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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산…배후엔 청와대·현대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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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산…배후엔 청와대·현대차 있다?

정부 '노조 밀어붙이기 실험'…업계는 SUV 시장 '꿀꺽'

쌍용자동차의 노사 협상이 2일 결렬되면서 파산론이 고개를 들었다.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청산 절차도 신규 법인을 만들기보다는 자산·설비 매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쌍용차 청산에 따른 후유증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후유증은 실업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이미 희망 퇴직을 신청한 인원을 포함해 쌍용차 직원 7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여기에 쌍용차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55곳과 50% 이상 납품하는 업체 19곳의 직원들이 7400명에 이른다"며 "2차, 3차 협력 업체에 근무하는 이들도 4000~5000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직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동차회사가 파산한다는 상징성도 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였던 쌍용차의 파산이 국민에게 안겨줄 심리적, 경제적 타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갖가지 후유증이 예상되는 데도 정부, 업계는 대책 마련보다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 더 바쁘다는 지적이다.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서 농성 중인 해고 대상자들. ⓒ프레시안(최형락)

정부, 겉으론 "개입않겠다"…음지에선 '노조 본때 보이기'

쌍용차의 청산 위기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많다. 협상 과정이 사측과 노조가 아니라 정부가 파견한 법정관리인과 노동조합 사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유일·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취임 후 일관적으로 정리 해고를 통한 구조 조정만을 고집해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의 평택 공장 점거를 자초했다.

협상 결렬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겉으로는 일개 기업의 노사 관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조가 점거한 평택 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사측 임직원과 함께 해고 대상자들을 압박하면서 사측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SUV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인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 구조 조정의 고삐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노사 관계를 놓고도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가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꼭 이뤄야 할 과제라는 사명감을 갖고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이 날은 쌍용차 노사가 마지막 협상에 들어간 날이기도 했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쌍용차 사태를 기업 회생보다 노조에 경고를 보내는 계기로 삼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 쌍용차 건으로 노조를 어디까지 압박할 수 있는지 시험한 셈"이라며 "쌍용차의 회생 여부보다 구조 조정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대·GM대우 노조와 협상을 벌일 때도 쌍용차의 경험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도 "정부에서 일종의 '노조 본때 보이기' 차원에서 쌍용차 사안에 접근한 감이 있어 대화와 타협이 어렵게 갔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사 간 협상을 유도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쌍용차 '파이' 먹을 완성차 업체 '침묵'

쌍용차가 청산되면 내수시장 점유율이 커질 다른 자동차기업도 쌍용차 사태에 입을 닫았다. 쌍용차의 위기가 자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항구 팀장은 "쌍용차가 한 해 내수용으로 생산하는 차가 4만여 대로 (쌍용차가 청산되면) 현대자동차가 3만 대 이상을 점유하고 GM대우와 르노삼성이 나머지를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도 "경쟁사가 줄어드는 만큼 다른 기업들은 내심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대자동차 부회장인) 윤여철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의 경우 쌍용차 문제를 (지난 2월 선임 이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청와대와 현대 사이에 물밑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공동대리인을 맡은 박성태 관리인이 쌍용차 출신인데 반해 이유일 관리인은 현대차에서 해외부문 사장을 지내 "쌍용차 회생보다는 현대차 이익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풍문에 휩싸인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쌍용차 책임 정부에 있어"…끝까지 협상 유도해야

지식경제부는 쌍용차의 청산설이 일자 3일 협력업체의 연착륙 유도와 평택 지역의 경제회생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쌍용차의 노사 문제 조정·중개 등 개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청산 절차가 시작되기 전까지 파국을 막으려는 노·사·정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필수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GM 등에 괜히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한 게 아니다. 그만큼 후유증이 무섭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GM대우와의 합병 등 어떠한 명분이 제기되어야 2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기를 만들 텐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팀장도 "본래 SUV 시장에서 비교우위가 강했던 쌍용이었는데 지난 정부가 상하이차에 넘기는 바람에 지금의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을 매수한 상하이차가 약속했던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그 사이에 현대·르노삼성 등이 쌍용차의 SUV 생산 기술을 따라잡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구조 조정에 있어서도 노사의 협상을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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