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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건설, 국민 투표로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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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건설, 국민 투표로 정하자" [신지예의 녹색 수첩] "원전 정책, 젊은이들이 참여해야"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이 무산됐다. 애초 무리한 공약이었다. 그래도 막장 드라마가 하루 종일 방영되는 나라에서 무리한 일을 '무리하다'고 말하며 정리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프랑스 공항 설계 업체 ADPI가 한국 환경과 예산 문제에 큰 일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원전'(신규 핵발전소)에 대해서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울산에 신고리 5, 6호기 추가 건설을 허가했다. 이미 6기의 원자로가 부산과 울산에서 가동 중이고, 2기가 2017년 추가 가동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 단지이다. 여기에 2022년까지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되는 것이다. 내년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된다고 해도, 고리 지역은 핵발전소 아홉 개가 가동되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단지가 된다.

한 단지 안에 이만큼 여러 기의 핵발전소를 건설한 사례는 없다. 더 염려되는 것은 반경 30km 내에 거주하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대형 다수 호기 핵발전소를 가진 나라의 반경 30km 내에 거주하는 인구가 평균 70만 명이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반경 30km 내에는 341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다음 핵 사고가 일어날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꼽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어디 경상남도와 부산에 거주하는 380만 명만의 문제일까. 사실상 작은 섬나라인 한국은 도망칠 곳도 없다. 대한민국 시민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고작 9명의 원자력안전위 위원이, 고작 3번 만나고 거수를 통해 결정했다. 게다가 이들 중 5명은 7월 말에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지난 2년간 전력소비증가율은 전력 수급 기본계획 예측치보다 낮았다. 수요관리와 분산형 전원,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 가능한 대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핵발전소를 지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핵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단 하나다. 엄청난 예산을 맘껏 쓸 수 있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는 7년간 총 공사비 8조6000여억 원이 들어간다. 사업 과정에서 이 예산은 각종 이유로 증가할 것이기에 최종 사용예산은 아무도 모른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에게는 꿈의 사업이 아닐 수 없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를 마치 침체하는 지방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묘수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통해 지역경제에 3조9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유발될 것이란다. 또한, 강도 높게 인력 구조 조정을 벌이고 있는 조선업 분야의 용접공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만큼 현실적인 결과를 얻어낼지는 모르겠다. 설사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의 결과를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핵발전소가 이 나라에 세워지며 생기는 위험을 생각한다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이런 수조 원짜리 위험한 잔치를 여는 이들은 관료와 학계, 건설 업체들로 구성된 핵마피아다. 핵마피아들은 경제성도 없고 위험한 핵발전소를 계속 지으며 그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이들은 <성서>에 나오는 탐욕의 악마인 '마몬' 그 자체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 시민들의 삶과 안전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차라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기능을 해외 업체에 하청주는 것이 이 땅의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일로 보인다. 어떤 회사가 그것을 담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9명의 거수로 핵발전소 건설을 결정하는 것에 비해서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탈리아, 스웨덴, 대만 등의 나라가 했던 것처럼 신규 핵발전소 포기에 관련한 국민투표를 하자. 원자력안전위원 9명의 평균 연령대는 오십대 이상이다. 그들은 신고리 5, 6호기의 운영과 폐로에 대해 고민이 적을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는커녕 3, 4호기가 폐로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현재 태어나는 신생아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들이다. 정작 그 위험을 떠안고 살아가야 할 당사자들이 어떠한 결정 권한도 가지지 못하는 이 상황이 공정해 보이진 않는다.

신공항을 지었는데 장사가 안되면, 넓은 주기장에 고추라도 말리면 되고, 베를린에서 하는 것처럼 시민들의 공원으로 사용해도 된다. 핵발전소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가동 중일 때도 그렇고, 가동이 멈춰도 문제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은 10만 년이 지나야 그 위험성이 사라지는 폭탄이다.

10만 년은 인류가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위에서 언급한 세 나라 외에도 많은 나라가 탈핵(탈원전)을 선언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20대 총선 결과, 녹색정치인이라고 불렸던 녹색당 후보나 다른 정당의 환경시민단체 경력 후보 모두 낙선했다. 시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핵마피아와 싸워 줄 사람이 없다. 시민 스스로 두 눈 크게 뜨고 감시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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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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