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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자유 '무력화'하는 집시법의 5가지 독소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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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집회 자유 '무력화'하는 집시법의 5가지 독소 조항 [법치의 표리(表裏)]<14> 위헌적 조항과 적용이 넘친다
최고법인 헌법은 제21조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집회및 결사의 자유를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에 대한 사전 '허가제'를 헌법상의 명문규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이 중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를 구체화한 하위법률이 바로 우리가 보통 집시법이라고 흔히 부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다. 따라서 집시법은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국민적 기본권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현행 집시법은 집회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본연의 사명에서 비켜나, 오히려 집회의 자유 '제한'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문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시법의 규정들을 찬찬히 훑어보면 헌법이 국민에게 부여한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형해화시키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적잖이 발견된다. 그리고 문면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어보이는 집시법 조항들이라 할지라도 그 해석 및 적용의 단계에서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쪽으로 잘못 적용되는 조항도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집시법 제1조는 "이 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보다는 '공공의 안녕질서'라는 미명하에 집회의 자유가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집시법 제1조가 집시법의 여타 다른 조항들의 해석과 적용에 기준이 되는 목적조항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에도, 집회의 자유를 자유답지 못하게 만드는 집시법의 적용은 잘못된 것이다.

대표적 악법조항, 야간옥외집회금지규정
▲ 현행 법대로라면 지난 10일의 집회도 '불법'이 된다ⓒ프레시안

우선 첫째, 집시법 규정들 중 모법인 헌법상의 집회의 자유를 형해화시킬 수 있는 악법조항으로 제10조의 야간옥외집회금지규정을 들 수 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야간에 이루어지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단서에서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가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해

관할경찰서장이 몇 가지 조건적 상황 하에서는 경찰서장의 재량에 의해 야간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예외를 열어놓았다.

그러나 이 야간옥외집회에 대한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이야말로 최고법인 헌법이 명문규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에 해당할 수 있다. 원래 법에서 '허가'란 '자연적 자유에 속하는 자유를 일단 일반적으로 금지한 후에 특정한 경우에 한해 그 금지를 해제해 주는 행정처분'이라고 정의된다.

야간옥외집회금지규정은 이 '허가'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조문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야간옥외집회에 대한 원칙적 금지규정을 통해 자연적 자유에 속하는 '집회의 자유'를 일반적으로 금지한 후에 관할경찰서장의 재량에 의해 예외적으로 일부 야간옥외집회는 허용해 줄 수 있게 함으로써 특정한 경우에 한해 그 금지를 해제해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서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해 집회를 사실상 경찰서장의 '허가사항'으로 만들고 있는 위헌적 규정인 셈이다. 특히 야간옥외집회금지규정은 주간에는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고 야간이 되어야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하지 말라는 조항이 될 수도 있다.

애매모호한 제한 규정

둘째, 집시법 제5조는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집회에 대해 규정하면서 제1항 제2호에서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집회에 포함시키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위협을 느낄 것' 등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규정들인가.

집회의 자유와 같은 표현의 자유 제한에는 명확성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된다. 즉,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들은 어떤 경우에 집회의 자유가 어떻게 제한되는지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명확히 알 수 있게 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규정으로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의 소지가 높다.

나아가 이런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집회금지 규정은 경찰 등 공권력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권력을 발동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다.

예를 들어, 화물연대나 민주노총이 과거 폭력시위를 했다고 해서 이 단체들이 개최할 미래의 집회까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집회"라 주장하면서 금지한다면, 이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집회를 과거 전력만을 이유로 불법집회로 치부해 버림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불법집회 낙인찍기'에 다름 아니다.

집회 필요한 장소를 원천봉쇄하는 규정

셋째, 집시법 제11조는 일정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를 봉쇄하고 있다. 즉,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대통령 관저, 삼부요인의 공관,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의 옥외집회를 금하고 있다. 이들 삼부 최고기관이나 외교기관들의 원활한 업무수행에 옥외집회가 차질을 줄 수 있어 이런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기관들 앞의 옥외집회야 말로 집회자측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고 국정운영에 반영시킬 수 있는 집회이다. 집회의 자유가 그들의 목소리를 통상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국정운영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소수자 및 약자가 같이 모여 집단적 의사표명을 할 수 있게 하는 권리라고 봤을 때, 거꾸로 이런 기관들 앞의 집회야말로 더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 연방대법원 앞이 낙태, 동성애 등 사회적으로 논란거리가 되는 판결이 내려질 즈음이면 항상 옥외집회자들로 대만원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넷째, 집시법 제12조는 교통소통을 위해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즉, 관할경찰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이를 금지할 수 있으며 집회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도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주요 도로를 대부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로에 포함시켜 놓았다면, 이들 도로에서의 집회는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관할경찰서장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얼마든지 금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라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규정을 통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높다.

사실상 '경찰서장 허가제' 적용되는 집시법
▲ 경찰은 법률 적용의 최고 기관인가ⓒ프레시안

더 큰 문제는 집시법의 '적용단계'에서 위에서 이야기 한 위헌적 독소조항들에 근거해 집회 개최지 관할경찰서장이 신고된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시법 제8조가 이를 규정하고 있다. 경찰서장의 집회금지통고권이 남용되면 사실상 집회는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운용되는 것이고 이것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우리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위헌적인 법적용이 된다.

집시법 제6조는 집회주최자가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가 헌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에 대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는 근본취지를 놓고 봤을 때, 집회에 대한 '신고제'란 신고만 하면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신고제'가 되기 위해서는 신고서 접수 후 48시간 이내에 관할경찰서장이 내릴 수 있는 집회금지통고는 아주 예외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찰서장의 집회금지통고는 남발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5월부터 이달초까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열려던 민생·시국 관련 집회 42건이 관할경찰서장에 의해 모두 금지통고처분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그 증거다.

위헌적인 독소조항들을 확대해석하고 자의적으로 적용해 이를 불법집회로 예단하고 금지하는 금지통고처분이 남발된다면, 집회에 대해 신고제를 규정한 법의 취지는 몰각되고 경찰서장의 금지통고처분이 사실상 집회 개최의 허, 불허를 결정하는 것이 되어 신고제가 아닌 위헌적 허가제로 집시법의 신고제 규정이 운용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법치주의는 헌법 정신을 적용하는 것

그러면 이 위헌적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우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최고법인 헌법이 국민들에게 부여한 집회의 자유를 형해화, 무력화시키는 위헌적인 독소조항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이 조항들을 개정해야 한다.

물론 국회의 법개정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 것이다. 그 때까지는 경찰, 검찰, 법원 등이 기존의 집시법을 적용함에 있어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의 정신이나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집시법 제1조의 취지에 맞게 집시법을 기본권 친화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집시법상의 위헌적인 독소조항들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집회금지 일변도로 나아가는 것이 '법치주의'가 아니다. '진정한 법치주의'는 최고법인 헌법의 정신에 맞게 집시법을 집회의 자유 '제한'보다는 '보장'의 측면에서 유연하게 해석 적용하면서 국민들이 응당 누려야 할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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