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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사퇴', 서울시 "그래도 무상급식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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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사퇴', 서울시 "그래도 무상급식은 안 돼" 오세훈 "1년간 과잉 복지와 고통스러운 싸움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시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중구 시청 별관에서 이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무상급식 예산 집행 거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나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책임을 다 하겠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215만 시민이 투표장을 찾아줬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는 그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투표에 모아준 민의의 씨앗을 꽃피우지 못한 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5년간 서울시정을 이끌면서 지금껏 걸어온 정치인으로서 일생 중 가장 역동적이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시민이 재선의 영광을 줬지만 안타깝게도 임기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날 오 시장은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약 10분 간 읽은 뒤 질문은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회견문을 읽는 도중에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고 임기를 끝마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죄송하다'고 머리를 90도로 숙이기도 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지난 1년간 과잉복지와 고통스런 싸움 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퇴를 밝히면서도 그간 자신이 진행한 정책과 입장이 옳았음을 역설했다. 특히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옳았음을 굽히지 않았다. 오 시장은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운다"며 "유권자가 이를 막지 않는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선심성 복지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사장은 "증세와 미래세대의 빚 또는 그 둘을 책임지게 될 최대의 희생자는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시민, 바로 나'가 될 것"이라며 "이 점을 경고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과잉복지와 그토록 고통스러운 싸움을 전개해 왔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라며 그 재정의 피해는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진행해온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일명 '토목' 사업의 재평가도 부탁했다. 오 시장은 "21세기 도시 흥망은 '아름다움'으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시행정으로 폄하하는 한 서울은 초일류도시, 품격 있는 세계 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삶의 휴식공간을 늘려가고 다듬는 일을 토목건축이란 이름으로 깎아내린다면 서울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다"며 "우리 서울이 아름다운 품격을 갖춘 존경받는 세계도시, 어려운 분이 먼저 배려 받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길 갈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여당과 충분한 조율 있었다"

오 시장이 이날 사퇴서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다. 서울시의회 의장이 이를 수리하면 서울시장직은 이날 자정부터 정지된다. 서울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정무부시장과 정무조정실장, 대변인, 시민소통특보 등 정무라인 인사는 같이 사퇴한다.

오 시장이 사퇴하면서 10월 26일 재보궐 선거로 새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서울시 행정은 권영규 행정1부시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사퇴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여당 내에서는 말이 많았다. 그간 한나라당에서는 9월 국정감사가 끝난 뒤 사퇴를 할 것을 오 시장에게 요구해왔다. 9월 이전에 사퇴할 경우 10월 재보선 선거에 서울시장 선거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판단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를 거부하고 이날 사퇴를 발표한 것.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끝까지 조율하기 위해 애썼다"며 "그 결과, 국정감사 이후 사퇴하기 보단 즉각 사퇴하는 게 국민에게 도리라는 여론이 모아졌다. 당과 충분한 조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24일 주민투표 패배가 확정된 직후부터 25일 아침까지 한나라당 수뇌부와 사퇴시기를 수차례 논의해왔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서울시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주민투표 과정에서 10월초에 사퇴하겠다고 당과 청와대에 약속해 놓고, 이제 독단적으로 사퇴를 하려고 한다"며 "당보다 개인의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당인과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사퇴하지만 무상급식은 못하겠다?

한편,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만 서울시의 무상급식 예산 집행 거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종현 대변인은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두고 "이번 주민투표는 정책에 대한 투표였다"며 "무상급식 문제는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안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대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투표함을 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투표 결과는 (초등학교 1~4학년만 실시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현행 무상급식을 유지하라는 뜻"이라며 "개표를 하고 '소득 구분 없는 전면 무상급식 실시'라는 2안으로 결정됐어야 서울시가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무상급식 지원 조례 무효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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