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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먹은 당근 주스가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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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먹은 당근 주스가 위험한 이유 [김성훈 칼럼] 대한민국의 '흙 죽이기' 정책들
올해 2015년은 유엔이 정한 '흙의 해'이다.

흙을 먼저 살려야 땅과 물과 하늘이 살고, 사람과 뭇 생명이 산다. 생명 유기 농업의 기본은 흙을 살리는 것이다. 세월의 풍상이 돌과 바위를 으깨어 1센티미터의 흙을 만드는데 대략 250여 성상이 흘러야 한다. 그 흙을 일시적인 증산 효과만을 노리고 계속 맹독성 농약과 화학물질로 오염시킬 경우 흙 속의 각종 미생물과 다양한 종(種)의 생물들과 함께 그 흙에서 자라나는 작물들이 중화학 물질로 오염되어 그 식물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건강(면역력, 항산화, 항암 기능, 자연 치유력, 복원력 등)을 약화시키거나 파괴한다.

특히 제초제와 농약 등이 누적되고 되풀이되면, 흙의 생산성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또 화학 독성에 내성이 강화된 슈퍼 잡초, 슈퍼 곤충을 탄생케 하여 더 독한 농약, 더 강한 화학물질을 더 자주 뿌려야 한다. 땅(생산성)도 망가지고 물도 오염되며 작물도, 동식물, 사람도 허약케 한다.

성서의 창세기 제2장은 하느님이 사람과 뭇 생명들을 창조한 다음 건강한 땅에서 소출한 건강한 음식들을 고루고루 잘 먹고 살라고 에덴동산에 갖가지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식물들을 심었다. 그 정신, 그 뜻이 바야흐로 신자유주의 자본의 탐욕 앞에 왜곡되고 변질돼가고 있다.

흙 살리기 유기 농업의 선구자들

나는 철이 들어 '4H(Head, Heart, Hands & Health)' 운동을 할 때부터, 흙을 살리고 땅과 물과 하늘과 생명을 다함께 살리는 유기 농업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고 살아오는 수많은 농민들을 접했다. 그들에겐 언제나 자본의 유혹(이윤)보다 흙과 생명 살리기가 첫 번째였다. 유엔이 정한 흙의 해를 맞이하여 지금도 한결같이 흙과 생명 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무명의 많은 생명 농부들을 잊지 못한다. 그중에 몇 분의 근황을 살펴본다.

오랫동안 뵙지 못하던 오재길 선생(현 95세)을 찾아 갔다. 제주도 서귀포 표선면 바람단지 밭에서 맨발로 당근 농사를 짓고 계셨다. 1976년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맨 처음 정통 유기 농업의 실천 모임인 정농회(正農會, 회장 주형로)를 고(故) 원경선 선생과 함께 창립하신 분이다. 나는 소장 교수 때부터 이 두 분 선생을 따라 정농회 모임에 나갔었다. 또 한 분의 은사 성천 류달영 교수님을 쫓아서도 한국유기농업협회(회장 윤경환) 일을 거들기도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이 두 모임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10여 년 전 우리나라 대표론 처음으로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열린 세계 유기농 대회에도 갔다. 오재길 선생을 비롯 팔당의 정상묵, 흙살림의 이태근 등 여러 유기농 동지들과 함께 참가한 것이다. 당시 오 선생의 춘추가 83세이었다. 쿠바 독립 영웅 카스트로의 개막 연설(녹음 방송)을 일행들에게 즉석에서 우리말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얼마나 식은땀을 많이 흘렸던지 오 선생은 시종 나의 등을 어루만져 주셨다.

카스트로의 강연요지는 대략 이러했다.

"대자연 대지(土地)는 어머니의 평화롭고 풍요로운 가슴이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젖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 어른이 되었다. 이제 대지와 대자연을 고이 가꾸고 보살피어 젖과 꿀이 흐르는 대자연의 힘으로 미국의 봉쇄 위기로부터 쿠바인의 생명을 살려내자. 쿠바의 여성들이여, 어머니들이여, 쿠바와 인민들을 위해 앞장서 흙을 살리고 유기 농업을 전국화하는 데 선구자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오늘날 온 세계가 인정하는 쿠바의 건강한 밥상과 사회 경제 전반에 일상화된 유기농 세상은 이들 쿠바 여성들의 열정과 봉사가 그 주된 동력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생명 농업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아

오재길 선생은 지금도 당근 농사를 놓지 않는다. 어디에 사시든지 평생 당근 농사를 꼭 지으신다. 당근은 땅 속의 모든 양분들을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중화학 물질이건 모두 빨아들인다. 그러므로 독성 농약과 화학 비료에 찌든 밭에서 자란 당근은 바로 독극물이 포함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걸 몸에 좋다고 녹즙을 만들어 남편과 자식들에게 먹이는 똑똑이 주부들이 간과한 사실이다.

그래서 오재길 선생은 먼저 흙 가꾸기부터 한다. 천연 친환경제와 부숙 유기 물질로 흙부터 먼저 살린다. 흙이 살아 있는 징표로 선생은 농사짓는 땅 일부에 평생 당근 농사를 놓지 않는 것이다. 고 원경선 선생님도 그러하셨다. 그분들을 따르는 모든 정농회 바른 농업 농부들도 그러하다. 나는 오재길 선생과 정상묵 씨 등이 그렇게 손수 담은 당근과 야채 효소 생명수를 공직 생활 기간 중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마셨다. 흙을 먼저 살려 기른 야채 효소 생명수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나를 크게 도왔다.

