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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일하다 다치면 '이렇게'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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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일하다 다치면 '이렇게' 당한다! [반복되는 산재 은폐 下] 부실한 노동부의 조사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다니는 A씨는 2013년 여름 '족장'(발판) 위에서 일하다 넘어져 손목에 금이 갔다. 고박(고정)되지 않은 족장을 밟은 게 화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업체에서는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회유가 이어졌다. 공상(회사에서 치료비를 대신 지급하는 것) 처리해주겠다고 달랬다.

"산재 신청하려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까지 싸워야 한다. 나는 어떻게든 안 해줄 테니 네 마음대로 해라."

후유증이 남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산재신청을 하려니 서슬 퍼런 업체 관리자 눈치를 봐야 했다. 완치된 이후 다시 일해야 했다. 산재를 신청할 경우, 복직을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됐다. 공상을 받아들인 이유다. 깁스를 한 채 한 달 동안 업체 지정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하는 동안에는 하루가 멀다고 '언제 복귀하느냐'는 업체 전화가 걸려왔다. 깁스를 풀자마자 회사에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고통이 밀려왔다. 치료받은 지정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지만 '아무 이상 없다'고만 했다.

하지만 견디기 힘든 고통이 지속해서 찾아왔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부러진 뼈가 인대를 긁고 있었다. 금이 간 곳이 제대로 붙지 않은 상태에서 일했기 때문이었다. 수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곧바로 지정병원에 가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졌다. 지정병원에서는 '굳이 수술할 필요 없다"고 말을 바꿨다. 다른 병원에서 찍은 MRI 사진을 보여주니 그제야 '수술하자'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업체에서는 산재가 안 된다고 했다. 산재를 신청할 경우, 이전에 다친 것까지 문제가 됐다. 결국, 공상 처리로 수술을 받았다. 이후 2주 정도 지정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복직했지만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왜, 더 낫고 나오지. 더 쉬어라. 너 없어도 작업장 잘 돌아간다."

작업반장 등은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비아냥은 지속해서 이어졌다. 화도 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일하다 다쳐서 입원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회사가 원하는 대로 산재를 신청하지도 않았다. 이런 대우를 받는 게 부당하다 생각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매일노동뉴스(정기훈)

"노동부, 내게 확인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

울산지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원회와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2015년 6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다친 재해자 상담 자료와 동영상, 사고 즉보(사고 즉시 발견)를 근거로 62건의 산재은폐에 대해 울산고용노동지청에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 : 일하다 다치면 병원이 알아서 숨겨준다?)

결과는 어땠을까. 울산지청이 지난 1월 20일 보낸 조사결과를 보면, 총 62건 중 5건에 한해서 과태료를 부과, 즉 산재를 은폐했다고 결론 내렸다. 나머지는 하청 노동자의 '소속 확인불가', '재해 발생 및 진료사실 없음', '휴업일수 3일 미만' 등으로 모두 무혐의 결론 내렸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2014년 12월께 작업 도중 손등이 철판에 부딪혀 5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은 B씨(진성이엔지) 관련, 울산지청에서는 '소속 확인 불가'로 결론지었다.

산재은폐는 맞으나 B씨 소속업체가 어디인지 모르기에 처벌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며 아무도 처벌하지 않은 것. 울산지청은 '소속 확인 불가, 사업장 불명, 법인 폐업' 등의 이유로 11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소속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일하는 '물량팀' 소속 B씨는 "내게 전화 한 번만 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노동부에서는 확인하지 않고 업체 이야기만 듣고는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산재를 은폐 당한 노동자의 소속이 물량팀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라며 "하지만 노동부는 이를 조사하기는커녕, 당사자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냥 '소속 확인 불가'라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진료기록 일부러 누락?

'재해발생 및 진료사실 없음'이라고 발표한 조사결과도 문제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S소속 재해자 모두가 지정병원인 K정형외과에서 초진 진료를 받았지만 울산지청 조사에서는 재해사실 자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재해자 진료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A씨도 이번 조사에서 '소속 확인 불가'로 울산지청은 결론 내렸다. 울산지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 등은 병원이 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고의로 진료기록을 누락시켰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K정형외과 원무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원무과장은 "노동부에서 산재 관련 공문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명확한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름도 김oo로 하고 치료 일시, 부위 등도 두루뭉술하게 한 다음, 관련자의 진료기록을 보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원무과장은 "그럴 경우, 그와 비슷한 정보를 가진 환자의 진료기록을 모두 보내야 하는데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함부로 관련내용을 유출하면 안 된다"며 "그렇기에 관련해서 '진료기록이 없다'고 통보한다"고 말했다. 노동부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지난 3월 9일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산재은폐 재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울산지청 "필요한 부분 있다면 재조사할 것"

휴업 일수도 논란의 대상이다. 울산지청 조사결과를 보면 산재에 따른 치료를 위한 휴업일수가 3일 미만인 재해자가 13명이었다.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속 휴업일이 3일 이상 돼야 한다. 업체에서 산재은폐를 위해 일하다 다쳐도 3일 이상 휴업을 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노동자들은 하루나 이틀만 휴업을 한 뒤, 현장에 복귀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는 이 같은 업체의 '꼼수'를 밝혀내지 못했다.

은폐된 산재를 다시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2013년 작업 도중 사고로 손가락 골절을 당한 C씨의 경우, 업체총무가 '노동부에서 전화가 오면 사고 사실이 없다고 말해 달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결국, 압박을 견디지 못한 C씨는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울산고용노동청에 허위 진술을 해야만 했다.

울산지청은 관련해서 조사결과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산재은폐 조사 관련)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만약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재조사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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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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