 위로 집어던졌다. 덕분에 농성장 마리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고 땀 냄새, 절규, 욕설과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소화기로 머리통을 맞은 여성과 천식을 앓던 순 씨네 씨는 그 자리에서 119에 실려 갔다.

▲ 상의를 벗고 위협을 하고 있는 용역 직원. (용역 직원은 자신의 상의가 세입자 및 학생에게 벗겨졌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혈투장에서 싸우든 죽든 상관하지 않는 경찰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삼십 분쯤 지나서였다. 경비과장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연신 기침을 해댔다. 아수라장을 정리하겠구나, 안전을 위해 용역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하겠구나, 그런 멍청한 기대를 좀 했다. 그러나 경비과장은 고작 깡패용역들의 안전을 묻고, 연대하는 이들에게 몇 마디 훈계를 남긴 뒤 그냥 밖으로 나가는 거였다. 나가는 그를 붙잡고 따졌다.

"법원의 중재안에 따르면 적어도 8월 16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대우건설 측이 농성장을 침탈할 수 없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지금 농성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다. 당장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용역들을 끌어내라. 법을 어긴 건 명백히 대우건설이고 깡패용역들이다. 깡패용역들은 심지어 농성장을 초토화시켰다.

모든 개인용품을 박살냈고, 몇 백만 원이나 되는 음향장비 일체를 박살냈다. 용역들의 뼈보다 단단한 드럼을 박살냈고, 용역들의 어깨보다 넓은 스피커를 박살냈다. 용역들의 뱃살 허벅지살보다 수십 배 더 무거운 앰프까지 박살냈다. 심지어 용역들이 타고 온 승용차보다도 더욱 비싼 독일제 음향믹서까지 박살냈다. 이건 명명백백한 재물손괴다. 그런데도 경비과장은 왜 이 깡패용역들을 연행하는 대신 안부만 묻고 슬그머니 내빼려 하는가."

경비과장은 내빼는 게 아니라 잠깐 나갔다 올 거라고 했다. 그는 정말 잠시 후에 돌아왔다. 그런데 원 세상에. 30여 명의 의경을 끌고 와 농성장 마리 앞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마치 혈투장 주변만 지키겠다는 투였다. 농성장 안에선 독 오른 무법자 깡패용역들이 여전히 화장실 쪽에서 악을 쓰고 있고,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 쓴 채 우리는 그 용역들과 대치중이다. 혈투장 안에서 피터지게 싸우다가 죽든가 말든가는 우리 소관 아니다,

남대문경찰서는 전적으로 그런 투였다. 중재안에 못 박아놓은 8월 16일이 되기도 전에 폭력을 휘둘러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대우건설의 깡패용역들, 모든 개인용품과 모든 악기, 모든 장비를 박살낸 재물손괴범인 대우건설의 깡패용역들, 그것들을 끌어내지 않고 혈투장 밖에서 가지런히 줄 서 있는 경찰들, 정말 외람되지만 대우건설과 남대문경찰서가 뒷구멍에서 뭔가를 주고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깡패용역을 비호하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추악한 대우건설은 이미 합리성과 이성을 잃었기에 중구청과 남대문경찰서에 더러운 수작을 얼마든지 부리고도 남는다. 대우건설, 그것들은 처음부터 단추를 꿰어도 오지게 잘못 꿰었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주택사업기획팀의 현직 차장인 김OO을 감히 유령회사 명동도시환경사업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혀놓은 것부터 잘못이다.

나이 지긋한 퇴임 전무도 아닌 새파란 나이의 차장을 앉혀놓아 사사건건 폭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말이다. 8월 3일만 해도 그렇다. 연대하는 이들과 깡패용역들 사이에 심각한 폭력사태가 초래됐고, 또 진행 중인데도 대우건설의 현직 차장 김OO은 전혀 그것들을 철수시킬 의사가 없었다.

깡패용역들은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도 농성장 안에서 세입자들과 대치중이다. 뿐인가? 애초 명동3구역 세입자들을 몰아낼 때도 대우건설은 욕스럽게 했다. 개인이 건물을 매입한 것처럼 눈속임을 해서 세입자들을 단애절벽 아래로 무작정 굴려버린 것이다.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47조에 있는 보상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으려고 편법을 썼다는 얘기다. 47조에 따르면 영업보상 4개월, 시설투자비에 대한 보상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그냥 알몸으로 내쫓았다는 말이다. 이게 명동에서 1조5천억 규모의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는 대우건설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치를 떨 일이다.

그따위 대우건설을 비호하는 남대문경찰서이고 보니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남대문경찰서의 대문에 걸려 있는 표어가 무색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겠습니다.' 젠장, 국가와 국민? 적어도 서울의 그 많은 경찰서 중 가장 질 낮다고 정평이 나 있는 남대문경찰서는 당장 그 표어부터 바꿔야 한다. '대우건설과 깡패용역을 비호하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표어를 당장 그렇게 바꾸지 않는다면 체로키인디언의 말을 남대문경찰서에 던져주겠다. "그렇게 될 것은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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