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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그때 왜 은밀히 인도에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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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그때 왜 은밀히 인도에 갔을까 [프레시안 books] 김승재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
21세기 들어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나 현존하는 국가 중 북한은 여전히 장막으로 둘러쳐진 비밀스럽고 폐쇄된 사회다. 그래서 접근도 어렵고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선인, 2015년 4월 펴냄)에서는 저자 김승재 기자가 장막에 가려진 북한 사회의 실체를 냉정하게 그려내고자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북한 내부가 아닌 북중 접경 지역에서였지만, 이 책에는 김정은 체제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자료와 사실들이 많이 담겨 있다.

저자가 2010년 베이징 특파원으로 파견되어 3년간 중국에 머물렀던 기간은 북한의 정권이 세습되는 격동의 시기였다. 그리고 남북 관계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3차 핵실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터졌다. 장막으로 둘러쳐진 북한에 대한 정보가 '설'들로 난무하던 시기, 김승재 기자는 '팩트(fact)'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취재원)을 통해 신뢰도 있는 북한 정보를 찾아내기도 하고, 찾아낸 정보는 집요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기자라는 저자의 직업 근성이 이 책을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을 통틀어 중심이 되는 '키워드(key word)'는 김정은과 북한 경제이다. 확대하면, 현 김정은 체제를 구성하는 북한의 파워엘리트 구성과 북중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북중 간 경제 교류의 실상이다. 또한 이를 풀어쓰면 김정은 체제의 중심 과업은 체제 안정과 구축, 그리고 경제 발전이 된다.

북한은 2010년 9월 30일 김정은의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스위스 베른에서 귀국한 2002년부터 2006년 12월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군사학을 공부한 것도 승계의 절차였다면 이미 약 10년 전부터(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권력 승계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2006년 말 후계자로 내정된 후 2007년 10월 14일 김정은은 인도에서 외부 세계에 포착된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흰 티셔츠 차림의 20대 초반의 젊은이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이후 장성택을 위시한 위협 세력들을 제거한 30대 김정은은 중국이 믿었던 장성택의 개혁·개방을 대체하는 자신의 '신경제'로 권력 안정과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 책이 끝나가는 동안 독자들은 김정은 체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지하게 된다.

저자는 북한을 좌나 우로 해석하지 않고 사실만을 치열하게 검증하려고 애를 썼다. 허황되고 과장된 북한 뉴스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덤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을 접한 독자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자신만의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다. 저자의 것이 아닌 독자 자신이 자기 나름의 판단과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프레시안 북스 지난 호 바로 가기]

사실 위주로 북한을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눈에 들어오는 책

ⓒ선인
이 책에서 언급되는 몇 가지 사실 중 지금까지도 사실 확인이 안 되는 것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핵잠수함 보유 사실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실체가 사실로 밝혀지기까지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사람들 중 일부 봉화조(북한 권력층 자제들의 모임)의 발언이 부지불식간에 내뱉은 말이라 할지라도 그냥 지나치기에 이 사안은 너무 막중하다.

또한 이 책에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북중 간 경제 교류의 실상은 남북 관계가 교착된 현 상황에서 우리의 설 자리마저 빼앗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한다. 2010년 4월 현대아산의 금강산 독점 사업권을 취소한 북한은 2011년 11월 중국을 통한 금강산 국제 관광을 시작했다. 북한은 남측이 아니라도 대안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관광뿐 아니라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북한의 노력은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와 일본을 통한 인프라 투자와 외자 유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중 간 경제 교류 확대는 양국 간 국익이 서로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진행될 규모와 범위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중국은 김정일 말년에도 북한에 개혁·개방에 대한 압력을 넣었다. 방중한 김정일이 기분이 상해 일어설 정도였다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하고자 한다면 북중 간 경제 교류 속도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질 수도 있다.

3년 전 북중 접경 지역을 다녀온 나의 머릿속에는 그때 한창 진행 중이던 공사들이 마무리된 모습이 그려진다. 중국의 변두리라 하지만 다롄과 단둥, 훈춘과 투먼은 이미 지금을 준비해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 노동자를 두고 중국 지방정부 간 다툼이 벌어질 정도로 날이 갈수록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니, 남북 간 교류·협력을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이 사실도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2012년 9월 300명이던 북한 노동자가 2013년 12월 기준, 투먼에 1100여 명, 훈춘에 800여 명 등 총 2000명이라 하니, 1년 남짓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재 개성의 북한 노동자 임금 인상을 두고 남과 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노동자를 철수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구나 2014년 초 김정은은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월급을 올려 받으라고 지시했다니 개성공단의 임금 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

이 책에서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의 대목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권력 네트워크이다. 김정은 체제도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이 '백두 혈통' 세력과 빨치산 혁명 세력의 끈끈한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이 이미 처형되기 수년 전 김경희와 이혼했다는 사실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이혼 사실을 모르고 장성택 처형 당시 김경희의 안위에 대해 설왕설래했던 우리 언론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인물 중 관심이 가는 인물이 김정일과 김영숙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의 이복 누나 김설송에 대한 이야기다. 김설송 외에 김정남, 그리고 현재 김정은의 핵심 파워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저자가 만났던 취재원들을 통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인이라면 접근 가능하지 않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사람 사는 이야기조차 필자는 세심하게 듣고 확인한 사실만을 담담하게 적어내려 가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 9장은 '북 문건으로 본 김정은 체제의 북한 경제'이다. 외자 유치를 위한 김정은 체제의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19개의 경제 개발구를 외자를 받아들일 전초기지로 삼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룩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려는 김정은 야심의 결정판이 중요한 자료와 함께 설명되고 있다.

사실만을 담담하게 전하는 책을 읽고 나서 답답한 심정이 되는 것은 왜일까? 이 답답함은 현재의 남북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2015년 1월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북중 친선 관계의 기본원칙을 '16자 방침'이라는 표현을 써서 밝혔다.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소원했던 북중 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우리의 개성공단보다 훨씬 크고 많은 경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우리의 판단과 정책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에 이어 '핵·스포츠 병진'에도 관심이 많다. 다행히 2015년 7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은 10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계획이라 한다. 지금 남북 관계에서 정치의 벽이 높지만, 그럴수록 스포츠 교류를 통해 남북이 가까워지는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필자 황재옥은 평화협력원 부원장과 원광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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