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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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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시민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늘린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⑥]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해야
지난 1월 경남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이치우 어르신은 원자력발전소의 숨겨진 문제, 에너지 부정의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주로 해안에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서울과 경기도 등 에너지 소비 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홍보된 것과 달리 원전은 경제적이거나 효율적인 발전 방식도 아닌데다, 원전과 송전탑이 건설되는 주민들의 고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대용량 발전'을 고집하는 이상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같은 전기를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굳이 동시대의 시민들과 미래 세대에 피해를 주는 원자력 발전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원전의 대안은 있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은 어느덧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언제 대안을 선택할까. <편집자>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1>"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2>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3>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4>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5> '에너지 된장 국가' 한국, 대기업만 배불려
"한국에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 충분히 가능"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의장을 맡고 있는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독일은 프랑스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입해다 쓰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바이거 교수는 "독일의 경우 최근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많은 전력이 창출되어 오히려 프랑스로 에너지를 수출했다"면서 "프랑스처럼 전력을 주로 원전을 통해 충당하다보면 날이 갑자기 추워지는 등 전력 수요가 올라갔을 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략 원전 3개 분량의 에너지를 수출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2011년 100만 개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독일은 전체 전력의 19.9%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성과를 냈다. 바이거 교수가 말한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은 원자력 발전보다 재생에너지가 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효율적인 발전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2010년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2.61%에 그친다. 독일 뿐 아니라 OECD 국가의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이 15.3%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비중이다. 특히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가운데서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은 미미하고 74.9%가 폐기물에서 얻는 전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2009년 재생가능 에너자 잠재량 자료에서 국내 기술 잠재량이 석유로 환산했을 때 17억5000만톤이나 보존되어 있다고 밝혔다. 반면 2008년 이후 현재 생산량은 잠재량의 0.09%에 불과한 154만여 톤이다.

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최근 부지와 건축물 현황, 기술과 경제 조건 등을 보수적으로 고려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보급 잠재량은 2030년까지 한국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인 39GW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에 더해 영광, 부안지역에는 2019년까지 영광, 부안지역2500MW급 해상 풍력 단지도 건설된다.

이에 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망은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 정부는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서 최종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5년 4.3%, 2020년 5.9%, 2030년 11.3%로 정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2024년까지 48.5%로 잡는 등 크게 높여놨다.

시민들이 만드는 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성공적'이라고 꼽히는 이유는 특히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태양광 발전소가 100만 개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에는 다수의 시민들이 출자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다. 가령 독일 남서부의 징엔시 프라드리이뷜러 고등학교 옥상에 설치한 18kW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는 시민 94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여기사 나오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발전하고 그 수익을 94명의 시민이 20년간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 독일의 4대 생태 전기 공급회사 중 하나인 쇠나우전기회사도 1986년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거부하는 시민들이 주도해 창립한 곳으로, 현재 1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연간 매출액 3800만 유로(570억 원)의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600명의 회원이 참여한 협동조합 소유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로 40년 간에 걸친 꾸준한 반핵 저항운동과 다양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언론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적극적인 시민운동의 결과로 수십 년에 걸쳐 원자력 반대운동이 이어져 왔고, 이에 더해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반대 여론이 더 확산됐다"며 "이에 더해 언론이 원자력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독일 빌트폴드스리드 에너지 마을, 주민수 2500명의 이 마을은 작은 수력발전소와 태양열 시스템, 태양광 발전시설, 5개의 풍력발전기 등으로 마을 수요의 25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도 독일 국민의 1인당 평균 배출량의 절반 정도만 배출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확산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2월 에너지대안포럼이 연 토론회에서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은 "현재 독일에는 200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환경 분야에 있으며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관련 산업은 경기 하향 추세에도 성장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가율은 35%에 달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업체인 마이어 솔라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안 폰 그로퍼 사장은 "약 13만 개의 일자리가 태양광 부문에서 창출됐고, 특히 설치와 사전 서비스에는 외부 인력이 아니라 현지 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모토를 내걸고 들어오지만, 실제로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원자력 발전과는 대조적인 효과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비슷한 효과가 기대된다.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나리오대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비용은 원전을 확대하는 정부 안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이 가져올 고용 확대 효과는 정부 안보다 1.26~1.47배 높을 것"고 전망했다.

"시민들의 자체 생산 전기가 더 저렴하도록"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2000년 시행된 재생에너지법의 역할이 컸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독일은 정부가 법과 제도에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업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후베르트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법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공급을 의무화해, 만약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통한 전력이 충분히 생산됐다면 원전 공급은 잠시 차단하고 보류하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가 공공의 전력보다 더 저렴하도록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바이거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며 "재생에너지의 발전차액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키로와트당 3.5센트 식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나누어 부담하도록 해 국가 재정 상황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독일의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뼈대는 크게 두가지다. 일단 전기를 송전하는 배전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는 20년 간 같은 가격에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또 송배전망에 연결하는 비용을 배전업자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발전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업자들이 망에 연결하는 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굳이 의무할당제로 전환한 까닭은? "통제하기 쉬워서"

한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정부가 재생에너지으로 생산된 전기를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2002년 도입됐으나 올해 폐지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의무할당제는 발전업자들이 생산하는 전기의 일정 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도록 의무하는 정책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였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할당해왔는데, 정부 예상보다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늘어나자 '재원 고갈'을 이유로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한국에서도 태양광발전소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6년 태양광발전소의 총용량은 31MWp에서 2008년 10배 이상인 352MWp로 늘어났다. 이 사이에 시민발전소, 마을 에너지 사업, 시민출자형 태양광 협동조합 등의 자발적인 에너지 전환 운동도 일어났지만, 전라도 신안의 동양태양광발전단지처럼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도 건설됐다.

한국에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이필렬 방통대 교수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법이 가져온 주요 성과 중 하나는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향상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태양광발전소가 지붕이 아닌 산과 들이 대형으로 건설되면서 환경파괴적이고, 대형 자본 중심의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환경파괴적 조력 발전이 재생에너지?

문제는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한 의무할당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박진희 교수는 "의무할당제도는 발전회사에 재생에너지 할당량을 주고 '달성하라'고 하는 식"이라며 "관료 입장에서는 목표량이 정해져 있으니 관리가 쉽지만 발전업자들은 정해진 양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대용량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현재 각 발전소의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보면 대부분 조력 발전"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은 서산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단체 등은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진 서해안 갯벌에 가로림만을 건설하는 것은 생태계 훼손과 주민 생존권 파괴 등 문제점이 많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천만, 강화도, 천수만, 새만금 등에서 조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적 가치를 살린다는 재생에너지 활성화법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박진희 교수는 "정부에서 의무할당제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환경파괴적인 조력발전에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의 3분의 1, 5분의 1의 가치만 인정하는 등의 가중치 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의무할당제는 대용량 발전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는 제도이고, 사업자들 역시 환경파괴적인 대규모 발전에만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는 '반시장적'이라며 발전차액지원제도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의 몇몇 주의 경우 의무할당제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소형 발전업자들에게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식으로 두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할당제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발전차액지원 역시 전기요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서울의 경우 전력 자급률이 3%도 채 안되는데 만약 각 아파트마다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식의 자급률이 늘어나면 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독과점에서 탈피하게 되고, 한 지역이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부정의(不正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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