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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도 '빚더미' 4050, 이미 임금 깎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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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도 '빚더미' 4050, 이미 임금 깎이고 있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③

노동 개혁.'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8월 6일 대통령 담화문에도 맨 첫머리에 등장한다. 청년 고용 절벽을 해소하자! 좋다, 이 주장을 반대할 이가 과연 어디 있을까. 그런데 왜 그 방식이 취업 규칙·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이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근거로 사용되는 각종 수치와 논리도 매우 의심스럽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는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를 추적해 보기로 했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지난 글에서 약속한 것처럼 이번에는 세대별 임금 상승률이 왜 이렇게 시기별로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시간이 좀 지난 관계로 <인사이드 경제>가 고용통계 자료로부터 추출한 세대별 임금상승률 표를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글에서는 김동원 교수(고려대학교 경영대 학장)가 제시한 추세선에 따라 2001년 대비 2009년 임금상승률과 2009년 대비 2014년 임금상승률만을 표로 나타내 보았는데, 이번에는 2개의 시기를 모두 합친 2001년 대비 2014년 임금상승률을 추가해 보았다. (시기별로 임금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4개 구간은 붉은색으로 표현하였다.)


앞선 글에서 <인사이드 경제>가 주장한 것처럼 2001~2009년 시기와 2009~2014년 구간은 세대별 임금상승률이란 측면에서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구간이며, 학자라면 당연히 두 개의 구간에 나타나는 차이가 무엇인지를 추적함이 마땅하다. 더구나 두 개의 구간 중 가장 최근의 구간인 2009~2014년 시기를 빼먹는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2개 시기를 모두 합쳐놓으면 그 특성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됨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통계적으로 분명히 의미가 있는 2개의 시기는 별도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 김동원 교수가 하지 않았으니 <인사이드 경제>라도 시도해볼밖에.

분기점이 된 2009년 : 세계 경제 리셋(Reset)


2008년 9월 14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그 이전에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다루던 금융 회사들이 무너진 적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규모는 천문학적이었다.


리먼이 파산하던 날,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거래와 실물경제가 일순간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멀쩡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리셋(Reset) 모드로 들어가며 꺼진 것처럼.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갑자기 혈액순환이 막혀 심장이 멎은 것처럼.


물론 세계 경제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 위기에 이어 중국의 실물경제 위기, 유럽의 재정 위기 등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긴 했지만, 여하튼 지금 이 순간까지 그럭저럭 세계 경제는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먹통이 된 컴퓨터가 다시 구동되더라도 사오정처럼 움직이듯이. 갑자기 심정지가 온 사람이 응급처치를 통해 심장 박동이 되돌아왔다 하더라도, 그의 이후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동시에 수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일거에 해고되었고, 수많은 정규직이 명예퇴직·권고사직으로 쫓겨났으며 쌍용차처럼 강제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2001~2009년 시기와 2009~2014년 시기가 질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기 전인가 후인가 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위기는 도대체 한국에 무슨 변화를 불러왔을까? (☞ 관련 기사 : 닥쳐올 세계 경제 공황…"산업 통제하는 노동자가 대안")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잣대로

앞에서 제시한 세대별 임금상승률 표만 보면 2001~2009년에는 40~50대의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2009~2014년에는 반대로 20~30대의 상승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2개의 구간은 시간의 길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1~2009년까지는 8년의 세월이지만, 2009~2014년까지는 5년의 세월이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위 구간을 정당하게 비교하기 위해 두 구간에서 연평균 임금상승률 수치가 얼마인지 계산해 보기로 했다. 연평균 상승률이라는 잣대를 사용하면 두 구간을 대등하게 비교 평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래 표로 나타내 보았다. 2001~2009년 구간은 8년 동안 연평균 상승률을, 2009~2014년 구간은 5년간 연평균 상승률을 의미한다.


위 표를 보면 다시 한 번 놀라운 반전이 벌어짐을 알 수 있다. 2001~2009년 구간에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보인 40~50대의 연평균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한 반면, 2009~2014년 구간에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보인 20대 안팎의 경우 19세 미만을 제외하면 모두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2001~2009년 구간에 비해 2009~2014년 구간을 비교한 연평균 임금상승률의 증감을 보더라도, 19세 미만에서만 유일하게 1%포인트 높아졌을 뿐 나머지 구간에서는 모조리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 구간에서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록한 55~60세 구간의 경우 뒤 구간에서는 무려 3.56%포인트 하락하고 만다.

참고로 노파심에서 밝혀두는데, 매년 5%씩 임금이 인상될 경우 5년 뒤 임금상승률은 25%가 아니다. 올해 오른 5%의 임금인상분에 대해서도 내년에 5%만큼 인상되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에 흔히 '복리 계산법"이라는 이름으로 배운 셈법을 이용하면 약 27.63%가 나온다.


2001~2009년 구간에서 8년간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계산하려면 거듭제곱근 계산법을 사용해야 한다. 즉, 19세 미만의 경우 2001년 대비 2009년에 39.65%가 올랐으므로 2001년 대비 1.3965배가 오른 셈이다. 이 수치의 8 제곱근을 계산하면 8년간 연평균 임금상승률(4.26%)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방법으로 2009~2014년의 경우에는 전체 임금상승률의 5 제곱근을 구하는 방식으로 계산하였다. (거듭제곱근은 컴퓨터가 제공하는 기본 계산기 기능만 활용해도 구할 수 있음.)

