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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아시아의 불확실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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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아시아의 불확실성들 샌프란시스코 체제: 미-일-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 <8>
2000년대 이후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자신들의 핵심 국익이 달린 지역에 대한 미국 군사력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항모 격침용 탄도미사일 개발 등 ‘비대칭적 전력’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발흥해 대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중국의 ‘지역접근 저지 전략“을 무력화사키기 위해 ’공해전(Air-Sea Batlle)‘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나아가 갈수록 소진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일본의 적극적인 안보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2010년대의 동아시아 지역은 미·일 대 중국의 군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편집자>

▲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에서 한 대원이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랴오닝호는 지난해 11월 26일 취역 후 처음으로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AP=연합뉴스

3. 현재의 불확실성들

1972년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한-이와 함께 베트남전쟁이 마무리 돼가면서-이후 근 40년간 아태지역에서는 누구도 도전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의 전략적 우위가 유지돼 왔다. 워싱턴이 베이징 공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해준 대가로 중국은 미·일 안보동맹에 대한 비판을 포기했고,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비판하거나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소련에 대한 미·중 공통의 적대감이 미·중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미·일 안보조약이 유지되는 한 일본은 아태지역의 군사강국으로 떠오르려 하거나 떠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도 유지됐다. 이러한 암묵적 동의를 통해 중국 지도부는 아태지역에서의 미국과의 압도적 힘의 불균형을 받아들였다. 최소한 중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기 전에는 그럴 작정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적 번영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1978년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시작된 중국의 개혁은 매년 10% 정도의 경제번영을 가져왔다. 2008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 정부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이자 세계 최대의 채권국가가 됐다. 2년 후에는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해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나아가 앞으로 20년 후쯤이면, 즉 2030년을 전후해서 중국의 GDP가 미국마저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초래한 결과 중 하나는 중국과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 아시아 이웃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및 유럽연합(EU) 간에도 상호의존이 증대했다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세계 최대의 교역국가이자 해외 직접 투자의 최대 수혜국이다. 앞으로 곧 중국은 수출과 수입 양측면에서 일본과의 최대 교역 파트너가 될 것이며, 미국 수출품의 최대 수입시장이자 제2위의 교역파트너(1위는 유럽연합)가 될 것이다. 중국의 세계 경제에의 통합은 앞으로 국가 간 평화로운 관계의 건전한 기반이 될 수 있고 또 될 것임을 보여주는 이해관계의 수렴현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이해관계의 공유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번영과 함께 중국이 세계 열강으로서의 지위를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40여 년 전 (미·중, 일·중 국교 회복에 따라) 확립된 기존 국가 간의 존재방식을 전복하려 하는 동시에 군사적 현상유지에 도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많은 부정적 유산들이 불길한 방식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영토분쟁이나 역사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 가속화라는 방식으로도 대두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상황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태평양지역에서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계획의 수위를 한층 높이는 것이었다.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중국이 직면해야 할 엄청난 국내적 과제들을 감안하면, 중국의 군사력 전환이 지향하는 목표는 미국과의 전략적 대등함은 아니다. 이는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그보다는 중국 연안에 대한 미 군사력의 투사를 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 확보가 중국의 주된 목표이다. 헨리 키신저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에 의한 군사적 봉쇄라는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 만큼의 군사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 전문 용어로 이는 중국이 ‘접근 저지/지역 방어: anti-access/area denial, A2/AD)’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지칭된다. 중국의 최대 전략 관심 지역인 서해, 동중국해, 그리고 남중국해에 대한 미 군사력의 투사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선을 ’제1도련‘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지역 방어 전략의 핵심은, 예컨대 미국이 양안 간의 분쟁에 개입해 대만해협에 미 군사력을 파견하려 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국 군사력이 급속하게 강화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중국의 경제력 증대나 민족주의 강화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적 혁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소련이 붕괴된 1991년 무렵부터 시작된 디지털 기술 혁명과 이에 따른 혁신적인 초정밀무기의 개발로 전쟁의 양상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이른바 비대칭전력에는 광범위한 무기들이 포함돼 있다. 핵탄두는 물론이고 ‘항공모함 격침용’ 대함 탄도미사일(동펑 21D)을 비롯해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 미사일, 장거리 순항 미사일, ‘제4세대’ 전투기 및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쳉두 J-20), 미사일 탑재 잠수함과 전함 폭격기, 당장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원양 항공모함의 건조, 광섬유 통제 관리 센터, 첨단 레이저 및 레이더 시스템, 위성 첩보 시스템, 위성 요격 및 사이버 전력 등등. 만일 미·중 군사갈등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괌이나 오키나와의(아마도 카데나 미 공군기지) 미군 기지들에 대해 미사일 공격 등을 감행할 것이다.

