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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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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울려라 [문학의 현장] 세월호 2주기 추모
기적을 울려라

줄을 올려라
멈춰선 대한민국이 항해할 수 있도록 닻줄을 올려라

바다 밑 잠든 생명이 귀항할 수 있도록
최후까지 닻줄을 올려라
파도보다 큰 통증이 몰려와도 물러서지 말고 올려라
소매를 걷어 붙이고 눈물을 끌어 올려라

4월 16일 세월은 더 이상 항해하지 않는다
멈춰버린 대한민국의 기적(汽笛)을 울려라
지금 올리지 않으면 더 깊은 곳으로 침몰한다
바닷물에 녹슬어 꿈쩍하지 않으면
도끼로 내리쳐서라도 닻줄을 끊어라

오늘이 멈춰 있는 곳은 어둡고 차가운 맹골수로

깊이 잠든 바다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꿈쩍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인양을 위해 닻줄을 끊어라
모두를 위한 평행수가 되도록 닻줄을 내리쳐라
힘이 부치면 도끼로 내리쳐라

뱃고동이 울릴 수 있도록 닻줄을 끊어라
먼저 내 몸에 묶인 닻줄을 내리쳐라

ⓒ프레시안(최형락)

시작 노트

못났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줄 알았다.
상처 보듬었을 때 그 내면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정권이 놔버린 우리의 끔찍한 한숨, 어이없는 눈물을 보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광장에서 말라갔고, 비바람 치는 바다에서 울었다. 너무 긴 시간 손발이 묶인 채 아이들을 그 안에 넣어 두었었다. 그걸 지켜만 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위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부림은 계속됐다.

어떻게든 인양하고 싶었다. 늦출 수 없다고, 지금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올려야 한다고, 그게 최선이라고, 이 땅에 침몰한 희망을 세우는 것이라고 믿었다.

우린 억지 쓰며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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