미국 캐나다 등 서양의 온전한 식품(whole food) 마켓에는 유기농 당근이 제일 앞 선반에 진열돼 있다. 그 이유가 유기농 당근이 흙의 건강함을 단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 당근에 못지않게 흡수력이 강한 작물이 아마도 인삼일 것이다. 4~6년 동안 땅 속 깊이 1미터 이상 그 실뿌리들을 내려 흙 속의 갖가지 영양소들을 화학물질이건 유기, 무기 양분이건 모두 빨아들인다.

농약을 잔뜩 뿌려 화학 비료로 키운 인삼을 장수 영약이라고 즐기는 아둔한 소비자가 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예부터 인삼은 '고려인삼(高麗人蔘)'이라고 알려져 세계인의 신령스러운 건강 약품으로 널리 애용돼 왔다. 그 인삼에 독성 농약 검출 사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수출 수요가 한 때 크게 주춤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이른바 상품성이 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더라도 옛 선인들이 지었던 농법을 개량하여 화학 물질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순수 유기농 천연 고려진삼(眞蔘)을 재배하는 착한 농민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박기춘 박사의 지도 아래 상주의 최규동을 비롯해 임진수, 권성준 등이 '유기농 인삼협회'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격려하며 올바른 고려진삼 재배를 복원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없어 당분간은 투입하는 노력만큼 소득이 나오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무안 망운의 김용주(이정옥)·김기주(김현희) 형제는 30년 넘게 황토밭을 일궈 한사코 고구마 농사를 유기농으로 짓고 있다. 벌교의 전양순·강선아 모녀는 고(故) 강대인 선생의 역동 유기 농법에 따라 아예 지난해 수확한 유기농 쌀겨를 다시 논에 되돌려 주어 흙을 비옥하게 한 다음 벼농사를 매년 새로 경작한다. 이같이 흙을 먼저 사랑하는 유엔이 정한 흙의 해의 아들 딸들이 이 땅에는 수천수만 전국에 많이 살고 있다.

GAP가 우수(Excellent)하고 안전(Safe) 하다고?

그런데도 각종 제초제와 살충 살균제를 써가며 재배한 농산물, 심지어 화학 농법의 정수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마저 세척만 잘하여 기록하고 출하하면 "우수 안전한 농산물"이라고 권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정책이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적극 추진되고 있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가 제초제 등 농약과 화학비료의 지나친 남용을 경계하기 위해 제정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는 하나의 생산(유통) 기술일 뿐이다. 친환경 안전 농업과는 거리가 한참이다. 박근혜 정부의 관련 공직자들은 GAP를 "우수 안전(excellent & safe) 농산물"이라고 이상하게 번역하여 친환경 등급인양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 정부안에는 'good(양호한)'이란 단어를 'excellent(우수)'하고 'safe(안전)'하다고 해석하는 괴이한 영문학자들이 농정을 펼치고 있는가? 이같이 관행 농법 GAP 농사를 우수 안전하다고 국민 소비자에게 권장하는 정책이 목표대로 전국의 50% 이상의 농산물로 보편화되면 될수록 대한민국의 농토와 자연 생태계는 농약 등 화학물질로 오염되고 슈퍼 잡초, 슈퍼 곤충들이 연이어 탄생할까 우려된다.

이왕에 제초제와 각종 농약에 찌든 관행 농업 농산물을 잘 세척하고 이력을 밝히자는 것 자체야 나무랄 게 없다. 그러나 친환경에 근접한 저농약 인증제마저 폐지하고 무농약, 유기 농업을 쇠퇴시키면서, 다른 한편 반생태적인 GAP 조치를 친환경 농업의 대체(代替) 농법인양 말하는 것은 차마 하지 못할 짓이다.

실제로 지난 6년 동안 우리나라 친환경 농가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반 토막이 났다. 2016년부터 저농약(제초제는 전무, 기타 화학 물질은 안전 기준의 2분의 1 이하 사용) 인증제마저 완전 폐지되면, 정부의 직무 유기로 무농약·유기농 수준으로 격상할 기술과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못한 대부분의 저농약 인증 농가들은 화학 농법인 GAP 농가 또는 완전 관행 농사꾼으로 전락할 것이 불문가지이다. 저농약 인증제 폐지를 발표한 2009년 이후의 통계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유엔이 정한 흙의 해 정신에 역주행하는 화학 농업 옹호조치들이 바야흐로 정부의 정책으로 횡행하니 후세 사람들은 무어라 기록할 것인가. 어느 누가 관행 농법을 우수 안전하다고 정부 이름으로 적극 보급하였으며, 그 결과 진짜 친환경 농업이 크게 쇠락하여 우리나라 국토와 환경 생태계와 국민 건강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가를 유엔이 무안할 지경이다.

(김성훈 전 장관은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글과 유사한 내용의 칼럼이 2015년 5월 12일자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릴 예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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