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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정치파동, 그리고 '사드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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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정치파동, 그리고 '사드 파동' [기고] 사드를 '정쟁 도구'로 인식하는 정치권 행태
부산정치파동은 1952년 5월 25일 이승만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부터 시작해서 7월 7일 이른바 발췌개헌안이 통과되기까지 전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치적 소요 사건을 말한다. 이승만은 국회 내 지지 기반의 약화로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하려 했다. 이를 위해 정치 깡패들의 관제 데모를 부추기고, 개헌안을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들에게 폭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파동은 전쟁의 경과와 한국의 정정 불안에 예민한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과 유엔을 긴장시켰다. 유엔을 대표하여 한국에 나와 있던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 관리들은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와 야당 인사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미국은 한국인보다 더 심각하게 한국의 안보를 걱정했는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파동이 가져올 파국을 막고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승만 제거도 염두에 둔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부산정치파동은 전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제 정신을 가진 정치가들이라면 전쟁이 일어나면 하던 정쟁도 멈추고 거국일치 내각을 수립하여 전쟁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모으려고 애쓰지 않겠는가? 전선에서 젊은이들이 연일 피를 흘리며 죽어 갔지만 한국의 집권층과 정치가들은 국가적 위기상황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후방에서 태연하게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정쟁을 벌였다.

어떻게 그런 비정상적 행태와 몰상식한 태도가 가능할 수 있을까? 한국의 안보는 어차피 미군과 유엔군이 지켜줄 것이라는 인식이 나라의 운명은 제쳐두고 자신의 정치적 사리사욕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만든 것은 아닐까?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주에 미군의 사드가 전격 배치되더니, 이번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국에 사드 비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은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조차 사드가 인구의 대다수가 밀집한 수도권 방어에 무력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바이고, 미국 군부는 사드가 그들의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운용되는 미사일 방어 체계의 일환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발설한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자동차 판매가 반토막이 나고, 중국 유커의 방한이 급감했으며, 중국에서 한류가 위축되고 혐한류가 확산된다는 기사들을 통해 한국인들은 이미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외교적 손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가도에서는 여전히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여부가 후보들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사드 배치 신중론과 비판론이 불순한 안보관으로 공격받으며, 미국의 비용 요구에는 그럴 리가 없다든가 그것은 좌파 집권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맹목적 안보관과 색깔론이 버젓이 유통된다.

부산정치파동으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드 파동은 미국인보다 더 미국을 걱정해주는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한미동맹의 미담으로 남을 것인가, 또는 초라한 모습으로 사드 비용 청구서를 손에 움켜쥔 채 국제사회의 미아가 된 슬픈 자화상으로 귀결될 것인가?

매년 봄 한국에서는 안보위기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언론에는 북한위기가 부각된다. 공교롭게도 4~5월은 미국 국회에서 예산 심의가 벌어지고, 국방예산 증액을 위한 정부와 군부의 로비 역시 치열한 시기다. 2017년 봄 북핵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사드는 한국 주민의 일상과 평화를 위협한다.

부산정치파동과 사드 파동은 안보장사와 안보불감증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국민들은 안보위기를 빙자해 집권층과 일부 정치세력들이 정권안보를 도모하거나 자신들 또는 타국의 이해관계를 챙겨왔고, 그런 태도로는 한반도 평화나 동아시아의 평화는커녕 한국인의 일상과 평화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새 대통령과 정치권이 새로운 안보관과 창의적인 대안들로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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