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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공화국'에 지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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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공화국'에 지방은 없다? [밥&돈]공기업민영화와 혁신도시의 상관관계
작년까지만 해도 참여정부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혁신도시'의 진척 정도가 늦다며 관련 부처를 그렇게도 압박했던 감사원이 이제 와서 혁신도시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 대해 지방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해양부장관은 부랴부랴 "혁신도시의 재검토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현재의 혁신도시가 실효성 있는 구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물러섰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역시 "혁신도시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맞장구 쳤다.

또 16일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공기업 이전이 안 되는 곳에는 토지 무상임대 등의 보상을 통해 기존의 혁신도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 언론은 한국토지공사가 경북과 대구 혁신도시의 택지 공급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고, 전남과 광주 지역 혁신도시와 강원도 지역 혁신도시의 택지 공급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도시 택지공급이 사실상 중단되었음을 보도했다.

혁신도시와 관련한 혼선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영화 또는 통폐합되는 공기업 중 일부는 지방으로 이전할 수 없는 만큼 혁신도시 사업이 수정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만 혁신도시 사업을 위해 매입한 토지를 공짜로 빌려주거나 각종 사업에 따른 건설비를 지원하는 등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 경제개발을 이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혁신도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다소 바뀌었으나 그 취지는 계속 견지되어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다. 하지만 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올인할 것을 밝힌 국토해양부의 한 간부의 말을 생각해보면 이젠 혁신도시는커녕 비수도권 기업도시 및 행정복합도시 사업마저 축소·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우리는 이 괴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2000년 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 지방에 일자리를' 이란 구호를 내세운 '사회적 합의'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방도 '자본주의'를 하고 싶다

▲ 이명박 정부가 '혁신 도시 재검토' 입장을 밝힘에 따라 혁신도시 예정지 등 지자체의 반발이 잇따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사업안의 핵심은 바로 공기업의 지방 이전인데, 새 정부는 수많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결국 민영화된 공기업은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정부는 다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서 이를 보완하겠다는 얘기로 정리된다.

즉 '사회적'으로 소유되고 있던 공기업이라고 하는 '생산수단'이 '사적'으로 소유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되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해서는 기업에 맡기면 되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에게는 애초 당연히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이유가 있던 공기업을 민영화해 대자본을 가진 부자들에게 파는 것이 우리나라 국토의 약 88%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이 물심양면 피폐화되어가고 있는 것을 막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고 또 더욱 절실한 문제란 말인지?

아마도 정부는 혁신도시 사업과 수도권 규제완화 사이에서 그 우선순위를 두고 굉장히 고민하고 있었고, 또 그 고민의 결과 지방발전을 위한 계획보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 같다. 결국 마음은 수도권 살리기에 있으면서 여론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겉으로는 혁신도시안이 갖는 함의를 완전히 희석시키지 않는 얼토당토않은 꼼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정부 여당이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시행되면 과연 그 꼼수라도 실현가능한 것일까? 그러한 정부 여당의 속내를 드러내고서 기업들로부터 혁신도시에 대한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감한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이른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원리가 관철되고 있는 자본주의시스템을 굳건히 지키고자 하는 그 투철한 애국심은 이해가 가나, 수도권과 지방 간에 첨예하고 대립되고 있는 이해관계와 그 사회적 위화감을 방치해놓으면 사회적 불안정성이 증대함으로써 결국 자본주의시스템의 안정성 그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우리 애국자들은 왜 모른단 말인가!

수도권만 자본주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지방도 자본주의를 할 권리가 있다. 사회적 재산인 공기업을 지방에 한번 줘 보자.

그럼 지방의 슬픈 자본주의는 기쁜 자본주의로 전환하리라. 왜냐하면 자본주의경제는 굳건한 수요가 있어야만 생산자가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통해 그 수요에 답하며 생산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 또 그 생산성 상승의 몫을 지역사회로 환원해야만 수요는 더욱 더 탄탄해짐으로써 결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제법칙은 우리 정부의 간부들이 고시 공부할 때 열심히 읽었던 그 유명한 케인즈 이론이다.

