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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동분서주', 바른정당을 지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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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동분서주', 바른정당을 지켜낼까? "당대당 통합 현실성 없다"…남경필·하태경·박인숙 등 지원사격
추석연휴 직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 통합' 움직임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바른정당 자강파 유승민 의원은 통합파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을 만나 설득을 시도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 하태경 최고위원 등은 유 의원에 대한 간접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9일) 정병국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와 2시간 30분 정도 얘기를 했다"며 "정 전 대표와 저의 의견은 '지금 한국당은 도저히 변화한 게 없기 때문에 통합할 수 없다.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었고, 김무성 의원 생각은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이 이뤄진다면 통합 명분이 있다'고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통합의 명분, 이유, 이런 점에 있어서 워낙 생각에 거리가 있어서 특별한 합의는 못 했다"며 "의원 20명이 같이 어렵게 당을 시작했으니 잘 설득해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그는 "앞으로도 필요하면 (김 의원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저는 추석 다음날부터 '탈당하고 한국당 갈지도 모른다'고 알려진 의원들을 일부 설득하기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 통합파들이 바라고 있는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방식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했다. 한국당이 과연 그렇게 해주겠냐는 것. 그는 "당 대 당 통합이라는 것은 양 당 지도부와 당협위원장들이 자기 자리를 다 내놓고 물러난 상태에서 통합 전당대회를 해서, 완전히 새로운 지도부를 수립하고 그 후에 당협위원장을 정하고 정치조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한국당 지도부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지 않느냐.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을 우리가 주장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당 내에서는 바른정당에 적대적인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물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당 대 당 통합은 어렵다. 흡수통합이나 탈당 후 개별 입당이 바람직하다'는 정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 의원은 일부 통합파 의원들이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악의 경우 일부 의원의 이탈이 있더라도 11월 13일 전당대회는 반드시 치러져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명분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수 있지만, 지금은 명분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전당대회는 결정한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자강파들도 유 의원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박인숙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출마 보도자료에서 "자강파와 통합파가 충돌하는 현 상황에서, 바른정당과 개혁보수 노선을 지키기 위해 출마 결심을 굳힌 것"이라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유승민 의원에게 기회를 주자"며 사실상 유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남 지사는 "유 의원은 지난 대선의 우리 당 후보였다.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깨끗하고 따뜻한 개혁 보수'의 대표 주자 중 한 분"이라며 "유 의원의 뜻을 존중하고 당을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특히 "우리가 국정농단 세력으로 규정했던 한국당과의 통합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와 조건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전제 없는 통합은 바른정당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파를 겨냥해 "솔직히 그 분들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쏘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이 "일부의 이탈이 있더라도"라고 한 것을 상기시킨다. 하 최고위원은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도 "입지가 좁아졌다"며 "한국당에서 죽어도 안 받을 사람을 몇 명 고르라고 하면 그 세 명 중 한 분이다. (김 의원) 본인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탈당해서 가더라도 안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기도 했다. 김 의원 등 통합파에서 친박 청산을 통합 명분으로 생각하는 데 대해서도 그는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도 잘 못 하지 않느냐"며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은 불가능하다. 3분의 2 의원들 지지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꼼수로 내놓은 것이 당협위원장 사퇴인데 그것도 어렵다"고 일축했다.

반면 바른정당 통합파와 한국당 내 통합 추진 그룹은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수대통합은 당 지도부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일"이라며 "아직 당내 의견수렴 절차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7일 '통합추진위' 발족을 사실상 주도한 인물이다. 9.27 회동에 참석했던 양당 중진 의원들은 연휴 직후인 11일 추가 회동을 갖고 통추위를 발족시킬 예정이었으나, 당초 예정대로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9.27 회동의 한국당 쪽 연락책 역할을 했던 이철우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이 당내 분란으로 아직 의견이 모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애초 내일 3선 의원들끼리 만나기로 했지만 결정을 못 내린 상황이다. 바른정당 내부 정리가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통추위 출범 여부와 무관하게, 11일 양당 중진 회동 자체는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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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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