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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우리 모두 복면을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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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우리 모두 복면을 씁시다! [편집국에서] 박근혜, 독재자의 길
유럽에서 가장 민주화가 덜 된 국가 가운데 하나인 벨라루스에서 2006년에 있었던 일이다. 1994년부터 이 나라를 지배하던 독재자 알렉산더 루카센코의 3선이 조작 선거로 확정되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독재자는 수백 명의 시민을 체포하고, 제1야당의 후보를 감금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플래시 몹(falsh mob)'을 제안했다. 경찰은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민을 연행했다. 몇 개월 지난 후, 이번에는 광장에서 '서로 미소를 보이며 걷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역시 경찰은 웃으며 걷는 시민을 연행했다.

2011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2010년에 루카센코가 4선에 성공하자, 이번에 시민들은 광장에서 손뼉을 치는 저항을 계획했다. 그러자 그는 공공장소에서 박수치는 것을 금지시켰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박수를 쳤다며 한 남자를 체포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팔이 하나뿐인 장애인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미소 짓고 또 박수를 치는 시민을 연행하는 경찰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 올라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었다. 물론 아이스크림을 먹다, 또 미소를 보이며 웃다 심지어 하나뿐인 팔로 박수를 치다 경찰에 연행되어 고초를 겪은 벨라루스 시민에게는 정말로 끔찍한 일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루카센코는 올해 5선에 성공했다!)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듣고서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떠올랐다. 외국만 한 번 나갔다 오면 "혼이 비정상"이라도 되는 듯 날선 거친 말을 쏟아내는 대통령이 이번에도 무서운(!) 얘기를 쏟아 냈다. 그는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IS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느냐.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자국민을 끔찍한 파리 테러로 전 세계의 공적이 된 테러 집단 IS에 비유한 것도 모자라, 이참에 아예 복면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벌벌 기는 여당의 행태를 염두에 두면, 정말로 연내에 '복면 금지 법'이라도 통과될 모양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이 딱 그렇다. 그는 YS로부터 도대체 뭘 배운 걸까?)

박근혜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읽어봤을지 의문이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이어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굳이 헌법에서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까닭이 무엇일까? 법에는 과문하지만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박정희)를 비롯한 과거의 독재자들이 집회, 결사를 제한한 데 대한 반성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허가를 받지 않고서 집회, 결사를 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집회를 하면서 얼굴에 복면을 쓰는 행동은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은 얼굴에 복면을 쓰고서 집회에 나서는 건 테러리스트나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진 듯하다. 그렇다면 모자는 어떤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후드는? 상반신을 전부 가리고 때로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는 우산은? 복면과 다를 게 없는 마스크는? 때로는 180도 사람이 달라 보이는 화장은?

만약 복면 시위를 막는다면, 시민이 모자 후드 우산 심지어 마스크를 쓰는 일도 더 나아가 화장을 하는 것까지 금지해야 한다.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하게 헌법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중요한 나랏일을 논해야 할 국무회의에서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목소리 높여서 내뱉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대통령에게 민주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마침 한 누리꾼(@rainygirl)이 멋진 제안을 했다.

"대통령의 의지로 복면 시위 금지가 추진된다 하니, 오는 12월 5일 집회 때는 베네치아 카니발처럼 온갖 종류의 탈과 가면을 쓰고 나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렇다. 우리 모두 오는 12월 5일 집회 때 갖가지 가면을 준비해서 전 세계인이 주목할 만한 한 편의 난장을 광화문에서 펼쳐 보자. 복면을 쓰고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궁금합니다" 따위의 손팻말까지 가지고 나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미처 복면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 200명에게는 선착순으로 <프레시안>에서 복면을 대신할 멋진 손수건도 나눠줄 예정이다. 이참에 복면 시위에 대한 대통령의 '편견'을 확 깨주자!

참, 그리고 그날은 청와대로 가는 행진 따위는 하지 말자. 도대체 반기지도 않는 청와대에 가서 뭐하게? 물론 복장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지긋지긋한 마음은 안다. 오죽하면 나라 밖의 <뉴욕타임스>까지 나서서 "북한 꼭두각시 체제와 한국을 구분시켜준 민주주의 자유를 박근혜 대통령이 퇴행시키려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고 걱정을 했겠나?

하지만 12월 5일은 복면 퍼포먼스를 통해서 여전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임을 또 한심한 대통령의 행태를 더 이상 대한민국 시민이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면 충분하다. 청와대 접수는 2년 후인 2017년 12월 19일로 미루자. 이제 2년 남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와대 시계는 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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