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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훈풍에 밀린 MB정부, '우왕좌왕' '부랴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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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훈풍에 밀린 MB정부, '우왕좌왕' '부랴부랴' '그랜드 바겐' 구상은 찬밥…<뉴욕타임스>에는 '푸대접'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 분위기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구설이 적지 않다.

북한의 핵포기와 안전보장, 경제적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취지로 모처럼 제안한 '그랜드 바겐' 구상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찬밥' 취급을 당했다. 또한 현지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는 홍보 라인의 실수로 지면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푸대접을 받았다.

그 동안 일관되게 대북 강경론을 견지해 왔던 이명박 정부가 북미 '화해 모드' 속에서 갈 길을 잃고 좌충우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대화하자면서 '후계자' '5자 협의' 언급하는 '부실 외교'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은 미국 현지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할 때가 되긴 했다"면서 이같은 구상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언은 현지에서 감지한 미국의 대북 접근 의지가 한국에서 느꼈던 것 보다 강하다는 걸 파악하고 거기에 보폭을 맞추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분석된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현지 시간)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를 열고, 되돌릴 수 없는 협상 조건을 통해 일괄타결에 이를 수 있는 방안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기존의 단계적 이행방식을 당장 수정하지는 않을 태세다.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접근방식의 변화는 아니다"는 미 고위 관료들의 언급은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치밀한 외교적 고민 없이 던져진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론'에 대한 미 정부 전반의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화할 때가 되긴 했다"면서 북미 훈풍에 뒤늦게나마 동참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은 그나마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여전히 북핵 해법을 둘러싼 모순적인 언급을 연이어 내놓고 있어 그 실효성을 둘러싼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안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든 나쁘든 간에 공산국은 지도자가 보통 60세를 넘으면 후계자를 결정하는 관례가 있어 건강과 관계없이 후계구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특수성과 그 동안 남북관계의 전례를 감안할 때 북한의 '후계자' 문제를 대통령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대화를 통한 일괄타결을 앞세우면서도 지극히 민감한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를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는 것은 '대화'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북한을 제외한 5개 당사국들간의 협의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자는 '5자회담' 구상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외교협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을 천명하면서 동시에 "북핵 폐기의 종착점에 대해 확실하게 합의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행동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5자 간의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가질 한중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찬장에서 만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이 문제를 직접 제안하면서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지만 성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갈길 먼 '그랜드 바겐'…홍보라인 실수로 NYT에서 '푸대접'

현장에서 허둥지둥 대응하다 보니 엉뚱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21일 오전 이뤄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이뤄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 구상을 포함한 북핵 문제 해법,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와 G20 금융정상회의의 주요 의제 등을 폭넓게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은 지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인터뷰 직후 열린 미외교협회 등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랜드 바겐' 구상을 포함해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의 대부분을 똑같이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 홍보라인의 '실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단독 인터뷰 내용이 보도될 시점을 고려하지 못해 같은 메시지가 다른 자리에서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발언들은 곧바로 한미 주요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다.

다음 날 지면을 통해 인터뷰 내용을 내보내려던 <뉴욕타임스>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터뷰 대신 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다"면서 "북핵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려는 시도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far-fetched)"는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의 언급을 소개한 배경에는 이런 혼선이 상당 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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