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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성공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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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의 의미는? [표지 너머 책 세상 ⑧] '북 페스티벌' 정체성 확립하고 만화책도 끌어들여야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 축제인 서울국제서울국제도서전이 부활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18일 사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서울국제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이는 지난해의 두 배인 20만여 명에 달합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흥행입니다.

참가한 출판사 규모부터 지난해의 두 배인 161개사입니다. 오랜만에 대형 출판사들이 부스를 채웠습니다. 20여 개 독립서점도 참가했습니다. 국제관에는 주빈국 터키를 비롯해 18개국에서 80개사가 참여했습니다.

독자에게 큰 관심을 얻지 못하던 이 행사가 갑자기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키워드는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이 내건 캐치 프레이즈인 '변신'입니다. 주도자가 변했고, 출판문화협회의 태도가 변했습니다. 그 결과 내부 행사가 변했고, 독자의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독립서점을 알리는 프로그램 '서점의 시대'가 큰 호응을 받았고, 사전 신청 프로그램인 '독서 클리닉'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직접 프로그램 전반을 주도하던 예전과 달리 올해 서울국제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은 예산 지원만 할 뿐, 출판인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무를 주도했습니다.

소규모 출판사 책을 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 '책의 발견'에 참여한 출판사는 단 7종의 책만 들고 왔습니다. 무작정 여러 책을 펼쳐 알리려하기 보다, 독자에게 출판사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 셈입니다. 여러 출판사가 다양한 사은품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건 물론, 커피나 생맥주를 파는 등의 아이디어를 선보였습니다.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출판문화연구소에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을 돌아보고, 한국의 서울국제도서전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의 비결은 이 행사가 ‘북 페스티벌’로 성격을 명확히 한 데 있으며, 앞으로 이 콘셉트를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분명 숙제도 남긴 행사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이날 열린 대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페스티벌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연합뉴스

'관은 지원만 해야 바람직' 입증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언론이 크게 조명했고, 소셜미디어상에서도 독자들의 칭찬이 많았습니다. 우선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관한 총평을 듣고자 합니다.

장은수 : 출판계가 힘을 모으면 독자가 만족하는 행사를 함께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장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관객이 '서점의 시대', '책의 발견' 등 특별기획전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전 신청제로 운영된 독서 클리닉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표제가 '변신'인데, 변신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이홍 : 출판인의 한사람으로서 도서전 흥행 소식이 반갑습니다. 그간 사분오열됐던 주요 출판단체가 힘을 합쳐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출판계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올해 새로 취임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회장(사회평론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출판계에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출판계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번 행사 준비에 참여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체는 출판계여야 하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이 주도하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관은 지원만 해야 한다는 건 비단 출판 행사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 행사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시사점이겠죠. 오래 전부터 출판계가 요구한 많은 내용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조금이나마 반영됐습니다.

책값 할인보다 프로그램이 중요

-올해 행사가 유난히 성공적이었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그간 서울국제도서전이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공 요인을 짚어보기 전에, 우선 그간 서울국제도서전이 관심을 얻지 못한 이유부터 알아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장은수 : 서울국제도서전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계기는 도서 할인입니다.

그간 우리의 도서전은 과장 섞어 말해 책 할인 장터였습니다. 출판사가 문화적 이벤트를 열어 독자와 소통하는 자리가 아니라 재고도서를 할인해서 처분하는 행사였죠. 그런데 2014년 도서정가제가 도입됐습니다. 가격 할인이 어려워지니 대형 출판사를 중심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불참하는 업체가 많았습니다. 비싼 부스비를 내고 들어가 봤자 책 할인이 안 돼 특별히 책이 팔리지도 않으니 굳이 나갈 요인이 사라진 셈이죠.

이홍 : 서울국제도서전의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이 그간 많았습니다. 도서전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파는 장터 행사가 아닙니다. 출판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방향성을 소개하고 저작권 담당자와 출판인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간 서울국제도서전은 그저 할인 장터일 뿐이었습니다. 출판의 방향성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국제 도서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메뉴가 없었습니다. 개별 타이틀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제 도서전에 걸맞은 정체성도 없었습니다.

도서전 행사가 시대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도서전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기반 행사입니다. 큰 광장에 전시장을 마련해, 여러 책을 한꺼번에 독자에게 선보이는 행사죠. 과거 서점 중심의 판매 상황에서는 전시 효과가 있었지만, 이미 온라인으로 서점 중심이 옮아가는 현실과는 맞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간 서울국제도서전이 타성에 젖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죠. 한동안 서울국제도서전이 독자의 관심에 멀어진 이유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작품상 시상식 등을 과감히 버리고 흥행성은 작지만 색깔을 가진 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과 영화인의 소통을 극대화했습니다. 지근거리에서 관객과 감독, 배우가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었죠. 다른 영화제 흉내 내기를 버리고 자기 길을 개척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부상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마련한 '책의 발견' 등 프로그램은 고무적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바람직한 지향점을 이제야 찾고, 그에 따른 변화를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간 많은 출판사는 '할인 판매 없이 서울국제도서전이 성공할 방법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독자가 원한 건 다른 가치를 보여 달라는 거였죠.