(중국처럼) 뒤늦게 하이테크 전쟁의 대열에 합류한 국가가 위와 같은 군사력 현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처럼 이제까지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당연시해왔던 국가들이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중국의 발흥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수사적으로는 냉전 초기를 연상시킨다. 물론 그 수사에 반공주의는 더 이상 포함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것은 가치, 이해관계, 아젠다의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 수렴된다기보다는 적대적이라는 기본전제이다.

2012년 한 해만 보더라도 미국에서는 “중국 위협” 새로운 “중국과의 냉전” 곧 다가올 “아시아 지배를 위한 투쟁” “중국 봉쇄” 등의 제목을 가진 책과 기사들이 흘러넘쳤다. 이들은 이전 냉전 세대들의 지정학적 지혜들을 오늘에 되살리고 있다. 보다 냉정한 평론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만연한 “중국 때리기 현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때리기’는 1970~80년대 일본이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신화화됐을 때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일본 때리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둘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점은 없다. 일본 때리기는 오로지 경제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발흥은 순식간에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발흥이 일시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의 발흥은 미국에도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도전이다. 태평양지역 자체에서 미국 아닌 다른 나라가 힘을 발산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이런 선례가 없었다.

미국의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떠오르는 A2/AD(접근 저지/지역 방어: anti-access/area denial)”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공해전(Air-Sea Battle: ASB) 개념이 널리 유포돼 있다. ASB는 지난 2009년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이 처음 공식 언명한 개념으로 상대방의 “비대칭적 전력”을 격파하기 위해 공중, 해상, 우주 및 사이버공간 전력의 통합을 추구한다.

