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주민투표 무효되면 시장직 사퇴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 사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오 시장은 21일 서울시청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가 미달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33.3%가 미달하면 주민투표는 무효가 된다.

오 시장은 "오늘 시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8월 24일 치러질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사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몸과 마음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며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양심의 목소리를 끝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고 사퇴 선언 배경을 밝혔다.

이날 오 시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 가는 10여 분 동안 몇 차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또한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무릎을 꿇고 기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기는 모습도 보였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참고 있다. ⓒ연합뉴스

"당당하게 주민투표에 참여해달라"

오 시장은 "한 사회가 '참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독재와의 싸움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그 위험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복지포퓰리즘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고 또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그것이 민의라고 강변하며 투표불참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역사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아무리 험난해도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대한민국 복지 방향을 정립하지 않으면 우리 서울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유권자 여러분"이라며 "반드시 33.3% 투표율을 넘겨 시민 여러분의 엄중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가 임박해올수록, 선거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전 방위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국가와 지자체가 어떻게 복지를 펼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거라 믿는다"며 "24일 주민투표에서는 지지정당, 이데올로기를 모두 떠나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혀 달라"고 거듭 주민투표 참여를 부탁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수해로 서울시민 돌아가실 땐 울지도 않더니만…"

반면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오 시장의 시장직 주민투표 연계 발표를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희용 서울시의회 민주당 무상급식 주민투표 대책위원장은 "사실상 주민투표에서 불리한 상황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불리한 상황을 시장직이라는 걸 걸어서 돌파하려는 행위는 시민에 대하 배신행위이자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10여 명의 서울시민이 수해로 때문에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분이 자신이 추진해왔던 주민투표가 패배할 것으로 보이자 시장직을 걸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강희용 위원장은 "결국 서울시장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정치노름이 사실상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본색이 드러났다"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서울시장직을 걸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하지만 이번 선거의 본질이 오 시장 개인의 야심을 채우기 위한 것임이 드러났기에 투표운동 거부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정책 선거라는 취지에서 선거에 참여하려던 일부 시민은 오 시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실망해 사실상 투표거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사장직 사퇴 발표는 스스로 돌파구 찾기 위한 초강수

이날 오세훈 시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오 시장은 혜화동 성당을 찾은 뒤 한나라당 당 지도부와 전화통화를 통해 사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오 시장은 주민투표와 시장직 사퇴를 연계하는 문제를 20~21일에 걸쳐 한나라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시장직 사퇴에 강한 반대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이 '시장직 사퇴' 발표는 한나라 내부 지지가 부진한 데 따라 오 시장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초강수로 분석된다.

또한,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를 넘기지 못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시장직'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지지를 짜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18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부재자 신고 접수를 마치고 이날부터 19일까지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는 총 10만 2831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12월 현재 총 유권자 836만여 명 중 부재자 신고율 1.2%를 나타내는 것으로 최근 5년간 시행된 서울지역 주요 선거 투표결과 가장 낮은 참여율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