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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동반침몰한 한나라, '2차 쓰나미'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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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동반침몰한 한나라, '2차 쓰나미' 오나

오세훈 사퇴시기 초미 관심사…'당 지도부 책임론'엔 선긋기

한나라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완패'였다. '복지포퓰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비장하게 칼을 뽑아들었지만, 결국 오 시장과 한나라당 모두 스스로 만든 '낙동강 전선'에서 전사한 꼴이 됐다.

24일 열린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5.7%의 투표율로 무산됨에 따라 가장 '패닉' 상태가 된 곳은 한나라당이다. 이번 주민투표가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전초전으로 진행된 만큼, 당 지도부 역시 사활을 걸고 투표를 독려해 왔다.

홍준표 대표는 투표 마감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이긴 투표나 마찬가지"라고 공언했지만, 이는 사실상 홍 대표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해석일 뿐이다. 지도부가 앞장서 조직을 '풀 가동'했음에도 결과는 패배였고, 한나라당의 두 개의 대형 선거를 앞두고 담론에서도 '반(反)복지' 세력으로 몰리게 됐다.

▲ 서울시의 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24일 오후 8시, 홍준표 대표는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는 홍 대표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당장 '서울시장 사퇴'의 직격탄을 맞은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배를 가를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오 시장이 이번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고 나서면서, 새로 열릴 보궐선거를 놓고 한나라당의 고심이 큰 상태다. 당내에서도 '오세훈이 만든 판에 여야가 대리 공방한 꼴'이라는 자괴감이 존재하지만, 어찌됐든 오 시장의 사퇴 시기라는 커다란 숙제가 남은 셈이다.

'낙동강 전선'에서 전사한 오세훈, 언제 사퇴할까?

당장 눈길이 쏠리는 것은 오세훈 시장의 거취 문제다. 오 시장의 사퇴시기가 총선과 대선의 '예고편' 격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곧바로 사퇴한다면 당장 10월2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지만, 오 시장이 내달 30일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진다.

한나라당은 보궐선거는 반드시 내년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기세대로라면 10월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시장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도 "즉각 사퇴는 무책임하며, 서울시장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오 시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결단을 내릴 때마다 중앙당과의 상의없이 '벼랑 끝 전술'을 펴온 데다, 사퇴 시기를 미룬다면 야권의 공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이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오 시장 입장에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본인의 정치 행보에도 필수적인 것.

지도부는 사퇴시기를 당과 조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오 시장이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치적 생명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러나 오 시장이 2~3일 내 사퇴를 결단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물론 보수진영에서 오 시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두언 의원의 표현대로, '한나라 쿼바디스'를 방불케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당장 '승리'를 자임한 홍준표 대표도, "이번 투표가 사실상의 승리라면 언제 보궐선거를 치르더라도 자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오세훈에 끌려간 당 지도부…책임론 일까?

한나라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전당적 화두'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일 가능성도 있다.

당초 무상급식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주민투표는 서울시 한 지자체의 사안일 뿐"이라며 당 차원의 지원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고, 아예 남경필 최고위원은 후보자 시절부터 주민투표 중단을 요구해왔다. 오 시장의 마지막 '구세주'였던 박근혜 전 대표조차 "서울시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사실상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친이계로 분류되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오 시장에 대한 당의 '지원 사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을 계백장군으로 만들 작정이냐"며 당의 미온적 지원을 책망하던 나 최고위원이 결과적으로 오 시장과 함께 당마저 계백장군으로 만든 셈이 됐다. 정작 나 최고위원은 원희룡·권영세 의원 등과 함께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애초 주민투표에 회의적이었던 홍준표 대표의 경우, 청와대의 지원 요구까지 나오면서 결국 주민투표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홍 대표 입장에서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일각에선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궐선거에서마저 시장직을 야당에 빼앗긴다면 홍 대표는 더욱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섣부르게 책임론을 말할 순 없다는 것이 당내 공통적인 의견이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계파의 문제나 지도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오세훈 시장에 의해 시작된 오세훈 시장의 투표였다"며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거는 것부터 서울지역 의원들과 최소한의 상의도 없었는데, 결국 대표까지 반대한 것을 혼자 결정한 것 아닌가. (당은) 오 시장의 행보에 끌려간 것일 뿐"이라고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다른 친박계 인사도 "이번 주민투표를 친이계 쪽에서 적극 지원한 건 사실이지만, 책임의 80~90%는 오 시장 개인에게 있다고 본다"면서 "오 시장의 독단적 행보에서 시작된 것이니 섣불리 당내 책임론을 따질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보궐선거가 이뤄진다 해도, 한나라당이 '압도적 패배'만 않는다면 출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10월 선거에선 야당의 승리가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이번 한나라당의 패배로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반드시 '주민투표의 연장선'이 되리란 법도 없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0월에 선거를 한다고 해도 민주당에 꼭 유리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한명숙 후보가 패배한 것으로 볼 때, 한나라당이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내고 보수층이 똘똘 뭉치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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