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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만난 김정은 첫마디 "남측 어려움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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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특사단 만난 김정은 첫마디 "남측 어려움 이해한다" 청와대가 밝힌 대북 특사단 1박 2일 이모저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묵은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한국 방송과 드라마 채널뿐 아니라, 전 세계 방송 채널 수십여 개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국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북 특사단이 느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솔직하고 대담하다"는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 언론이나 외국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나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말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발표한 '베를린 선언'부터 이후 한반도와 관련한 구상이나 메시지를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대북 특사단은 5일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15분도 안 돼서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는 언질을 받았다. 선대의 관례를 볼 때, 방북 마지막 날에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리라고 예상했던 대북 특사단의 예상을 깨는 파격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나 처음 꺼낸 말은 "남측의 어려움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파격이다. 청와대가 풀어놓은 1박 2일 간의 방북 일정 뒷이야기를 일지 형식으로 풀어봤다.

ⓒ청와대

북측, 앉자마자 바로 "김정은 만난다" 통보

대북 특사단은 3월 5일 오후 2시 2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오후 3시 40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짐을 풀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찾아왔다. 김영철 부장이 앉자마자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이 있다'고 통보했다. 첫째 날은 실무진 간의 줄다리기를 거치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튿날에야 만나리라는 대북 특사단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 특사는 김정은 위원장 만찬을 통보받는 순간 "야,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고 김정일 국무위원장 때만 해도 대북 특사단이 방북하더라도 김정일 위원장은 맨 마지막 날에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 청와대 또한 지난 2월 김여정 특사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실무 회담을 먼저 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실무 회담'을 뛰어넘고 바로 접견에 나선 것이다. 이후 대북 특사단이 밝힌 6개 항에 대한 발표문이 김정은 위원장의 접견에서 나왔다.

1. 김정은 "남측의 어려움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

특사단은 북측이 제공한 리무진 차량을 타고 조선노동당 본부에 도착했다. 남측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부에 초대받은 것은 최초다. 차에서 내려 건물 현관 위치를 파악하려 하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몇 미터 앞에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마중을 나왔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마중으로 접견 장소로 이동한 정의용 수석 대북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왔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맞은편에 있던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 일어나서 친서를 받았다.

▲ 정의용 수석 대북 특사가 지난 5일 평양에 있는 조선노동당 본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정의용 수석 특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얘기를 꺼낼지 수첩에 빼곡히 적어갔다. 하지만 접견을 시작하자마자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강경론에, 대내적으로는 보수 야당의 강경론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짚은 셈이다. 대북 특사단으로서는 의외의 반응이었다.

정의용 수석 특사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이나 재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하려고 준비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 연합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김정은 위원장과 접견한 지 1시간 만에 남북은 6개항에 대한 발표문을 바로 조율했다. 특히 "핵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던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의 뜻을 밝히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특사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과 북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사전 조율 없이 1시간 만에 '한반도 비핵화 의지',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포함한 6개 항목을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6개 항목은 김여정 특사가 지난 2월 10일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다 얘기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숙제를 던졌는데,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의용 수석 특사가 다시 한 번 그 얘기를 꺼내러 평양에 갔는데, 말하자면 북측은 답안을 미리 준비해놓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6개 항목에 대한 사전 조율은 없었다는 얘기다.

2. 김여정과 리설주의 환대

접견을 마치고 대북 특사단은 바로 옆 방에 있는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영철 부장이 먼저 나가고, 특사단이 10분 정도 쉰 뒤 만찬장으로 이동하자,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맞이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만찬 테이블에는 와인, 수삼주 등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에는 와인 한 잔을 하고, 평양소주를 마셨다고 한다.

특사단은 북한에서 '화려하고 극진한 환대'라기보다는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여정 특사단이 방한했을 때 남측에서는 "평양 냉면이 최고라던데 맛보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하거나, "평양식 온반(평양식 국밥)은 어떤 음식이냐"라는 질문을 했는데, 북측은 그 말을 기억해뒀다가 냉면과 온반을 대접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대북 특사단과 구면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북한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라고 물으며 챙겨줬다고 한다.

▲ 대북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

3. 경호와 숙소

만찬이 끝난 뒤 대북 특사단은 '국빈급 경호'를 받았다고 한다. 특사단은 고방산 초대소의 한 층에 묵었는데, 경호원들은 양쪽 출입구만 지킬 뿐 안에는 들어오지 않으며 특사단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숙소에 머무는 특사단은 1층에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울타리가 쳐진 초대소 밖에 나가서 산책을 했지만 간섭받지는 않았다.

고방산 초대소에는 필요한 것들이 잘 준비돼 있었다. KBS, MBC, YTN, 드라마 채널, 미국 CNN, 중국 CCTV 등 전 세계 방송 채널 수십여 개를 볼 수 있었다. 또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대북 특사단은 국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했다.

4. 냉면 두 그릇

이튿날인 3월 6일, 특사단은 오전 11시부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과 실무 회담을 이어갔다. 점심으로는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었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원래 평양 인민들은 냉면을 두 그릇씩 먹는다"면서 더 먹을 것을 권유했다. 이에 한 특사는 "이미 녹두지짐을 많이 먹었는데, 평양 냉면 두 그릇을 먹었다"고 한다. 평양 냉면은 꿩으로 육수를 낸 뒤 닭으로 국물을 우려내는 방식으로 오래 끓인 육수여서 남한의 평양 냉면과 맛이 달랐다고 한다. 이후 특사단은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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