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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총리'는 '김기춘 실장' 앞에서 당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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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총리'는 '김기춘 실장' 앞에서 당당할까 [편집국에서] '세월호 참사', 김기춘은 책임 없나?
대학 동기들은 그가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저녁마다 친구들과 어울렸고, 당구도 곧잘 쳤다. 신입생 시절 “시험 삼아 본” 사법시험 1차에 덜컥 합격하고, 2년 뒤엔 최종 합격했다. 그리고 바로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안대희 총리 내정자 이야기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머리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안 내정자보다 한 수 위인 사람이 있다.

“머리 좋기로 빠지지 않을 안대희 전 대법관(검찰 출신)은 ‘나는 김기춘에 비하면 발바닥’이라며 그의 아이큐는 170대일 것이라 말한 바 있다.” (2013년 12월 28일자 <한겨레>)

‘아이큐 170’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대희 총리 내정자 가운데 누가 더 똑똑한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분명한 건, 안 내정자가 김기춘 실장의 능력을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는 점이다. 또 안 내정자와 김 실장이 모두 검찰 출신이며, 검찰은 상명하복 문화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1960년, 안 내정자는 1975년에 각각 고시에 합격했다. 김 실장이 검찰총장일 때, 안 내정자는 서울지검 검사였다.

‘안대희 총리’는 과연 ‘김기춘 실장’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안 내정자 지명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법조인 중용’이라는 해석이 흔하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진짜 걱정스런 대목은 따로 있다. 김기춘 실장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 가운데서 총리를 골랐다는 점이다.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번 총리 교체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실장이 질 책임은 없다는 건가. 정홍원 총리는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해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인지한 시점을 "(4월 16일 오전) 10시 전후"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도록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이 책임이 없다는 건가. 또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흔하게 나왔던 지적이 ‘컨트롤 타워 부재’였다. 국가적 재난에서 누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이 작다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심지어 김 실장을 견제하기 힘든 인물, 김 실장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 가운데서 총리를 골랐다. 이쯤 되면, 이번 총리 교체의 핵심 취지는 ‘김기춘 실장 재신임’에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책을 지휘해야 할 ‘컨트롤 타워’, 김기춘 실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컨트롤 타워 부재’를 탓했던 그간의 논의도 부질없어 진다.

정말 궁금해진다.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 그날 대통령은 왜 울었던 걸까.

▲ 안대희 총리 지명자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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