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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제2의 윌리엄 페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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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제2의 윌리엄 페리'가 될 수 있을까 방북 이후 미국내 대북 강경파 對 온건파 '전쟁' 본격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돌아온 후,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내 강경파와 협상파의 기싸움이 본격화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여기자 석방이라는 성과에 대해 기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여론의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4가지로 요약되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은 △클린턴의 방북은 개인 차원의 활동이었고 △그가 여기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사과했다는 북한 방송의 보도는 틀린 것이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고 △여기자 석방은 인도주의적 문제일 뿐 핵·미사일 등 북미 정치 현안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강경파 '총공세'

그러나 강경파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입장을 믿지 못하겠다며 클린턴 방북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대표적인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먼저 칼을 빼들었다. 그는 지난 4일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방북은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으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볼턴 전 대사는 특히 "힐러리 국무장관은 여기자 문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하기를 원했지만 클린턴은 평양에서 15년간 북핵 협상을 이끈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다"며 "클린턴이 김정일과 핵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도 같은 비판을 퍼부으며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인질 석방을 위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인질 석방을 위해 전직 대통령을 보냈다면서 이번 일이 앞으로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보수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방북은 미국이 향후 광범위한 교섭을 위해 북한에 '계약금'을 준 것"이라며 "결국 6자회담 대신 북미 양자회담을 원하는 김정일의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고 논평했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담당 보좌관이었던 스티븐 예이츠 미국외교정책협회 선임연구원도 6일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나 국제 사회를 향한 북한의 도발 같은 어려운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성향인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또한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국제사회가 벌이고 있는 제재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앞으로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흘러갈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협상파도 '맞불'

대화를 통해 북한과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협상파'도 맞불을 놓았다.

칼럼리스트 모린 다우드는 5일 <뉴욕타임스>에 칼럼에서 보수파들은 클린턴의 방북이 북한이 핵게임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선전막을 제공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외교에 대해서는 말 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우드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는 한번도 만나지 못한 채 북한이 6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게 했다면서 부시 강경파들은 외교를 망가지게 하는데 8년을 허비하면서 북한에 0대 6으로 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관한 소중한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북의 가치를 뒀다.

<뉴욕타임스>는 6일자 사설을 통해서도 "이번 방북을 통해 건설적인 미래의 대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사설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하는 한편 북한이 대화의 주도권을 쥐도록 놔두면 안 된다"며 "6자회담 당사국과 계속 함께 북한으로부터 번복할 수 없는 비핵화 선언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클린턴-오바마 면담 분수령 될 듯

오바마 행정부는 일단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하면서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일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더이상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도발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관계 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 역시 "이번 방북은 우리가 기대할 어떤 것도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를 이번 방북과 연결 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향후 행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어떤 내용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양 체류 내내 시종일관 심각한 얼굴로 '표정관리'를 했던 클린턴. 그가 1999년 평양에서 돌아와 자신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했던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정책 조정관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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