공기업 민영화와 균형발전 병행할 수 있는 대안은?

북구제국과 일본이 버블 붕괴로 똑같이 금융위기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자는 재빨리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왜 후자는 '잃어버린 15년'에 허덕거렸는가? 전자는 금융위기의 실상과 그 대책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일구어냈었던 반면에, 후자는 부실채권의 규모 등이 일부 정부부처에 의해 유야무야되었을 뿐이지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문제로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혁신도시 문제와 관계 없이 머리 속에 떠오른 사실이지만, 이는 곧 지금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임에도 틀림없다.

물론 새 정부는 새 정부 나름의 정책이념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다수의 공기업이 민영화가 된다면 사실 그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한 보완이라는 차원, 새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이념적 관점과 같은 차원에 입각해 보다 새로운 방향에서 지방 발전안을 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와 연계시킨 혁신도시안을 구상 중이라면, 그런 수정·보완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먼저 내야한다. 지금처럼 혁신도시에 대한 경제가치의 규모에 대한 논란들을 가지고 혁신도시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사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안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테면 혁신도시 지구조성 원가가 주변의 두 배 많게는 서너 배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이러한 비싼 조성원가 때문에 기업의 유치도 잘 안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니 아파트 분양도 잘 안되고,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고 하더라도 공기업 직원 가족 전체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직원 혼자 달랑 지방에 가서 살게 되면 결국 이전효과도 적지 않느냐 하는 등의 비판이 있긴 했다.

그래서 새 정부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보완책을 기업유치를 통해서 생각해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혁신도시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그 구상의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혁신도시안이 갖는 당초의 함의는 수도권과 지방을 양분해서 생각하지 않는, 즉 하나의 국토로 놓고 지역균형발전을 생각하는 이른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당위론적 접근이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각종 제도적 조정을 통해 보완하면 되는 것이지 '근본적 재검토' 운운은 결단코 옳지 않다.

혁신도시 재검토와 한반도대운하 연계?

전국토의 11.8%밖에 안 되는 수도권 지역에는 전체 인구의 48.4%, 금융거래의 68%, 대기업 본사의 95%, 제조업의 57%, 대학의 40%, 공공청사의 85%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수도권 집중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 현상들이 계속 전개되면, 수도권은 결국 과밀화 현상으로 죽고 지방은 공동화로 죽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다 죽는다. 수도권 과밀화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부작용의 덫에 걸려 결국 경제성 자체가 없어진다.

이런 수도권의 과밀화 현상을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혁신도시·기업도시 관련 정책이었는데, 이 정책에 대해서 보완해야 되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보완해서 국가 전체의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지극히 마땅한 처사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여정부가 중점사업으로 추진해서 대못질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 대못을 확 뽑아버리겠다는 식의 접근은 시대정신과 어긋난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피폐화는 시장원리주의에 의한 규제 없는 무법천지 국토개발의 귀결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을 피폐화시킨 주범을 동원해 수도권 과밀화 문제와 지방분권을 통한 국토균형개발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은 어떤 근거로 성립됐는가?

지금 이 구상을 치밀하게 세우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제발 그 근거를 공개해주길 바란다. 정부 여당이 그것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데올로기에만 입각한 구상으로밖에 보일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데올로기'를 싫어하지 않는가.

따라서 이 문제야말로 '실용적인' 자세로 또 '현장주의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수도권이 비대해지고 동시에 지방이 허약해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이미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진단이 내려졌다.

그동안 수도권 주민과 지방 주민 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 수도권 일극발전체제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분권 다극발전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되었다.

혁신도시를 둘러싼 혼란은 시장중심, 규제완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몇몇 공직자의 과잉 충성심에 의한 것이리라. 만약에 이것이 행정도시, 기업도시, 행정복합도시를 재검토하는 것을 통해서 한반도대운하의 명분을 세워나가고자 하는 의도라고 한다면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이러한 새 정부의 의도는 그저 나의 머릿속에만 머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언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수도권규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국민들 간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지 일방적인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토 전체에 대한 구상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이건 아니건 그 구상이 갖는 총체성 때문이라도 이는 필히 사회적 합의가 동반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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