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공조를 기축으로 하는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의 이른바 '민주대연합' 논의와 함께 경제 문제를 골자로 하는 비상경제시국회의의 본격적인 행보는 '반MB전선'의 양대축의 형성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아래로 부터의 자발적 저항'이었던 촛불집회와 달리 '위로부터의 연대'인 연석회의가 기대만큼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사회당,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생민주국민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감세 중단, 서민복지대책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3대 방향과 10대 정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6일에는 옥외집회를 갖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동 의견을 제출하는 등 연대의 폭을 넓힐 여정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참석해 "비상 시국회의가 위기 극복 위한 국민통합의 구심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야당 대표들이 총출동했다ⓒ프레시안 |
"사진 찍는 모임으로는 신뢰 회복 못 해"
이날 정세균 대표는 "각계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반성과 성찰을 했다. 민주당이 두 가지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지난 10년 집권하면서 사회양극화 확대를 잘 막았어야 했는데 노력했지만 부족했다는 점을 솔직히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경제위기, 평화위기, 민생위기까지 그야말로 삼중고가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함과 무책임함과 무모함이 이 사태를 불렀다"면서 "비상 시국회의가 위기 극복 위한 국민통합의 구심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 차원의 지원사격을 약속했다.
그는 "10대 요구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민생 경제살리기에 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부족하지만 한쪽으로는 채찍을 드시되 다른 한쪽으로는 민주당을 잡아주셔서 함께 해결해야할 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정 대표의 참석 여부에 대해 고민했으나 최근 '민주대연합' 논의의 촉발 등을 계기로 직접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회의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도 모습을 드러내 동교동의 관심을 짐작케 했다.
김근태, 이미경, 이종걸 등 민주당 내 개혁블록인 '민주연대'의 핵심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민주당은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공식 참여단체는 아니지만 교감의 폭을 넓히기로 함에 따라 막바지에 이른 한나라당과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을 대표한 권영길 의원은 "이 정부는 총체적으로 이 나라를 파탄내고 있다"면서 "IMF외환 위기 때 무너진 이 나라를 노동자, 농민, 서민의 희생으로 일으켰는데 이 정부는 노동자들 농민, 서민을 짓밟아서 부자들만 살리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정부의 예산은 전면 거부해야 한다. 막는데 있어 어떤 거래도 았을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안을 비롯해 감세 법안 등에 대한 물밑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당을 압박하는 발언이다.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비상경제시국회의'가 국민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이 자리에서 몇 가지 확인돼야 할 게 있다"면서 "우선 국민의 삶을 지키는 구체적 대안을 가지고 이명박 정권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의 삶을 지키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가지고 책임있게 관철시키는 연대가 필요하다. 추상적인 선언만 하고 사진 찍는 모임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민주대연합' 논의에 적극적인 반면, 기존 세력 중심의 연대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진보신당의 입장을 반영한 발언이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고 실천방도를 마련하는 대토론회를 다음 주까지 열 것을 제안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산안 처리가 첫번째 관문 될 듯
이처럼 이 회의체가 정치적 성향과 속내는 제각각이지만 당분간 야권과 시민사회진영 공조의 매개가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러나 이 회의체의 파괴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아직은 다수다. '이 회의가 빈신자유주의 성격을 띄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한 참석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말 그대로 회의체다. 느슨한 회의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회의체가 민생과 경제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은 정치적 의미의 '민주대연합'에 관심이 더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이 인사들은 "민주대연합과 민생 문제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 인사는 "쉽게 말해서 다 반MB로 통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안 정국에서 한나라당에 어느 정도라도 양보를 한다면 이 회의의 한 축은 무너지고 이는 민주대연합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고비를 넘어서면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는 회의가 순항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선거 공조'의 수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가 사실상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다음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채택된 3대 방향 10대 요구안 전문이다.
※ 3대 방향 1. 재벌대기업과 부유층이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합니다. IMF경제위기 이후 10년은 대다수 국민들인 서민-중산층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10년이었습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 또다시 서민-중산층 의 고통분담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동안 성장의 과실을 얻어온 재벌대기업과 부유층의 더 많은 책임과 희생이 전제되어야 전 국민이 합심하여 경제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극소수 부유층, 재벌대기업만을 위한 감세정책은 철회해야 마땅합니다. 자구노력 하나 없는 건설업계에 대한 국가재정 퍼주기 정책, 대책 없는 건설경기부양에 목을 매는 정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2. 국가 재정지출은 서민-중산층의 민생대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영세상공인의 도산과 폐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물가폭등과 가계소득의 저하로 대다수 서민-중산층 가계가 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 비정규노동자와 실직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서민가계 안정을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위기 한파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복지확충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급선무입니다. 부유층 특혜 감세 및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건설업계 지원을 중단하고 나랏돈을 서민려澁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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