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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 불허하는 세계 최대 연료전지국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에너지에 대한 철학을 말하다

에너지 정책을 ‘거꾸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간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 이전에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에너지에 대한 거시적 시각과 위상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의 혼동은 에너지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을 만들면서 산업까지 함께 담는 데서 오는 모순이다. 에너지와 산업은 방향이 다르며 때로는 양립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전기 가격만 보더라도 에너지 측면에서는 올려야 하지만 산업 입장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내릴 것을 요구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도 본질적 가치인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에너지 독립 등의 문제가 산업적 시각으로 볼 때 주요 관심 사항일 수 없다.

그렇다면 에너지에 대한 철학이란 무엇인가? 가장 우선적으로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부하가 작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 때 단열이라는 건축적 요소든 폐기물 재활용이라는 환경적 요소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부하를 줄이는 정책이 먼저이다. 다음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하여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나서도 부족한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는 등,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것이 에너지에 대한 철학이라 할 수 있다. (필자)


여름만 되면 으레 거리에서 가슴에 띠 두르고 부채와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에어컨은 되도록 켜지 말고 실내 온도를 높게 유지하자며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 국민들은 찜통 사무실과 방안에서 흐르는 땀을 훔치며 이겨내는 것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에너지 정책도 아니다. 쾌적하게 생활하면서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이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에는 본말이 전도되고 방향을 상실한 코미디 같은 일들이 수없이 많다. 에너지 정책을 '거꾸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 이전에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에너지에 대한 거시적 시각과 위상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에너지와 관련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에너지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에피소드 1 : 과잉 LNG 발전 설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전력 예비율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좀 구체적으로 보면 2015년 7월 9일 현재, 최대 전력 6900만 킬로와트, 예비전력 1302만 킬로와트로 예비율이 18.8%이다. 이를 두고 전력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LNG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지어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고 아우성이다. 잘못된 전력 수급 전망, 유휴 발전 설비의 과잉 등을 지적하며, 발전 사업자가 모두 망하게 생겼다는 비관적인 관측을 쏟아낸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LNG 발전 설비의 확충은 오히려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에너지 정책 중에 하나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전력 생산 원가 측면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발전소를 많이 지어 전력 예비율을 높이게 되면 시설 투자비나 유지 보수 등 고정비가 늘어나 전력 요금이 인상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최근 증설되고 있는 LNG 발전소는 전력 요금 인하 요인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 마법은 고효율 LNG 발전소의 신규 시장 신입과 현행 전력 시장 가격(SMP1)) 결정 메커니즘에 있다. 즉 고효율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는 변동비 단가가 낮아 그만큼 전력 시장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과잉이라 일컫는 신규 LNG 발전소를 환영하는 이유는 첫째, 효율이 높은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는데 그만큼 연료를 적게 쓰게 되므로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부하를 경감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LNG 복합 화력은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과는 달리 소비지에 위치한 분산형 전원으로 송전 부하를 유발하지 않아,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잉 설비라는 지적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원전과 석탄 화력 포함한 전체 발전 설비 차원에서 봐서 과잉이라면 원전과 석탄 화력을 줄여야 할 것이다.

에피소드 2 : 신·재생 에너지, 일등 유공자는?

다가오는 11월, 에너지의 날 신·재생 에너지 유공자 포상은 바이오 펠렛 수입업자와 천연가스 수입업자가 받아야 할 마땅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전체 공급 전력의 10%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로 신·재생 에너지 전력 공급 의무화 제도(RPS2))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 3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2~2013년 동안 전체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량의 80% 이상을 바이오 에너지와 연료전지가 채우는 공로를 세웠다고 한다. RPS 의무 대상자인 발전회사들이 석탄 화력 발전소에 바이오펠렛을 석탄과 함께 섞어 연료로 사용하고 혼소한 비율만큼 신·재생 에너지 전력 생산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공급 인증서(REC)3)를 발급받은 것이다. 발전회사들 입장에서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과징금을 물지 않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인 바이오펠렛 혼소에 집중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현재 바이오펠렛은 대부분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수입 과정에서 운송에 따른 막대한 화석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바이오매스는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로 인정되는 것은 나무로 자랄 때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소 중립(Carbon Neutral)으로 인정받아서이다. 하지만 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 에너지가 사용되었다면 이는 달리 판단해 할 것이다.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바이오매스의 운송거리가 70킬로미터 이상일 경우에는 바이오매스로 생산한 전기라고 해도 프리미엄 가격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곱씹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에피소드 3 : 자고나면 세계 최대!

