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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선거제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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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선거제부터 바꿔라! [하승수 칼럼] 개혁은 비례대표제부터
탄핵이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5월 9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릅니다. 이미 각 정당은 경선에 돌입했습니다. 5월 10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든 대선 판을 흔들려는 기획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15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개헌특위 간사들이 합의했다는 '3당 단일 개헌안' 발의가 그런 기획의 하나입니다.

대선전 개헌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라는 주장을 해 대선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기획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략적인 개헌 추진은 주권자인 시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민심을 읽기에, 바른정당,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조차도 대선과 동시 국민투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대선 전까지는 정치권에서 어떤 기획을 해도 민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얄팍한 기획에 속지 않을 만큼 시민은 현명합니다. 오히려 얄팍한 기획을 추진하는 세력은 시민 분노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새로운 대통령이 맞이할 정치적 조건은 여소야대 의회입니다. 국회는 현재 원내 5당 구도입니다. 이 구도에서는 어떤 개혁입법의 통과도 쉽지 않음이 지난 몇 달 간 증명되었습니다.

각종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검찰개혁, 관료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쌓여 있는 과제는 많은데, 정작 국회에서 법이 통과가 안 되는 상황이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이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13%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사주는 의결권 제한이 있어서 의결권 행사가 어렵습니다. 이를 풀기 위해 삼성전자를 두 개 회사로 쪼개고,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적분할이라는 형식을 이용해서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시도입니다. 이를 막기 위한 소위 '이재용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습니다. 상법 개정법안인데, 이 법이 통과되지 않고 국회에 묶여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고, 야당 사이에서도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만약 이런 사이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해 버리면, 법이 시행되어도 사후약방문에 그칩니다.

이처럼 지금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아주 활발합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재벌은 재벌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기획하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촛불은?

촛불의 기획과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 때까지는 탄핵과 퇴진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 목표는 이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다들 고민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거법 개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국회판, 정치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회판을 바꾸는 방법은 국회를 구성하는 규칙(rule)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탄핵이후 개혁의 첫 단추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게 해야 정당들이 개혁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가지게 됩니다. 정당표를 얻기 위해서는 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정책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에 반대하는 정당은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가 되면, 유권자 입장에서도 개혁에 대한 입장, 정책에 대한 입장을 평가하여 각 정당을 심판하기가 좋아집니다.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국회개혁, 정당개혁을 요구하는 범시민적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강고한 정치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치기득권과 결탁하여 이권을 챙기는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을 시민 통제 아래에 둘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당도, 정치인도 모두 정치시스템 아래에 있습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규칙을 바꿔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바뀝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국회를 움직일 방법이 없습니다.

아마도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입니다. 이어 사드, 가계부채 등 당면 현안을 푸느라 새로운 정권은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국회는 새로운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에 제동을 걸 것이고, 각종 개혁입법은 지지부진할 것입니다. 이것이 올해 하반기에 예상되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촛불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적폐청산을 비롯해 숱한 개혁과제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정당개혁의 3종 세트입니다. 선거법, 국회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바꾸는데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과제입니다. 이 개혁을 요구하며, 촛불이 국회를 포위할 때 시민혁명은 완수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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