작은 서점과 독자 만남의 계기

-앞서 우리는 출판계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서울국제도서전이 변신에 성공했고, 그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총평했습니다. 보다 세부적으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장은수 : 우선 여러 기획전을 통해 출판사가 독자와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더구나 대형 단행본 출판사들이 모처럼 여럿 참여해 집객효과도 일어났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두 번째로 서점을 불러들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20개 독립서점이 '서점의 시대' 기획전에 참여했는데, 이 서점들이 가져온 책을 전부 팔았습니다. 놀라운 성과죠. 작은 서점들이 독자의 마음을 잘 읽었다는 증거입니다. 속초 동아서점은 마술쇼를 했고, 부스에서 커피와 맥주를 파는 행사도 진행됐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작은 서점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출판사가 많이 참여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남해의봄날, 피치마켓 등 작은 출판사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독립 부스를 열어 전국의 독자와 만났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무료로 참여 기회를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평소 서울의 출판 관계자들은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출판계 사람들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대거 모였습니다. 지역출판사 부스에서도 독자와 작가, 출판 관계자의 네트워킹 행사가 활발히 열렸습니다. 이 점에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의 절반은 '서점의 시대'를 기획한 김홍민 북스피어 사장 등 기획자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작가들이 직접 출판사 부스에서 독자와 만났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정유정, 김훈, 김탁환 등 인기 작가들이 출판사 부스에서 독자와 만났죠. 이런 모습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 외국에서나 보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의 경우, 예전에는 작가들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찾더라도 강연회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독자와 거리가 멀었죠.

이홍 : 참가한 출판사들이 자신의 핵심 역량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정유정 작가처럼 팬덤이 강한 작가를 확보한 출판사야 저자 사인회만으로 성공할 수 있겠지만, 모든 출판사가 이를 시도할 수는 없거든요. 단순히 많은 책을 깔아 장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수 출판사와 작은 서점이 여러 시도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려 노력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요?

장은수 : 두 가지입니다. 우선, 컨퍼런스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도서전은 크게 3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독자와 출판계가 직접 만나는 북 페스티벌의 기능, 해외 출판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가 만나 저작권을 사고 파는 저작권 시장 기능, 그리고 출판 관계자가 모여 쟁점을 학습하고 의견을 나누는 컨퍼런스 기능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북 페스티벌로서 역할은 잘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특히 컨퍼런스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들어 보니 준비 기간이 3주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작권 시장 기능의 경우 80여 개 외국 출판사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고 하는데, 실적이 얼마나 되는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북 페스티벌'

-그간 대담을 통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콘셉트는 '북 페스티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앞으로도 서울국제도서전이 이 콘셉트를 계속 지향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장은수 : 그렇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모든 출판 관계자의 축제였습니다. 그래서 출판사뿐만 아니라 서점도 참여하고, 도서관도 참여하고, 출판을 가르치는 대학교도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출판에 관심이 많은 독자층이 크게 호응했습니다.

'북 페어'가 아니라 '북 페스티벌'임을 명확히 한 셈이죠. 독자 대상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독자와 출판계가 함께 잘 '놀았습니다.' 책 '잘 팔았습니다'는 그 결과 중 하나일 뿐이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북 페스티벌로서 자리매김을 명확히 할 수 있느냐 입니다. 독자의 참여 기회를 더 넓히는 길을 출판계가 고민해야 합니다.

이홍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처럼 세계 최고의 종합 북 페어가 아닌 한, 대부분 도서전은 특화에 집중합니다. 볼로냐 도서전은 아동 서적과 예술 서적에 특화되었고, 런던 북 페어는 출판계 비즈니스 북 페어로 잘 알려진 것처럼 말이죠. 타이페이 도서전 역시 아동 서적이 강합니다.

도서전이 어디에 특화할 것이냐를 고려할 때는 그 나라 출판계 역량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약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벌 성격을 명확히 하고, 독자 친화적 형태의 소통형 도서전으로 나아갈 길을 정했습니다. 다음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경험을 출판계가 함께 얻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북 페스티벌로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더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장은수 : 북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작가입니다. 작가가 모이면 팬도 절로 모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 관계자들도 이 점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작가 몇 백 명 부르자'는 식의 이야기도 나온 걸로 압니다. 좋은 발상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책 자체가 아니라 책에 관한 대화니까요.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 ⓒ프레시안(최형락)
이홍 : 이제 출판계가 도서전 개념을 '책을 파는 행사'에서 '책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사'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수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이야깁니다. 독자가 기존에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무형의 가치를 도서전에서 제공해, 장기적으로 독자층을 더 넓히겠다는 생각을 출판계가 가져야 합니다.

