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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인간의 영혼을 위협하지 말라'는 조전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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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인간의 영혼을 위협하지 말라'는 조전혁 의원 [법치의 표리(表裏)] '선진화' 원한다면 먼저 '법'부터 지켜라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 공개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 남부지법이 전교조가 조 의원으로부터 5일치 이행강제금인 1억 5천만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강제집행문을 발부했다. 이에 전교조는 조 의원이 사과를 하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 의원은 사과를 거부하고 돈으로 인간의 영혼을 위협한다며 전교조를 비난했다.

남부지법은 지난달 조의원에게 전교조 명단 공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첫 번째 판결을 내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의원은 명단 공개를 강행했고, 전교조가 앞선 판결의 간접강제 신청을 하자 남부지법이 명단 공개를 중단하라면서 지키지 않으면 하루 3천만원씩 전교조에 지급해야 한다는 두 번째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결정 이후에도 조의원은 5일 동안 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언론에 대고 법원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던 것이다.

국회의원이라고 면죄부있는 건 아니다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판을 깨자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면죄부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며,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라고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연합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라도 법을 어겼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이미 국회의원 임기 중 형사상으로 구속, 처벌되거나 민사상으로 적지 않은 손해배상금을 무는 국회의원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일부 여당의원들이 조 의원의 명단 공개를 지지한다면서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에 동참한 것도 똑같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아무리 조의원의 명단 공개 취지에 동의하고 이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법원이 판결로 금지한 것을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어기는 것은 옳지 않다.

법치주의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법에 의한 통치'이다. 법치주의 하에선 사법부도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 재판을 해야 하지만 국회도 사법부의 법해석과 법적용의 결과인 판결을 존중하고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도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헌법기관이지만, 사법부 판사 한 사람 한 사람도 헌법에 의해 재판권한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이다. 헌법기관은 다른 헌법기관을 존중할 헌법상의 의무를 진다. 다른 헌법기관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대통령의 행위가 타헌법기관 존중의무를 위반한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조 의원 등이 주장하듯이 학부모나 학생은 그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알권리가 있다. 그러나 선생님도 자신의 '사적(私的) 사항'에 대해 본인의 허락없이 사적 사항이 공개되는 것을 막을 프라이버시권을 헌법에 의해 부여받고 있음도 살펴야 한다. 즉, 이 경우는 헌법학적으로 봤을 때, 학부모나 학생의 알권리와 교사의 프라이버시권이 충돌하는 '기본권 충돌'의 상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런 기본권 충돌의 경우에 대한 해결기준으로 국내외 이론과 판례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공적(公的) 인물의 이론'이다. 이 공적 인물의 이론에 따르면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선수 같이 그 특별한 재능이나 직업으로 인해 세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공적 인물'의 경우 이들에 대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알권리가 이들 '공적 인물'들의 프라이버시권에 우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의 경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공적 인물'이라 보기 힘들다. 따라서 학부모나 학생의 알권리보다 교사의 프라이버시권이 더 우선하는 것이고 남부지법의 첫 번째 판결의 취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판사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는 경우 항소하고 상고하는 상소제도가 법에 마련되어 있다. 이런 법적 절차를 밟아가며 판사의 판결에 대해 상급법원에서 얼마든지 다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 밖에서 이런 집단행동을 통해 법원 판결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판결을 내린 판사 개인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에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억대' 이행강제금 사례도 있다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이 과하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판결의 이행강제를 위해 이행강제금의 액수를 얼마로 정할지는 판사의 재량사항이다. 이행강제금은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앞선 첫 번째 남부지법 결정의 이행 확보를 위해 내거는 돈이다. 3천만원이 아니라 억대의 이행강제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명단 공개를 중단하면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는 떼법적 행동은 놔두고 강제이행금이 많다느니 적다느니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지독한 본말전도다.

심지어 명단 공개에 동참한 여당의 한 의원은 공개적으로 조 의원이 "골목길에서 좌파에게 뭇매를 맞게 해선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법원의 판결에 자꾸 이념적 색칠을 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집권여당은 지난 번 PD수첩 무죄판결,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판결,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등이 있은 직 후에도 법원 내 판사들의 순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갑자기 거론하며 이 판결들의 배후에 우리법연구회가 있다면서 법원판결에 이념적 색칠을 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명단 공개 금지결정이나 이행강제 결정을 내린 판사는 우리법연구회와도 무관하다. 이번의 법원 결정은 교사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학부모나 학생의 알권리보다 우선시킨 것이지, 좌다 우다 하는 이념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 아니다. 일부의 분석대로 여당 의원들의 이런 행동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념적 대결로 분위기를 몰아가 보수성향표의 결집을 이끌어내려는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라면, 이런 의원들의 행동이야말로 '이념적'이며 '정치적'이다.

지금이라도 조 의원이나 조 의원의 행동에 동참한 국회의원들이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에 따르면서, 따질 것이 있으면 항소나 상고 등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법정 안에서 남부지법 결정의 당·부당을 따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법정 밖에서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여론몰이식으로 법원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임을 하루 빨리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선진화를 위해 법치주의가 중요하다고 쉼 없이 강조하던 쪽이 어디였나를 생각해보면 이번 사태 해결의 해답은 금방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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