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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당'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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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친박당'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탄핵 대선에도 2위 기록…'문재인 흔들기' 나설듯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득표율 24%. 이로써 친박계의 정신승리(논리와 근거 없이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상태)가 시작됐다. 24%라는 숫자는 친박계에 당의 부활을 뜻하는 승리의 숫자이자, 홍준표라는 눈엣가시를 '팽'할 수 있는 제압의 숫자를 뜻한다.

24%는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공세적인 '흔들기'를 시연할 수 있는 충분한 높은 득표율이며, 앞으로 다가올 전당대회 등 당권 싸움에서 '홍준표와 아이들'을 밀쳐낼 수 있는 충분히 낮은 득표율이라고 여길 것이란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정치적으로 위축됐던 자유한국당은 객관적으로 암울한 조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며 이렇게 제1 야당이 되었다. 현재 94석을 점유하고 있고 무소속 이정현·조원진 의원도 자유한국당 '예비' 당원격인 거대 야당이다. 여기에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합류를 '대기'하고 있는 13명의 의원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 공천의 결과로 친박계 의원이 주류인 '친박 야당'이 됐다.

당장은 친박계의 반발로 바른정당을 탈당한 13명의 의원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있지만, 친박계는 이르면 대선 후, 늦으면 전당대회 또는 지도부 재구성 후 이들에 대한 복당 여부를 논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천태만상으로 대패한 지난 총선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채워졌던 친박계에 대한 족쇄는 이미 풀렸다.

이는 자신을 '대장'이라고 했던 홍 후보가 지난 7일 당헌 104조(대통령후보자는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를 내세우며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7명에 대한 당원권 정지 등 징계를 풀어주면서다. 그러나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입당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선에서는 졌는데 당내 주류 계파는 부활할 발판이 마련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153석 거대 여당 → 94석 2당 추락 → 야당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으로 정치 생명이 끝나는 듯 보였던 자유한국당은 대선에서 제대로 심판받지 않았다. 이들은 3년 뒤 총선 때까지 명실상부한 제1 야당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반발하고 탄핵에 찬성했으며, 그 결과로 처음부터 홍 후보를 지지하기 보다는 반기문-황교안-안철수를 지나온 이른바 '노마드 보수' 중 일부는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아닌 홍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며 '친박당' 부활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보수의 존재감을 보여주자', '힘 있는 야당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심리에서다.

홍 후보의 '돼지 흥분제'를 이용한 강간 모의 논란과 때마다 터져 나온 '영감탱이'와 같은 막말도 이런 보수 유권자들의 '미워도 다시 한번' 심리를 꺾지 못했다. 홍 후보가 선거 후반부에 펼친 '홍준표 대세론'과 '영남풍이 불고 있다'는 식의 바람몰이 선전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선거 중반까지는 박 전 대통령을 '향단이'로 부르기도 하고 "용서할 때가 됐다"는 말도 하며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선거 후반부로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친박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거 유세를 펼치며 당내에서 터져 나올 수도 있는 잡음을 차단하려 한 모습이었다.

100석 목전에…박근혜 사면 운동 시작되나

이렇게 선전한 자유한국당은 미우나고우나 탈당파 중 일부라도 받아들여 100석을 넘기는 전략을 향후 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행 국회법(국회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속도 있는 입법 처리를 통제할 여러 장치들의 기준점으로 100석 내지 '재적 위원의 3분의 1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한 상임위에서 여당과 일부 야당이 개혁 법안을 추진하려 할 때 자유한국당은 국회법 52조 2항(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재적 위원 3분의 1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 구성)을 활용해 안건조정위에 해당 법안을 옮기고, 최장 90일간 논의를 할 수 있다. 매년 가을에 하는 정기국회가 100일임을 감안하면 90일이란 '시간 벌이'는 엄청난 방패막이다.

이 외에도 국회법 106조 2항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이 요구하면 '필리버스터'도 가능하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과 협력해 4정당이 모두 공약한 법인세 인상, 칼퇴근법, 근로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려 할 때 자유한국당 혼자만의 힘으로도 이를 저지 및 지연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안 이전에 '문재인 청와대 흔들기'도 점차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얼마 전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세력은 어차피 능력 없고 부패 유혹에 취약한 집단이다. 만약 집권하면 취임 당일부터 내리막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며 "국회에서 좌파 정부의 진상을 밝히는 청문회를 열고 투쟁을 이어 나가면 민심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판단을 밝힌 바 있다.

첫 타깃은 내각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 청문회에서 '문재인 내각'을 상대로 한 검증의 칼을 휘두르며 내각 구성을 지연시킨 후에는 국정 감사가 포함된 정기국회가 온다. 부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초보 장관들이 국회로 줄줄이 불려 와 제1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의 '호통' 대상이 될 수 있다. 분권형 개헌을 공약했던 국민의당·바른정당과 협력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을 요구하며 '판 흔들기'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세 등등해진 '친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요구로 정치권의 이슈를 옮겨가려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은 10월께 그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 집행 정지' 요구를 해야 한다는 친박계 발(發) 요구가 조만간 수면 위로 올라올 양상이다.

24% 득표율, 그리고 보수 적자 경쟁 상대였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6.8% 득표율을 대비하며 박 전 대통령 사면 내지 구속 중지 요구를 전면화하면 정치권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자유한국당의 협조가 일부 필요하면서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이를테면 사면)가 제기될 경우 정치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친박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는 가도 친박은 남는다…당권 싸움 시작

이런 가운데 벌어질 당권 싸움이 있다. 어쨌거나 자유한국당은 친박계가 주류다. 홍 후보가 내부 경선에서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긴 했지만, 이는 대선을 위한 자유한국당 당원들의 전략적 투표의 결과였던 것으로 풀이돼 왔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가진 자산 중 득표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얼굴 마담'이었을 뿐 실세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상황이다. 홍 후보의 "모두를 용서하고 화합할 때"라는 수차례의 호소에도 현재까지 결국은 친박계 징계만 해제됐을 뿐 탈당파 의원들의 입당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투표일 하루 전인 8일 "후보의 의견은 존중한다"면서도 "선거가 끝난 다음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친박 징계 해제와 탈당파 복당이 일종의 '정치적 거래'라면 양쪽 다 유예되거나 양쪽 다 단행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친박은 생환했고, 탈당파 의원들의 대한 복당은 대선 후 추가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당의 주류가 누구인지, 의사 결정의 최종 권한을 어느 쪽이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실제 친박계 안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홍 후보에 대한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자칭타칭 '독고다이'형 홍 후보는 친박계를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부르고 박 전 대통령을 '향단이'로 불렀으며, 선거 레이스 중이었던 지난달 6일에는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한다"고 했고 박 전 정부가 추진한 위안부 협상은 파기하겠다고도 했다. 때마다 친박계 안에서는 '부글부글'한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홍 후보가 대선 후 24% 득표율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아 당권 도전에 나선다면, 그 뒤를 받쳐줄 사람들은 복당을 기다리고 있는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만큼 더더욱이나 친박계는 복당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아니라 당권이 목적이었다'는 말을 듣는 홍 후보로선 '누가 이 득표율을 만들었냐'며 친박계와 전면전을 벌일 준비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자면 '친박 한나라당'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제1 야당으로 여당과 거세게 맞붙었던 보수 야당의 부활이자, 동시에 이미 각 지역 당협위원장과 주요 당내 보직을 꿰차고 있는 친박과 이런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비박계의 싸움이 재개되는 '어디서 많이 봤던' 구 새누리당의 부활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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