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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과 연봉제, 이 정도면 세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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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성과 연봉제, 이 정도면 세계 최악" "OECD 회원국 3분의 2가 도입, 성공 사례 없다"
공공 부문의 성과 연봉제는 과연 공공 부문 개혁에서 꼭 필요한 일일까? 이미 공공 부문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던 다른 국가들에서는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을까? 그 답을 확인할 수 있는 토론회가 17일 열렸다.

양대 노총이 후원하고 공공 부문 노동조합들이 주최한 '공공 부문 성과 연봉제의 문제점과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 국제 토론회'에서 메리 로버트슨 국제공공노련(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PSI) 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성과 연봉제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한 가지 결론은 어떤 나라에서도 이 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PSI는 각국의 공공 부문 노동조합들의 국제 조직이다. 프랑스 페르네이 볼테르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148개국 650개 노동조합이 가입돼 있다.

"성과 연봉제 인기는 좋은데, 성공 사례가 없다"

메리 로버트슨 연구원은 "성과 연봉제는 1980년대에 민간 부문에서 시작해 공공 부문으로 확대됐고, 큰 인기를 누리며 OECD 국가들의 공공 부문 가운데 3분의 2에서 여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며 "그런데 성과 연봉제의 이런 인기를 감안할 때, 성과 연봉제가 목표를 달성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로버트슨 연구원은 "처음 접하면 성과 연봉제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이 제도 도입이 조직의 목표와 개별 노동자의 복지 양측에 실제로 해롭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 제도가 그렇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민간 부문의 회사들이 '성과 연봉제가 들이는 돈과 비용에 비해 가치가 없으므로 폐기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OECD도 회원국의 성과 연봉제 경험을 분석해 낸 보고서에서 공공 서비스에서는 이 방식이 잘 작동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으며 처리하기 어려운 부가적인 영향까지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으며, '이 제도는 실제로 성과를 낸 적이 없고, 아무리 잘 봐줘도 제한적으로 성공했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별 노동자가 자기 '점수 따기'에 열중하면 전체 성과에 해 미치기도"

특히 공공 부문에서 성과 연봉제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공공 부문의 재화와 용역은 복잡하고 다차원적 속성을 가지고 있어 그 성과를 정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 라인에서의 성과 측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공공 부문은 제조업 생산 라인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 성과 연봉제는 그 특성 자체가 "평가 가능한 성과물에 기반하는, 즉 쉽게 측정 가능한 산출 결과물을 필요로" 한다.

평가 가능한 성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공 부문에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면 "극단적인 경우, 공공 부문 노동자로 하여금 전체 성과에 해를 미치는 방식으로 대체 지표를 목표로 삼아 '점수 따기'에 열중하거나 혹은 시스템을 '속이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쉽게 말해,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 평가 기준이 되는 일만 열심히 하고,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은 대충하게 돼 전체적으로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4개 행정 기관에서 시행한 성과 연봉제에 대한 연구를 보면 "각 기관 노동자 대다수는 성과급이 동료를 도울 의사를 빼앗고 그로 인해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직원 간에 질투를 유발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그는 소개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도 "공공 부문 성과급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성 연구들을 보면 찬반 의견이 대립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성과급이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연구가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노 소장은 "성과급이 기업의 성과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도입 이후 단기간에만 이러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고, 특히 미국의 경우 공공 조직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공공 부문 성과급의 효과성을 비판하는 논문들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197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공공 부문에 성과제를 도입했다 폐지하는 일을 반복했는데, 2009년 <미국행정학회보>에 제출된 제임스 페리 인디애나 대학교 교수의 연구 논문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미국) 공공 부문의 성과급은 의도했던 역할 수행에 지속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영국도 1987년 공공 분야에 최초로 성과주의를 도입한 이후 "30년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노광표 소장은 말했다. 두 나라의 사례로 소개된 부작용은 공통적이다. 성과 평가를 위한 통계를 거짓으로 작성해 보고하거나 보상이 가장 높은 특정 항목의 점수를 높게 받는데만 집중하는 등의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정 비율 노동자 무조건 저성과자 분류하는 한국 제도는 특히 최악"

로버트슨 연구원은 특히 "전 세계적으로 성과 연봉제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증거들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한국의 공공 부문 성과 연봉제 제도는 특히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할당제 혹은 강제 분류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제도는 실체에 관계 없이 일정 비율의 노동자를 무조건 저성과자로 분류해 버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영자 측에서 최하위 등급을 이용해 성과가 낮은 직원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퇴출시킨다는 점에서 노동자가 관리자의 변덕에 휘둘리게 만들며,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제도에서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사이에 연봉 수령액 기준 최소 20%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렇게 큰 차이는 성과 평가에서의 불공정성의 결과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노동자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저성과자로 분류된 이들의 근로 의욕을 꺾어 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 정부가 내놓은 공공 부문 성과 연봉제가 "성과급 지급을 위한 추가 예산 없이 임금 총액을 직원끼리 서로 뺏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노광표 소장도 "성과 연봉제가 공공 부문에 전면 확대되면, 개인별 임금 차등에 따른 노동통제는 강화되며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 및 존재 의의가 부정될 뿐 아니라, 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것이며 평가의 일방성 및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부작용들은 결과적으로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노 소장의 전망이다.

로버트슨 연구원은 이날 발제에서 노동자가 단순히 "금전적 보상에서 가장 크게 동기 부여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은 업무 그 자체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 일하는 직장에 대한 충성도와 동료에 대한 친밀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더 넓게는 사회 전반에 대한 시민적 의무감과 책임감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내고 동기 부여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과 연봉제는 낭비이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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