▲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층 임금이 높아진 게 아니라 장년·노년층 임금이 많이 삭감된 것

"2001~2009년에는 40~50대 임금상승률이 높은 반면, 2009년~2014년에는 왜 청년층 임금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은 이건 질문이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 된 답을 얻으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도대체 40~50대 임금상승률은 2001~2009년 구간에 비해 2009~2014년 구간에 왜 저렇게 많이 떨어진 걸까?"

즉, 두 개의 구간을 비교할 때 청년층 임금이 올라가고 장년·노년층 임금이 떨어진 게 아니다. 40~50대는 물론이고 20~30대와 60대 모두에서 임금상승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40~50대 임금상승률이 매우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특히 김동원 교수가 2001~2009년 구간에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세대로 주목한 55~59세 층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경제 현상에서 우리가 좀 더 주목해봐야 하는 구간은 '최근의 변화 양상', 즉 2009~2014년 구간이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여기 세대별 임금상승률이라는 기준을 놓고 따져보자. 어떤 변화가 보이는가? 그렇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삶이 팍팍해졌지만, 그중에서도 40~50대 노동자들의 삶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증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이 세대의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만들어야만 청년층의 일자리와 저임금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그대들이 만들어놓은 통계 수치가 이미 진실을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40~50대 노동자들은 이미 6년 전부터 충분히 고통을 전담해오고 있음을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깎아야 한다고?

임금피크와 닮은 곡선, 피크 시점이 젊어지고 있다

김동원 교수가 제시한 세대별 임금 변화 그래프에서 <인사이드 경제>의 눈길을 끈 대목이 또 하나 있다.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이 그래프는 기본적으로 임금 피크 곡선과 많이 닮아 있다. 즉, 우리 사회 세대별 임금수준을 보면 이미 임금 피크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2001년 곡선과 2009년 곡선이 2014년 곡선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지점이 하나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인사이드 경제>는 김동원 교수가 제시한 그래프에다가 40~44세, 그리고 45~49세 항목에 각각 보조선을 그어놓았다.



뭘 얘기하고 싶은지 눈에 보이는가? 그렇다. 2001년과 2009년 곡선에서는 임금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45~49세 층이었다. 하지만 2014년 곡선에서는 45~49세 구간이 미세하게 아래로 꺾이면서 임금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 40~44세 층으로 한층 젊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부분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임금상승률의 하락이 40대 후반과 50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쯤 되면 정부는 청년 대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장년·노년 대책 마련에도 비상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오히려 장년·노년 고용과 임금을 불안하게 만들어 청년 대책을 마련하자니?

필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세대 역시 위 그래프를 보며 "허걱~!" 하고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바로 40~44세와 45~49세 사이 꺾어지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도 힘에 겨운데 앞으로는 더 어려울 거라고? 게다가 필자의 연령대는 평균 결혼 시기도 늦춰진 편이라 2세들 대부분이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들이다. 앞으로 돈이 훨씬 더 들어가는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커 나갈 텐데…. 코에서 피 냄새가 나도록 일해도 빚 청산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뜻밖의 예외 세대 : 19세 이하에선 어째서?

<인사이드 경제>가 제시한 논거와 주장에 비추어볼 때, 유일한 예외 세대가 하나 있다. 바로 19세 이하 연령층인데, 2001~2009년 임금상승률에 비해 2009~2014년 상승률이 유일하게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진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사이드 경제>가 여기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추론뿐이다. 아직은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아는 체했다가 역으로 '데이터 마사지'라고 공격받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출발하는 게 매를 덜 맞는 법이리라.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추론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체 세대의 임금인상률 평균치보다 상회하는 수준이다. 젊은 층의 경우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중년·노년층에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년·노년층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다양한 불법·편법 행위를 자본가들이 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년·노년층 비정규직의 일부는 비록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일지라도 일정 수준의 상여금과 수당을 가진 경우가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기본급은 올려주되 상여금과 수당을 삭감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면 기본급은 올라가지만 명목임금은 그대로가 되어 오히려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최근에는 신종 수법으로 근로계약서에 적시된 '근로시간'을 줄이는 불법·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멀쩡한 8시간 전일제 노동자에게 일은 똑같이 시키면서 근로시간은 7시간, 6시간으로 줄여서 적시하게 되면 1~2시간 임금을 합법적으로 강탈해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자본가들의 불법에 대해 정부가 과연 모르고 있을까? 최저임금을 다루고 있는 근로감독관이라면 이런 행태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대부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과 미만 노동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정부가 아예 감독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더 이상 강탈해갈 상여금이나 수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자체를 어길 생각이 아니라면, 불가피하게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기본급을 따박따박 올려줘야 한다. 물론 근로계약서를 고쳐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편법을 구사할 여지는 있지만, 이미 청년층 상당수가 시간제 일자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 방법도 그리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 추론이 옳은가 하는 것은 좀 더 많은 공부와 실제 사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만일 이 추론이 옳다면, 최저임금 위반과 미만을 바로잡고 자본가들의 불법·편법행위만 근절해도 임금보전이 일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사이드 경제>가 언젠가, 기필코, 내공을 채워서 이 부분에도 도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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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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