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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우왕좌왕'…야권 "'MB 입'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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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우왕좌왕'…야권 "'MB 입'이 화근" 북측 개성관광 중단 발표에 정치권도 부산
북한의 개성관광과 남북한 철도운행 중단 발표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북 문제에 대한 각 당의 기존 입장은 북측의 이번 발표를 통해 더 명확해졌지만 한나라당의 태도는 더욱 애매해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대북정책을 좀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황진하 통외통위 한나라당 간사는 "우리가 흔들리거나 더 양보해선 안 된다"고 강경론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고 했다가 "나는 강경파가 아니다"고 하는 등 상반된 시그널을 내놓는 것과 닮은 꼴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오락가락'은 전략적 모호성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우왕좌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냉온탕을 오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현 상황을 야기했다고 질타를 가했다.

3가지 기류 공존하는 한나라당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24일 개성관광 중단 통보에 대해 공식 논평을 통해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북한당국이 저렇게 버티기로 나올 땐 뭔가 다급한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이라면서 "저렇게 뺄셈 전술로 시작해서 언젠가 밑천 떨어질 때쯤이 되면 큰 인심 쓰듯 손 내밀어 원하는 것을 받아간다는 것을"이라고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차 대변인은 " 우리가 북한 당국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냉정히 내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북한 동포들이 저 버티기 전략 때문에 또 얼마나 생고생을 해야 하나 걱정되기 때문이다"고 대화의 여지를 닫지 않았다.

차 대변인은 "진짜 인민을 위하는 남북관계가 무엇인지를 통 크게 생각해 봅시다"라며 북측을 자극하는 표현을 삼가려 애쓰기도 했다.

반면 육군 장성 출신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벼랑 끝 전술을 계속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자꾸 그런 걸 쓴다고 해서 우리가 좌지우지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도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꾸 개성공단이 어떻고, 개성관광이 어떻고 그래서 북한이 그렇게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 얼마나 좋은 것이 나오겠나"라면서 "개성 공단을 폐쇄하거나 하지 않길 바라지만,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때 누가 더 손해인가 생각해 보면 북한이 답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KBS라디오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에 출연해 "정부가 대북정책을 너무 경직되게 수행한다는 여론이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로, 열광적인 지지로 정권을 잡아 1년 동안은 대북관계에 있어서 보수주의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내년부터는 전체적으로 남북관계를 좀 더 폭넓게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북정책이 다소 수정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확답했다. 청와대나 정부의 공식입장과 달리 현 대북정책이 '보수적'임을 시인한 것.

하지만 그는 '북측이 꾸준히 요구하는 6.15, 10.4정신의 이행 여부 아니겠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그것은 검토를 해봐야 될 것 같다"면서 "그 당시에 6.15 정신 중에서 상당히 한국 정부가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선별수용론을 제기했다.

이날 세 사람의 발언은 여권의 '대북 강경론(황진하)-중도파(차명진)-대북정책수정론(홍준표)'라는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지형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본질적으로는 강경론자의 비율이 가장 높지만 이들은 날로 경색되어가는 남북관계 속에선 대체로 말을 아끼고 있다. '부담 없던' 야당 시절의 주장을 반복할 순 없기 때문이다.

"부시한테 '내가 당신 좋아한다'말 들어서 기쁜가?"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이 문제'라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우려를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 문제는 한 번 꼬이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이명박 정부가 너무 못한다. 정말 아마추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성공단 문제는 지금 민주당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국민 모두 걱정하는 사안이 되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만 느긋하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라고 얘기해서 깜짝 놀랐고, 또 22일에는 부시통과 만나 기존의 강경정책을 다시 재확인하는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가 됐는데 적절치 않은 행보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나 강경정책에 대해 상호 입장을 확인할 것이 아니라 오바마 당선자와 만나 어떻게 남북 문제를 조율하고 교감해서 풀어낼 것을 고민할 시점이다"고 촉구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민주당 정 대표와 마찬가지로 "남북단절이 불가피한 수순으로 전개되는 지금 대통령은 또 한번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말로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흡수통일 입장을 다시 천명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오락가락한 발언을 반복하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관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냉탕과 온탕을 오고갔다. 그러나 최근의 발언과 정부의 움직임은 대통령의 속내가 여전히 대북 강경론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권좌에서 물러나는 부시 대통령에게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어 기쁘신가. 오바마 당선자의 '강력하고 직접적인 외교' 전술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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