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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3무 3고', 국지전 위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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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3무 3고', 국지전 위기 부른다 [기고] 한반도 위기상황, 그 원인과 해법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맥아더 장군의 경구)
"북한이 도발할 경우 확전되지 않도록 한국의 과잉 반응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아산정책연구원 세미나, 2015. 6. 워싱턴 DC, 미측 전문가 발언)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국가의 간성인 군이 계속해서 경계에 실패할 경우, 어떠한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한 고찰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북관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얼마 안 돼 발생한 박왕자 씨 피격사건과 관련,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을 필두로 천안함, 연평도 피폭 사건을 거치면서 현재 최악의 대치상태에 처해 있다.

그 주된 원인은 계속되어온 북한 김정은 집단의 무모한 도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의 DMZ '지뢰도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군과 청와대 안보라인(NSC)의 미흡한 대응은 물론 평소 대북 경계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그러한 도발을 본의 아니게 허용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2년 북한 병사 '노크 귀순'사건으로 우리 군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는데 더 큰 문제는 현역 군의 최고 수장인 합참의장이 이러한 사실을 일주일 동안이나 모르고 있다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처음 알게 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당시 군 당국은 처음엔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귀순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가 후에 CCTV는 고장나 녹화가 안됐고 철책경계에 사용되는 열상관측장치(TOD) 녹화영상에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정정 발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합참 지휘통제실, 정보본부, 전비태세검열실, 1군사, 기무사 등 여러 군 지휘라인과 유관부서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이보다 앞서 2008년에는 북한 정치장교가 철책을 넘은 뒤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고 권총까지 쏜 뒤 아군 GP를 노크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금년 6월에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귀순 전날 밤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 바로 앞까지 와서 기다렸다가 다음 날 아침 한국군에게 발견되는 이른바 '1박 귀순'’(숙박귀순)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비무장지대(DMZ) 내 GP의 감시태세가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작년 6월에는 북한군 특수부대원이 침투해 아군이 GP 인근에 설치한 '귀순 유도벨'까지 뜯어간 경우도 있었는 바 이들의 무력도발 가능성은 상존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북한군이 DMZ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는 특이 동향이 포착됐는데도 적절한 대응지침을 일선 부대에 하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우리 군의 대북 감시체계 및 경계태세가 이완된 틈을 기회로 북한군에 의한 기습도발이 상시화, 대형화되면서 우리 군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우리 정부와 군은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원점 타격,' '배후세력 타격,' '혹독한 대가' 등 강력한 응징방침을 천명해 왔으나 구두선으로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심히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우리 군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 제2연평해전(2002년)이후 변경된 교전수칙에 따라 현장 지휘관의 자위권, 재량권이 확대된 상황에서 원점타격이나 '격멸작전'원칙은 실천에 옮겨질 개연성이 높아졌고 그렇다고 해서 적(북한군)의 도발이 크게 줄거나 없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리 군이 말하는 언필칭 3배의 응징보복은 북한의 호전적 행태를 감안할 때 국지전의 시발이 될 수 있으며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작전 환경상 국지전과 전면전 구별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레이먼드 오디어노(Raymond Odierno) 미 육군참모총장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우발사태'로 한반도 전쟁을 꼽았다. 그는 특히 "한국이든 북한이든 오산에 의해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보았다(2014. 3. 13, CSIS 포럼, 워싱턴 DC).

산술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차후 '상시화'된 북한의 군사 도발에 아군이 예컨대 3배의 응징보복을 했다고 할 경우, 북한은 그들의 호전성으로 볼 때 6〜9배의 보복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최대 27배의 응징보복을 한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하겠는가.

상상해 보자. 남북간에 군대의 이동은 고사하고 미사일 몇 발만 오간다 해도 세계 10위권의 우리 경제는 IMF사태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필자를 포함해서 미국 조야의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할 만큼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현재화됐다는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 오판, 오산에 의한 우발적 충돌이 우려되는 이유는 뭔가 하는 명제이다.

첫째,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이다. 30대의 젊은 김정은은 선대의 김정일과 달리 수권준비가 없이 갑자기 권력의 핵에 떠밀려 오른 형국으로, 마땅한 통치기제가 없었다. 결국, 자신을 권좌에 오르게 한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당.군 고위간부 70여 명을 처형하는 등의 공포정치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나 종국에는 내부적 동요와 민심이반 등으로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정변 등으로 향후 2-3년을 더 지속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이 시기이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대장)의 복귀를 신호탄으로 군부 강경파의 충성 경쟁이 가열되면서 남북관계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데 있다.

둘째, 남북관계가 단절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보수적인 색채의 박근혜 정부가 아직 임기가 2년 반이 남아 있는데 현 정부에서 획기적인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할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역으로 현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쌓여 온 빚 청산(천안함, 연평도 피격 응징)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도 버거운데 최근 들어 북측의 연이은 군사도발로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어 미국 조야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남북 우발적 충돌로 인한 파국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셋째, 동북아 역내 안보환경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반도 갈등관계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 아베 정권의 강경.보수화로 인한 인접국과의 마찰, 즉, 한.일, 중.일관계의 악화/소원, 우크라이나 사태를 위요한 미.러 갈등관계 등 각자도생의 국익우선 외교는 한반도 유사시 6자회담 관계국들의 일치된 의견 도출은 차치하고 한.미.일의 공조에도 주름살을 드리우는 형국이다.

그러면 한반도 분쟁발발 예방책으로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으로서는 어떠한 선택지가 있는가. 먼저 박근혜 정부가 '진정성' 있는 화해의 메시지(제스쳐)를 북에 보내야 한다. 여기서 '진정성'이라 함은 우리가 과거에 한 대화 제스쳐가 진정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들이 보기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될 만큼의 획기적인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조건 없이 또는 동시 이행 조건으로 파격적인 제안을 하지 않고서는 출구가 안 보이는 것이 현재의 남북관계이다. 지난 7년 동안 남북관계가 너무 얼어붙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지 난감한 지경에 와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서 언급한 남북 비무장지대(DMZ)를 '꿈이 이루어지는 곳'(Dream Making Zone)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꿈이 실종 되는 곳(Dream Missing Zone)이 되거나 하는 것의 반 이상은 박근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책임행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즉,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스스로)지지도' 않는 '3무'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숨기고, 감추고, 감싸고 하는 '3고'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그 현상이 특히 심해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고질적 병폐인 '3무와 3고'가 군에서도 횡행하여서는 국가안보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이번 지뢰도발 사고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감독 지휘계선상의 책임자들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 여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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