2008년, 마곡 지구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10메가와트),
2009년,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 완공(2.4메가와트),
2009년, 부산에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추진(11.2메가와트),
2010년,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 대구에 들어서(11.2메가와트),
2013년, 화성에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60메가와트)
2014년,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 평택시에 조성(360메가와트)

신문에 난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한 기사들을 찾아 제목을 그대로 옮겨봤다. 연료전지 발전소의 세계 최대 기록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고 그 기록 갱신도 모두 우리나라 몫이다.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탈 화석 에너지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뿐만 아니라 심지어 최대를 좋아한다는 중국도 한국의 세계 최대 연료전지 기록에 도전할 엄두를 못 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데 가슴은 오히려 허전하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이다. 현재 대부분의 연료전지 발전소는 수소를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여 얻는다. 따라서 연료전지 발전소는 사용 연료 측면에서 천연가스 발전소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연료전지를 재생 에너지(Renewable)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만이 수소 경제라는 허구의 탈을 씌워 연료전지를 재생 에너지 범주에 넣어 놓고 투자비 회수를 직결되는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도 2배나 쳐주는 생각 없는 에너지 정책 이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를 싹쓸이한 비결이라 하겠다.

연료전지 발전소 전기 생산원가가 천연가스 발전소 전기 생산원가에 비해 2~3배 비싸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연료전지 발전소가 천연가스 발전소에 비해 전기 1킬로와트시를 생산하는데 화석 에너지인 천연가스를 20% 가까이 더 쓴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지? 현재 세계 최대 규모로 돌아가고 있다는 60메가와트급 연료전지 발전소 하나에 국민들이 부담하는 추가 전기 요금이 연간 600억이 넘는다는 사실은 또 아는지? 기술 선점이니 해외 수출이니 순전히 산업계의 이해관계에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는 좌표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다. 기술개발이 필요하면 학계나 산업계에 필요한 만큼 R&D 비용을 주는 것이 에너지라도 절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너지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대안이 있다

에너지에 대한 시각의 혼돈은 어디서 왔을까? 이는 에너지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정책을 만들면서 산업까지 함께 담는데서 오는 모순이다. 에너지와 산업은 방향이 다르며 때로는 양립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전기 가격만 보더라도 에너지 측면에서는 올려야 하지만 산업 입장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내릴 것을 요구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도 산업적 시각에서 보면, 인간에게 있어 본질적 가치인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에너지 독립이 신·재생 에너지 업계의 주요 관심 사항일 수 없다.

그렇다면 에너지에 대한 철학이란 무엇인가? 가장 우선되는 일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부하가 작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 때 단열이라는 건축적 요소를 도입한다거나 폐기물 재활용이라는 환경적 요소를 포함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부하를 줄이는 정책이 먼저이다. 다음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하여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나서도 부족한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에너지 철학이라 할 것이다.

에너지 문제 해결은 인간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생활하면서도 에너지가 덜 필요하게끔, 에너지를 덜 쓰게끔 그리고 환경에 피해도 적고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착한 에너지를 사용하게끔 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답은 에너지 분야에서 찾을 수도 있고 때로는 건축이나 환경, 토목, 수자원, 전자공학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찾을 수도 있다. 에너지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면 그 분야에 예산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도 에너지 정책이 해야 할 일이다.

끝으로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화석에너지와 달리 부존 자원 집적도가 매우 낮은 대신 어디에나 대체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거대 자본이 자원을 독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는 자원빈국과 저소득층에게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t)과 에너지 민주화를 가져다주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가기 : )

1) 계통한계가격(System Marginal Price).
2) 신·재생 에너지 전력 공급 의무화 제도(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3) REC :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1REC는 1000킬로와트시 발전 전력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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