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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습게 아는 새누리당과 한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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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습게 아는 새누리당과 한상률 [편집국에서]허울뿐인 '개혁공천' '상향식 공천'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 교수가 쓴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대중적인 심리학 저서는 우리가 많은 착각을 하고 산다는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런 취지의 대목도 있다.

"국회의원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다. 공천권을 실제로 누가 쥐고 있는지 살펴서 그들에게 충성한다. 제정신을 가지고 초선 의원이 된 사람들도 정작 정치판에 들어가 망가지는 이유도 국민에게 봉사하면 공천 탈락이 그 대가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보다 당에 충성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사실상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고 '개혁 공천' '상향식 공천'을 여야 할 것 없이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국민에게 봉사할 인물들이 공천되는 것일까?

역대급 규모라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공천작업을 보면 그들이 내세운 '개혁공천' '상향식 공천'이 허울뿐인 공천시스템인 것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상률 공천 파문'이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표적 세무조사 및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7·30 재보선 공천 후보자에 포함시켰다 .

김태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은 7일 이에 반발해 공천관리위원직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충남 서산·태안 공천 후보자 3배수 안에 과거 여러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던 사람을 후보자로 선정하려 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충남 보령·서천이 지역구인 김태흠 의원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해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성완종 전 의원의 동생인 성일종 (주)엔바이오컨스 대표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권력형 비리 연루자의 공천'에 대한 반발이지만 김태흠 의원이 정말 '개혁 공천'을 원해서 그런 건지는 의문이다.

▲각종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후보자에 포함내 당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한 전 청장이 2011년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5년 전부터 복귀 준비, 소름끼쳐"

어쨌든 '죄질'을 보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논란의 중심인 것은 사실이다. 한 전 청장은 지난 4월 대법원으로부터 '그림 로비' 의혹과 고문료 수수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한 청장은 법적으로 기소된 혐의보다 훨씬 더 중대한 '정치적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부동산 자료를 은폐해주고, 이런 공으로 노무현 정부 때 국세청장에 임명됐어도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유임이 됐고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세무조사'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메가톤급 권력형 비리'의 중심에 서있다.

공천은 정치적인 작업이다. 법적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권력형 비리 혐의'에 대해 정치적으로 무죄판결이 난 것도 아닌데, '법적으로 무죄판결이 났기 때문에 공천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운 새누리당은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여론조사'는 형식이다. 서산·태안 공천 후보자 3명은 20% 정도의 지지율로 누가 우세하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도토리 키재기 식 여론조사'에서는 먹고 살기 바쁜 지역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전체적인 무관심 속에서 조직적인 기반이 있거나 오랫동안 텃밭을 갈아온 후보들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

한상률 씨가 공천 후보자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국세청 내부에서는 공개적으로 말을 꺼리고 있지만, "국세청 후배들의 입장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세청장 '불명예 3연속 사퇴'의 정점을 찍으며 2009년 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가 또다시 국세청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는 분위기다. 한상률 씨가 청장에서 물러난 직후 그를 만난 측근들은 이런 얘기를 전했다.

당시에도 한 전 청장은 "내가 아니면 '국가 개조'를 위해 나서서 그 과업을 수행할 만한 사람이 없다면서 복귀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새로운 화두로 꺼낼 들 것으로 예견하고 5년전부터 '화려한 귀환'을 위해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 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세간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과 어떤 인연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하고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지난 5년간 꾸준히 알려왔다. 그 성실성은 탄복할 만하다. 하지만 그를 가까이 접해본 사람들은 "그 집요함에 소름이 끼친다"고 말한다.

한상률 전 청장의 행보를 보면 자신을 '지고지순한 절대 능력자'처럼 여기는 것 같다. 그것은 아무래도 착각일 것 같다. 하지만 5년 뒤에 '국가개조'의 적임자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화려하게 국회의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이를 관철해낸다면, 그는 국민을 우습게 봐도 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간파한 '제정신'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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