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대통령 "오바마-김정일 정상회담 반대 안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선일보>, 일본의 <마이니치>, 영국의 <더 타임스>와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들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다만 '통미봉남'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는 (한국과) 더 강한 협의를 통해서 갈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오바마 정권은 북한 인권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에 인권문제도 대두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북한이 오바마 정권이 들어온 데 대해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나의 진정한 애정을 김정일도 언젠가 이해할 것"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는 남북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 정부의 의견, 대한민국 국민의 의견을 아마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정권 말에 조금 쫒긴 감이 있는 부시 정권 보다도 (한미)양국이 서로 협의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과거엔 (역대 대통령이) 임기 중 한 번씩 만났는데, 나는 필요하다면 (김 위원장을) 여러 번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진정으로 북한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북한 국민과 북한에 대한 나의 진정한 애정을 김 위원장도 아마 언젠가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 장소는 고려돼야 한다"며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형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당선인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정권인수하고 나서 이 문제를 자세히 검토하다 보면 더 자세히 이해될 것이 있다"며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한미 FTA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회에서) 통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놨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가 당선된 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는 미국 산업의 척추(backbone)'라고 얘기한 것을 잘 이해한다"며 "그러나 취임 후가 되면 많은 점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근 오바마 당선인과의 전화통화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오바마가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서 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는 데 초석이 되도록 하자고 본인이 먼저 강하게 말한 것으로 봐서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관계는 변함이 없고 더 강화될 것"이라며 "오바마가 아시아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깊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은 독도라든지 영토문제에 관한 한 일본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우리 국민은 일본 일왕 방문을 받아들일 만한 자세가 지금 어느 정도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아시아의 평화, 공동 번영을 위해 일본이 나갈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며 "한일 간 문제를 놓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이 전후 독일의 사례를 따라 아시아 침략행위에 대해 진정하게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강만수 장관, 내년 2월에도 국제회의 가야 하는데"…개각설 일축

개각 가능성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면 새로운 정치 방안을 내놓곤 했었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매우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을 계기로 새로운 것을 내놓고 그런 것보다는 그냥 꾸준히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쇄신이다 하는 것은 과거식 방법이고 독재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 쓰는 방식"이라며 "적시(適時)에,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으로 바꿔나가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만 신뢰가 없는 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모든 나라 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방어막을 쳤다.

이 대통령은 "국제 회의 등에서 얼굴이 너무 바뀌는 게 문제"라고 전제한 뒤 "12월에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재무장관 회의에 참가해야 할 일이 3번 있을 것이고, 2월에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 대면접촉)"라고 말했다. 내년 2월까지 '개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

또 이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하고 일류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기본은 법질서가 지켜지는 것"이라며 "다른 것은 몰라도 법질서는 예외 없이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임기 말에는 뭔가 사회가 달라졌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꼭 만들겠다"며 "내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한 조치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매우 민주적으로 하겠지만, 조용히 매우 엄격하게 법질서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인터뷰는 지난 9일 낮 약 1시간45분 동안 진행됐다. 애초 10개 정도의 질문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점심 약속을 늦춰가며 "더 질문할 게 없느냐"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