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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이 90% 차지하는 최악의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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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이 90% 차지하는 최악의 선거제도 [하승수 칼럼] 이 선거제도로 2018년 지방선거 치를 수 없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현 자유한국당 후보)는 2014년 경상남도지사로 재선되었다. 그리고 무상급식 중단 등 정책을 밀어붙여 갈등을 빚었다. 주민들이 주민소환을 추진해서, 소환투표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도지사가 독단적인 정책추진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동안 도의회는 무엇을 했느냐' 이다.


그러나 경상남도의회의 실상을 보면, 도의회가 홍준표 도지사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14년 경상남도의회 선거결과는 59.19%의 정당지지를 얻은 새누리당이 90.91%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55명의 도의원 중에 새누리당이 50석을 차지했다. 이런 구성의 도의회가 도지사를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이다. 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2석, 노동당이 1석을 차지했을 뿐이었다.

2014년 경상남도의회 선거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광역의원의 90%를 지역구에서 1등하면 당선되는 선거제도(지역구 1위 대표제 또는 상대다수 소선거구제라고 부른다)로 뽑고, 겨우 10%만 비례대표로 뽑기 때문이다. 그런데 50%대의 득표율로도 지역구는 싹쓸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불일치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선거이다. 경상남도에서도 야당지지율이 합치면 40% 정도 된다면, 도의회내에도 야당의원이 40%는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제도는 50%대의 득표율로도 90%이상의 의석을 특정정당에게 주고 있다.

경상남도와 반대로 전라남도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67.14%의 득표율로 89.6%의 의석을 차지했다. 12.31%를 얻었던 통합진보당은 58석의 전라남도의회 의석 중에서 겨우 1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이처럼 한국의 광역의회(시, 도의회)는 선거 때마다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심각하게 불일치해 왔다. '표의 등가성'은 완전히 깨어진다. 그리고 한 정당이 의회의 90%를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수도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8.9%의 득표율로 경기도의회 119석중 115석을 차지해서 96.7%의 의석을 차지했다. 당시에 서울시의회 상황도 비슷했다. 서울시의회에서도 한나라당이 지역구를 100% 싹쓸이하면서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지금의 선거제도로 치를 경우에는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선거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느 정당에게 유리할 지는 아직 모르지만, 특정 정당이 의회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회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된다.

기초의회(시.군.자치구의회)는 지역구 선거를 2~4명이 당선되는 중선거구제로 하기 때문에, 광역 의회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초의회에서도 영.호남에서는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차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도 거대정당이 1선거구에 2석씩 배정된 의석을 1석씩 나눠먹는 일들이 벌어져왔다. 이런 식의 선거제도로는 소수정당이나 풀뿌리 정치세력의 진출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획일화된 지역정치는 결국 지역의 부패와 예산낭비, 생활환경의 악화 등으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청년들의 정치적 진출도 가로막혀 있다. 청년들은 당선가능한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에서도 2030대 청년비율이 1%에 불과하지만, 지방의회에서도 청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성들, 소수자들의 지방의회 진출이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의회 내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광역의회가 14.3%, 기초의회가 25.2%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지방선거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부터 제대로 되어야 한다.

독일같은 국가에서는 지방의회 선거도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한다. 그래서 지방의회에도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진입을 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벌어진다. 전국정당 만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둔 유권자단체(일종의 '주민정당', '자치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도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낼 수 있고, 실제로 당선도 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기득권주의라는 얘기를 한다. 지방자치가 아니라 토호자치라는 얘기를 한다. 실제 현실이 그렇다. 지금의 지방선거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뿌리에서부터 썩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대선 직후인 5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역 부근 철도회관에서 정치개혁운동을 위한 전국워크숍이 열린다. 이 워크숍을 시작으로 대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운동이 범시민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다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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