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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베', 두산의 억압 정치가 만든 '기형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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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베', 두산의 억압 정치가 만든 '기형 커뮤니티' [기자의 눈] 중앙대 커뮤니티 '중앙인' 논란…청소 노동자에겐 아물지 않을 생채기
"청소노동자가 명예가 있었나?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직접고용하면 나중에는 청소노동자가 교직원 대우 받으려고 합니다. 절대로 직접고용은 안됩니다. 능력껏 사세요. 북한으로 가던가."

"내가 파업하는 사람이라면 파업하더라도 질질 끌지는 않는다. 싫다는데도 계속 애원하면 있던 호감도 다 사라질 듯. 노동자들이라서 머리가 안 좋나. 왜 이런 걸 생각 못 하고 무대뽀로 들이대기만 하지?

중앙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청소' 일을 하는 고령의 노동자들에겐 '명예' 같은 것은 없다는 노골적인 비하가 돋보인다. 노동자들은 요구해 본 적도 없는 '직접 고용'이 느닷없이 거론되는가 하면, '능력껏 살라', '질질 끌지 말라' 등의 당찬 훈수마저 등장한다.

이 외에도 청소노동자들이 '역겹다', '떼쓴다' 등 극단적인 인식 공격성 글을 '중앙인'에선 쉽게 찾을 수 있다. 보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하는 시퍼런 비수들로 10년 혹은 20년 이상 중앙대를 쓸고 닦아 온 노동자들에겐 쉬이 아물지 않을 생채기가 생겼다. 이 커뮤니티,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 올라온 한 글.

'중베'로 전락한 중앙대 커뮤니티

중앙대 학생과 동문, 교직원만 작성 및 열람 가능한 이 커뮤니티는 그래서 최근 '중베'라는 별칭을 얻었다. 중앙대와 일베(일간베스트)를 합성한 단어다.

혐오와 비하를 뒷받침하는 나름의 '논리'들도 있다. 종합컨대, '비싼 등록금의 대가로 받아야 하는 좋은 교육 서비스를 청소 노동자가 파업으로 방해하고 있다'거나, '청소 노동자 파업으로 중앙대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는 식이다.

앞서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수많은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벌였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미국 유명 대학들에선 선거철만 됐다하면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번갈아 지지 대회를 벌이고 대자보 등을 붙인다.

그러나 그 때문에 해당 대학들의 브랜드 가치나 평가 순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청소 노동자 파업이 중앙대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대학 서열화와 취업난이 만든 '조급증'에 불과하다.

왜 역으로는 질문을 던져볼 수 없을까. 그 비싼 등록금을 요구한 대학은 어째서 학업에 그토록 중요하다는 청소 서비스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만을 지급하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이라는 시장 논리 때문인가. 그렇다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인 교직원 급여는? 총장의 급여는?

▲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대자보 한 장에 100만 원이랑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중앙대를 풍자한 대자보.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

'통합'을 빙자한 '억압' 정치

그러나 '중앙인'에선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가 상당히 어렵다. 툭하면 '이용 정지'라는 제재가 이루어지는 편향되고 독선적인 커뮤니티 운영 방식 때문이다.

몇 가지 '이용 정지' 사례들을 들추어 보자. 중앙대 재학생 ㄱ 씨는 지난 3일, 중앙대가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대자보 한 장에 100만 원, 구호 한 번에 100만 원이란 영업 방해 가처분신청을 한 것은 "협박용"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다음날 이 학교 행정지원처장은 ㄱ 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명예훼손과 모욕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썼고, 이후 ㄱ 씨는 바로 그 상응하는 조치로 커뮤니티 '6개월 이용 정지'를 당했다.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가 이용 정지를 당한 학생도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를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가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다르지 않은 괴뢰 정부다"라고 썼다가 "보편적인 생각이 아니"라며 1년 이용 정지를 당한 ㄴ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두산 재단이 주도하는 학교 발전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던 동문과, 게시판에서 이 학교 홍보실장과 언쟁을 벌였던 한 학생도 이용 정지를 당했다. 앞서 소개한 인신 공격성 글들은 생존했지만, 학교 (또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와 관련, 중앙대는 "특정 집단을 대변하거나 광고하는 행위 등은 운영자의 권한으로 제한할 수 있다"며 "학내 갈등을 유발하며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 표현, 주장 등이 있다면 자유로운 토론으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커뮤니티 운영 수칙을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청소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글은 "특정 집단을 대변하거나 광고하며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로 낙인 찍히는 한편, 중앙대 홍보실과 행정지원처는 "학교의 정상적인 업무가 큰 지장을 받고 대외적인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는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와 같은 '공지' 글을 수시로 게시해 한쪽의 논리를 공급 및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학교 행정 부서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모두 독점했으며 이에 더해 언론까지 장악한 형국이다.

'두산'의 학교 운영 방식과 무관한가

▲ 2011년 중앙대에서 학과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중징계를 받은 학생이 중앙대의 강경 조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이러한 중앙대 커뮤니티는, 이 학교에 지난 2008년 입성한 '두산'의 학교 운영 철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9년 중앙대는 "두산그룹을 영입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대학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학문 단위 재편성"을 실시하겠다며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와 40개 학과(부)로 재편하는 구조조정 안을 발표했다.

일부 학생들이 이를 '대학 기업화'라고 비판하며 시위를 벌이자 학교는 퇴학과 무기정학이란 중징계와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등 상상을 초월하는 소송전으로 맞섰다. 이때도 중앙대의 논리는 해당 학생들이 '중앙대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당선된 총학생회를 상대로 중앙대가 '당선 무효'를 선언했던 일도 논란을 불렀다. 2012년 중앙대는 "재단전입금 미납금(80억 원)과 학교 예결산액 차액(470억) 문제를 해결해 등록금을 낮추겠다"고 선언한 경기 안성캠퍼스 후보군이 당선되자, "허위 사실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유신시대 때나 등장할 법한 '선거지도위원회'란 것을 열고 '당선 무효'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중앙대는 비슷한 시기,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기준삼아 중앙대보다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대학 출신의 대학원생에게만 석사 과정 성적 장학금을 주겠다고 밝혀, 대학 서열화 조장 논란에까지 불을 지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묻는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 노동자에게 대자보 한 장에 100만 원이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학교의 입장과는 다른 학생들의 주장은 '명예 훼손'이자 '특정 집단 대변' 글로 치부하는 이 대학.

그리고 그 안에서 청소 노동자들을 떼나 쓰는 무식한 노동자들로 비하하며 "능력껏 살으라"고 훈수 두는 학생들. 이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은 결국 두산 그룹의 박용성 이사장이 아니겠느냐는. 그리고 그런 박용성의 철학으로 키워진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를 나가서 '노동자'로 살아가며 과연 '안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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