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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vs. 남한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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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vs. 남한 인권 [기고] 대북 전단 살포와 정부 대응자세 변화의 함의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국민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관적 자세를 취해 온 정부가 최근 법원과 국회 외통위 등에서 조차 비판적 판결과 결의안을 내놓자 마지못해 입장을 바꾸는 모양새다.  
  
통일부 관계자가 15일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 온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대표를 만나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늦게나마 다행이나 여론의 압박으로 수세에 몰려 마지못해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돌아보건대, 필자가 이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우선, 정부가 그 동안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해 온 것은 북한인권을 위해 남한인권을 희생시키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다름 아니었다. 인권을 사람에 비유하면 주인(남한인권)이 손님(북한인권)에 안방 내주고 툇마루에 걸터앉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통일부)가 말해 온 기본권만 해도 그렇다. 헌법상 이익형량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에도 위계가 있다.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국가와 정부의 최우선적 보호가치로 ‘상위기본권’이고 ‘표현의 자유’는 하위기본권에 해당한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제3조)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국제법상 북한은 별개의 나라이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는데 유엔은 독립된 주권국가만이 가입자격이 있다. 홍콩이나 대만, 또는 미국의 주정부(예, 뉴욕주)가 자체 헌법과 대법원을 갖고 있어도 유엔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얘기한다면 남의 나라 인권보호 운동하는 와중에 자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인 생명과 재산권이 침해받아도 괜찮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긴장을 먹고 사고는 집단’이다. 북한이 그토록 신성시하는 김정은‘최고존엄’을 훼손하는 삐라를 살포해서 남북관계를 극도의 긴장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과연 이 시기에 온당한 일인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때마침 미국은 영화 <인터뷰> 상영과 관련한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발단으로 하원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발의하는 등 북.미관계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015년은 남북분단 70년, 광복 70년의, 정치사적으로 의미심장한 해인데 연초부터 대북전단 살포문제로 남북관계 마저도  대치국면이 가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거시적인 안목에서 세계 인류문화사를 조응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 정치사에서 근대 국민국가의 생성은 30년 종교전쟁(1618〜48)을 치른 후 체결된 베스팔렌조약(1648년)이 출발점이다. 독일은 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당시 유럽 열강의 주전장(싸움터)이 돼 피폐해진 독일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등장, 독일통일의 위업을 완수(1871년)할 때까지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아 산업혁명의 수혜도 뒤늦게 받게 된다. 요컨대, 1, 2차 세계대전은 후발주자인 독일이 선진 제국주의 세력(영국, 프랑스 등)과의 패권경쟁을 시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한반도를 위요한 동북아의 국제안보 정세가 100여년 전의 유럽과 유사하게 지역 열강들의 세력투사의 장으로 변모해 간다는 것이다(북.중, 북.일, 일.러, 일.중관계가 모두 복합적으로 꼬여 있는 상황).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 4반세기가 되어가는 데도 남북한간의 냉전은 아직 종식될 기미가 없이 분단 70년을 맞았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과 우크라이나사태에 따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급락,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능성 등 세계경제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정부가 출범 3년째를 맞았으나 인사난맥상 등 정국불안정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특유의 창조경제에 공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엄혹한 국내외 정세를 고려할 때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이끈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이 50여년 전 퇴임연설에서 경고한 ‘군산복합체’의 폐해로, 전쟁의 유혹이 머리를 들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가정이지만 만일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한반도가 주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는 다시 ‘석기시대’(Stone age)로 되돌아가 갈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속담에 ‘꼬리가 개(몸통)를 흔든다’(the tail wags the dog)는 말이 있다.  실제 유럽 전쟁사에 나오는 이야기로 작은 나라가 개전의 빌미(casus belli)를 제공, 큰 나라가 자의반 타의반 개입한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지역에서 벌어진 19세기의 크림전쟁(Crimean War, 1853〜56)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동북아의 화약고 한반도가 다시 한 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우리 세대는 한민족 후대에 천추의 한을 남기는 일이 될 것 인바 이제 분단 70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만이라도 해빙의 물꼬를 터야 할 때라는 것을 위정자들이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작은 출발이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입장의 변화가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 보다 유연한 전략적 사고의 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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