2011년 8월에는 미 국방부 내에 공해전 담당 부서(ASBO)가 신설됐으며, 이후 공해전 개념을 설명하는 많은 공식 발표가 있었다. “공해전이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통합적이며 (중국 내륙에 있는 목표물을 겨냥한) 심층 타격력을 통해 A2/AD의 위협을 교란, 파괴, 굴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그 요체이다. 또 다른 공식문서는 공해전의 목표를 “미국 및 동맹국의 공중-해상-우주 공간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미국 관리들은 공해전이 특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아직 초보적 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15년 전 미국이 중국을 주적으로(다음으로는 이란) 설정해 놓고 벌인 모의 전쟁 게임에서 공해전 개념이 시작됐다. 이 전쟁 시나리오는 중국의 A2/AD 능력을 교란, 파괴, 굴복시키기 위해 중국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중국군의 정보수집 시스템 및 미사일방어망을 파괴한 후 “공중 및 해상으로부터 대규모 공격”을 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해전에 의한 힘의 투사에 대해 미국의 일부 전략가들은 비용과 위험 부담, 아시아 내 미군 기지에 미치는 영향 등의 측면에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논쟁은 육군, 해군, 공군 등 각 군 간의 영역 싸움이라는 측면도 있고, 기존 전략과 공해전 개념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2012년 미국은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중동지역에 배치했던 B-1, B-52 장거리 폭격기 및 고고도 정보수집 무인기를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전략 개념들은 공개 자료로 일반에 널리 유포돼 있으며, 미국이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의 실패 이후 “아시아로의 회귀” “아태지역의 재균형”을 공식 천명하면서 이와 함께 언급되고 있다. “회귀(pivot)"라는 말은 2011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사용됐고, 같은 달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포린 어페어>에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을 기고했다. 당시 이들의 공세적인 발언과 글은, (아태지역에서) 보다 덜 대결적이며 보다 균형 잡힌 다국간 권력 분점을 지향하자는 일각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미국 헤게모니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태평양 지역으로의 회귀는 두 개의 차원에서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하나는 공해전 개념에 구현된 대로 최첨단 무기 및 기술을 최적화해 미국의 합동군사작전에 적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전략적 통합성을 높이는 것이다. (아태 지역의) 모든 당사국들이 겉으로는 1970년대 시작된 중국과의 협력 및 상호의존의 정신을 복원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내재된 대결적이며 위계 질서적인 측면이 여전히 이 지역 권력관계의 변화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중국과의 점증하는 갈등으로 말미암아 샌프란시스코 체제에서 비롯된 기존 안보정책의 두 기둥이 새로운 방향으로 심화되고 있다. 하나는 미 군사력의 보호 아래 점진적인 군사화를 가속화 한다는 것이다. 1998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일본은 일련의 정책 결정을 내렸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다단계 미사일방어망을 최우선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무기 해외 수출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고, 우주의 군사 이용에 관한 규제를 철폐했다) 이와 함께 2004년 발표된 “국방계획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010년 12월 개정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 일본은 미 핵우산의 보호 아래 방어와 억지를 추구한다는 평화적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세력 전이가 일어나고 있으며...미국 영향력의 상대적 변화를 주목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당장 일본에 대한 외부 침략의 위협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갈등과 대결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목해야 할 “회색 지대”로는 한반도, 대만해협, 그리고 중국의 “광범위하고도 급속한 군사력 현대화”와 중국 연안 해상에서의 해상활동 증가 등을 꼽았다. 결론적으로 2004년과 2010년의 국방계획은 일본 안보계획의 초점을 기존의 소련에 대한 냉전적 경계에서 한반도, 중국, 그리고 남쪽 해역 및 섬들에 대한 경계로 옮긴 것이다. 또한 미국 및 중국이 계획하고 있는 첨단 군사 기술의 개발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2010년 국방계획에서 드러난 혁신적인 개념은 “급변사태에 즉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동적 방위력”의 구축이라는 것이다. 역동적 방위력은 기존의 보다 정적인 “기본적 방위력”을 대체해 “군사 기술 및 정보 능력 분야에서의 첨단 기술에 의해 보강돼...기동성, 유연성, 지속성, 그리고 전방위적 대응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러한 군사 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급변사태 대응이나 합동 훈련과 작전, (우주 및 사이버 공간까지를 포함한 영역에서의) 정보수집, 특히 탄도미사일 방어에 역점을 둔 “기술 협력”의 분야 등에서 미국과의 안보동맹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일본이 “역동적 방위력”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군사 태세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국방계획이 발표되고 1년 가까이 지난 2011년 11월, 일본 정부는 무기 수출에 관한 제한을 완화한다고 선언했다. 일본의 무기 수출 규제는 1967년 처음 제정됐고 1976년에는 “어떤 국가에도 무기 수출을 금한다”는 전반적 규제로 개정됐다. 2011년의 무기 수출 제한 완화로 일본의 잠수함이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 수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가 (미국 주도에 의한) 이 지역의 전략적 통합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9월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두 번째 미사일 요격용 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이 레이더 시스템이 북한의 핵도발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자국에 대한 새로운 봉쇄 시도라고 비판했다. 2012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첨단의 미사일 방어망을” 갖게 됐다면서 이 미사일 방어망이 “다른 국가들에도 수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중국 봉쇄를 목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도입된 지 60년, 이제 중국 봉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고 훨씬 복잡하며 모순에 가득 찬 체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번역 : 이승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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