어차피 도서정가제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 도서전이 책 판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른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죠. 모터쇼에 참가하는 자동차 회사가 그곳에서 차를 팔려고 하나요? 아닙니다. 영화제에 참여하는 영화사는 그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출판사들이 도서전을 시즌 마케팅의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짧은 기간에 다수의 독자와 매체에 노출될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여름 시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향후 주력 타이틀이나 작가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남은 과제는?

-콘셉트를 명확히 했다손 치더라도, 그것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이 안정적으로 성공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장은수 : 앞서 말했듯,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지역 출판사와 소형 출판사는 부스비를 내지 않았습니다. 한 출판사 관계자에게 내년에 부스비를 내고 참여할 거냐고 물으니 "돈 내야 하면 안 오겠다"고 하더군요. 당장 한해 예산이 빠듯한 작은 출판사에 부스비가 현실적 부담이니 당연한 반응입니다.

결국, 문체부의 서울국제도서전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합니다. 현재 예산은 4억 원이고, 전체 부대 예산을 모두 합산하면 약 5억5000만 원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예산 크기 자체가 매우 작죠. 이를 두 배 정도로 늘리면 전체 출판사 부스비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부스비 부담을 없앤다면 그만큼 서울국제도서전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이홍 : 올해 도서전의 흥행을 조금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올해는 새 출협 회장단 출범에 맞춰 힘을 모으자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출판계의 대대적 참여가 가능했지만, 내년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능성과 함께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분명 노출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시와 판매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판사라면 점점 더 참여의 이유를 찾기 힘들 겁니다.

장은수 : 대형 출판사가 계속 참여해야죠. 올해는 출협이 부스비 수입도 일부 포기하고, 결과적으로 운영비 상당액 지출을 감수했는데 내년에도 이렇게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관련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 한 대형 출판사가 꾸준히 참여해 큰 부스를 소화할 수 있어야죠. 출판문화를 위해서 규모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할 때입니다.

전문가 컨퍼런스를 본 행사 이전에 집중적으로 진행할 필요도 있습니다. 본 행사에서는 독자와 출판계가 만나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본 행사 이전에 전문가 컨퍼런스를 통해 출판계가 정보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물론, 대부분 영화제도 이 같은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걸로 압니다.

-결국 문제는 돈인 셈입니다. 도서정가제의 탄력적 운용도 도움이 되겠네요. 출판계의 비용 부담이 크다면, 그만큼 현장에서 책을 많이 팔아 이 비용을 회수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적어도 도서전에서는 일회성 할인 행사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장은수 : 물론입니다. 우리가 '표지 너머 책 세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시피,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도서전에는 일시적으로 가격 할인을 허용합니다.

도서전이 책 할인 행사로 전락해서는 안 되겠지만, 더 많은 출판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을 가능케 하려면 도서전에 한해 일시 할인, 반품도서 할인 등의 통로를 열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홍 : 큰 틀에서 동의합니다. 제한된 도서할인은 필요합니다. 신간의 전면 할인이 어렵다면 일정 기간이 지난 도서의 할인을 허용하거나, 절판 도서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존 도서정가제의 틀을 훼손해선 안 되겠지만, 나름의 탄력적 변화는 필요합니다.

장은수 : 전자책 분야 관련 업체의 참여를 늘릴 필요도 있습니다. 출판의 미래를 위해 종이 서적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장이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웹소설, 웹툰 시장을 제외하면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네이버 등 웹툰, 웹소설 플랫폼의 서울국제도서전 참여도 출판계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홍 :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출판계와 전자 콘텐츠 업계가 함께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판계의 생각과 디지털 콘텐츠 업계 인식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강이 있습니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은 스스로를 기존 출판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존 출판계와 입장이 다르니, 디지털 북 페어와 같은 형태로 다른 행사를 갖죠.

장은수 : 그렇다손 치더라도, 출협, 문체부 등이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종이 콘텐츠의 융합적 도서전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도서전은 출판의 미래를 고민하는 행사가 되어야만 하고, 그 미래에는 전자 콘텐츠도 분명 자기 자리를 갖기 마련입니다.

이홍 : 서울국제도서전 측의 내년 목표는 300여 출판사 참여와 만화책 출판사의 참여라고 들었습니다. 내년 행사는 더 대중적으로 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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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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