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장외 투쟁 보름을 넘긴 민주당 얘기다.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거리로 나섰지만, 꼬일대로 꼬인 정국은 도통 풀리지 않고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 집회 참석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원내에서의 '싸움'은 족족 패배하는 모양새다.
많은 이들이 민주당의 '전략 부재'를 비판한다. "지도부가 두 개"라는 말이 당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위기 국면에서의 리더십 부재 상태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한 목소리로 민주당의 '상상력 부재'를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프레임'에 움츠러들지 말고, 의제를 선도적으로 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현장에선 시종일관 민주당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이 이어졌다. (☞)
이날 특별 게스트는 '아이엠피터'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시사블로거 임병도 씨였다. 정치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그는 조목조목 민주당의 '무능'을 비판했다.
▲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16일로 보름을 넘겼다.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거리로 나섰지만, 꼬일대로 꼬인 정국은 도통 풀리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당, 이제 그만 좀 맞고 다니자!"
이날의 이야기는 보름을 넘긴 민주당의 장외 투쟁부터 시작됐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장외 투쟁보단 국정원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제대로 이끌 수 있느냐에 관심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불쌍해서 봐주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하도 얻어 터지니까, 너무 맞고 다니니까 봐주는 것이다." (아이엠피터)
민주당이 '맞고 다니는 이유'를 물었다.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당의 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략가들이 명멸해온 과정만 봐도, 훌륭한 전략가들은 매번 당 밖으로 내쳐졌다. 매번 이미지 정치, 영입 정치하다가 전략가를 못 챙긴 면도 있다." (김윤철 교수)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집권을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이제 좀 필요하다. 1997년이나 2002년 모델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이제 좀 다른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인데, 상상력이 고갈돼 있다. 2017년 준비가 잘 되고 있을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헛발질이 시작됐다. 그 점에 있어선 문재인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철희 소장)
'아이엠피터'는 문재인 의원의 빠른 '복귀'를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은 욕을 먹더라도 이제 나와야 한다. 대선 불복으로 비춰질까봐 마음 졸이고 계신 것 같은데, 정치인은 어떤 면에선 강경하게 앞서가야 국민들도 따라오지 않겠나. 문 의원이 (NLL 정국에서) 글을 쓰면 당내에서도 욕 먹고, 침묵해도 욕 먹는다. 어떻게 보면 뭘 해도 욕 먹는 상황이다. 본인은 답답하더라도 이왕 욕 먹을 거라면 강하게 하나는 밀고 나가야 한다"(아이엠피터)
반면 이철희 소장은 더 비판적이었다. 문 의원의 복귀 여부를 떠나, 이제는 '노무현의 길'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문 의원이) 나오는 게 능사인지는 모르겠다. 노무현 노선을 따른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정치인은 나올 수 없다. 문재인 의원이 '다른 길'을 대선 때 보여줬어야 했는데, 48%의 지지율을 얻은 것에만 만족한 것 같다. 그 점을 굉장히 냉소적으로 본다. 새로운 대안을 못 만들어 내니 (계속 '노무현의 길'을) 울궈먹는 것이다. 좋아서 그러는 점도 있지만, 무능해서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철희 소장)
"'대선 불복론' 억지…민주, 與 프레임 갇히지 말고 프레임 주도해야"
새누리당이 설정한 '대선 불복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 불복론은 완전히 억지다. 설득력 없는 프레임이고, 왜곡된 프레임이다.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국정원 선거 개입을) 문제제기 한다고 해서 대선 불복이라고 보지 않는다. 촛불 집회에서 일부 시민들이 '박근혜 아웃(out)'을 외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 문제고, 누구든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왜 불복론인지 모르겠다." (이철희 소장)
민주당이 '예능적인 말 장난'에 집중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의제를 선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랐다.
"요즘 '남해박사'(남재준 해임 박근혜 사과),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등 신조어들을 많이 쓰는데,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싸구려 예능의 언어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통령 집무실에 전직 대통령의 연설을 자주 틀어놓는다고 한다. 민주당이 말 장난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정치위인들의 연설을 좀 보고,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 (김윤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민주당, 이제 제발 그만 얻어터졌으면!"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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