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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습니다>를 생방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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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습니다>를 생방송하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⑱] 피해자 찾기 생방송을 하라
아직도 그때 그 방송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1983년 한국방송(KBS)이 방송한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이산가족을 울렸고 아산가족이 아닌 나머지 대한민국 남녀노소도 울렸다. 모두가 텔레비전 앞에서 자기가 마치 이산가족이 된 것처럼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서 눈물의 상봉을 눈물로 지켜보았다. 만나고 싶어 하는 안타까운 사연에 시청자들은 모두 가슴이 미어졌다.

이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방송사의 전설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애초 하루만 하려던 계획은 이를 기획했던 안국정 프로듀서(전 서울방송 사장)도, 당시 이원홍 사장(전 문화공보부 장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폭발적 국민 관심에 무려 138일간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방송에 출연한 이산가족 5만여 명 가운데 1만여 건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이산의 아픔과 만남의 감격을 온 국민에게 전파를 통해 전달하면서 방송이 이뤄낼 수 있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 전설을 부활할 때가 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생방송으로 잠자고 있는 대한민국 방송의 전설을 깨워야 할 때가 됐다. 가습기 살균제에 조금이라도 노출된 사람의 수는 대략 10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 피해자 수는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림잡아 10~20%만 잡으면 100만~200만 명이 된다. 1~2%만 잡아도 무려 1만~2만 명이 된다. 중간으로 5~6%로 잡아도 25만~30만 명가량 된다. 우리가 찾아내야 할 사람이 아직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정부(정확하게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 신고를 한 사람은 6월 30일 현재 모두 3698명이고, 사망자는 701명으로 집계됐다. 이 문제가 올해 검찰의 본격 수사로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5월과 6월 집중적으로 신고가 늘었다. 언론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알게 돼서 신고한 사람도 있고 그동안 알고 있었지만 현재 건강 상태가 괜찮아서, 경증이어서, 귀찮아서 등의 사유로 신고하지 않고 있던 사람이 마음을 바꾸거나 용기를 내어 신고한 경우도 있다.

'생방송 가습기 피해자를 찾습니다'로 피해 신고 수 크게 늘 것

KBS 등 공중파 방송이 만약 33년 전 했던 남북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과 비슷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 특별 생방송을 며칠 또는 일주일가량 한다면 분명 신고자 수는 지금보다 몇 배 내지 몇 십 배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지금은 새로 종합 편성 채널이 생겼으니 종편 채널이 생방송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생방송을 한다면 기존의 피해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아직 판정을 받지 못했지만 신고한 사람 등의 사연 등을 들려주어 어떤 가습기 살균제를 어떻게 사용하다 어떤 증상을 느꼈는지를 방송을 통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대담이나 토론도 좋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 몸을 던져온 피해자와 그 가족, 환경 시민 단체의 활동도 소개할 수 있다. 피해자가 전국에 걸쳐 있으므로 지역 방송과 연결해 지역에서도 생방송을 하며 피해자와 신고자의 사연을 소개할 수 있다. 만약 '생방송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습니다'를 할 때 '어떻게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것이 좋을까'는 방송사가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방송, 특히 KBS는 홍수나 태풍 등 때 재난 방송을 해야 하는 재난 주관 방송사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가 재난 또는 사회 재난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하는 전문가도 있는 만큼 KBS가 이런 방송을 할 의무와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가습기 살균제 생방송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으로 3등급과 4등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 폐 질환 이외 인정 기준을 만드는 것,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구제, 정신적 상처 치유 등 많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의 기초는 역시 실제로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는데도 아직 자신을 드러내거나 드러나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다.

환경부 등 정부, 한 명이라도 더 찾겠다는 의지 부족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그동안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 찾기와 관련해서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사실 피해자 찾기는 정부 예산 수백억 원을 들여서라도 해야 하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피해자 찾기에 열성을 다했더라면 적어도 2012년부터는 수십억 원 내지 수백억 원의 홍보비를 책정해 TV 광고와 모든 중앙 일간지, 지방 일간지, 주요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피해자를 찾는 대대적 광고를 했어야 한다. 정부가 판단 잘못과 안이함을 인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추경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일에 국회가 토를 달지 않을 것임은 물론 오히려 더 북돋워줄 것으로 생각한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피해자 찾기는 피해자 찾기 문구와 연락처를 넣은 수만 내지 수십만 장의 포스터와 플래카드를 만들어 전국 각 도시와 주민자치센터에 붙이는 것이다. 플래카드를 10만장 만들고 1장 제작, 설치비가 3만원 든다면 30억 원이면 해결된다.

이밖에도 1980년대 중반 에이즈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자 영국이 에이즈 유행을 막기 위해 펼친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당시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에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에이즈의 정체와 전파 경로, 주의 사항 등을 담은 보건부 장관 이름의 편지를 전 가정에 보낸 바 있다. 이것은 영국에서 에이즈가 창궐하는 것을 막은, 매우 훌륭한 전략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우리는 왜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가. 환경부 장관 이름으로 전국 각 가정에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사진들, 폐 질환과 그 외의 예상 증상, 그리고 피해 판정 절차를 담은 편지를 보내면 안 되는가. 한 가정 당 편지 발송 비용이 400원이고 1500만 가구에 보낸다고 한다면 60억 원이면 된다. 정부에 60억 원이 없어서 이를 못했던 것인가. 이는 환경부뿐만 아니라 첫 피해자 조사·판정을 벌였던 보건복지부 등 정부 전체의 잘못이다.

사건 자체를 잘 모르거나 알지만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 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를 찾아내거나 물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했음에도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많이 나올수록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복지부동한다는 것이다. 또 혹 피해자 발생에 대해 정부에게 민형사상 피해 배상과 책임을 묻게 되면 피해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고 책임을 묻는 강도가 그만큼 더 세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말 이런 해석이 맞거나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면 정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이 서글퍼지고 분노가 절로 치밀게 된다. 이제 이런 지적이 사실이 아니라 오해와 억측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피해자 찾기에 적극 나서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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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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