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의 여파로 향후 잠재적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들의 신변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개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2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일 국내에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과 같은 식당에서 근무했던 일부 종업원들이 한국행을 희망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5~7명 가량의 탈북자 동료들이 현재 중국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섣부른 공개 때문에 남은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12일 통일부 당국자는 오히려 언론 탓을 했다.
이 당국자는 "여기저기서 (향후 탈북자의 전망과 관련해)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정부 입장과 관련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일 수 있다. (한국행이 어려워졌다는) 그런 발언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그런 발언 보도가 섞이면서 (탈북자의) 안전이 우려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설명이다. 정부가 13명의 탈북자들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통제가 심해지고 이에 따라 잠재적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어려워진 것이지, 현재 중국의 상황을 보도했기 때문에 한국행이 어려워졌거나 탈북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금까지 탈북자와 관련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할 때, 잠재적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탈북 위치와 경로 등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는 보도가 나갈 경우 탈북 경로가 끊길 위험이 있고, 남북이 아닌 제3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탈북자들이 들어올 때는 어떤 공개 기준을 가져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북한 이탈 주민의 신변 안전을 우선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번 집단 탈북의 경우 제3국에 남아있는 잠재적 탈북자들의 신변 안전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고려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탈북을 대기하고 있는 제3국의 탈북자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의 통제뿐만 아니라 탈북자를 북한으로 되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중국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실제 이들의 한국행은 물론 중국 내의 체류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정세현 "정보기관 관여한 선거용"
잇따른 정부의 탈북자 발표가 정보기관이 동원된 총선용 '북풍'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누가 봐도 선거용"이라며 "(탈북자 발표 시점이) 시간적으로 선거와 좀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그 사람들끼리는 그렇게 (탈북을) 못한다"며 "이것은 정보기관이 관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13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의 신속한 탈북과 입국은 전례가 없는 일로, 정보기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이번 집단 탈북자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을 일 등을 저질러 심리적 동요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렇게 흔들리고 있을 때 뭔가 좀 공작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집단 탈북 사건을 사실상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류경식당의 사람들은 중국 정부도 인정하고 북한 당국이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들어와서 합법적으로 체류했던 사람들"이라며 "중국 당국에 절대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일부 주민들의 탈북 사건이 북한 체제 붕괴의 조짐이란 시각에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과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탈북했을 때도) 북한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무너지지 않았다"며 "이런 식으로 갖다 붙이는 것은 확대해석이고 견강부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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