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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작가 팬이니? 난 출판사 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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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작가 팬이니? 난 출판사 팬인데? [표지 너머 책 세상 ⑱] 출판사들이 회원 모집에 골몰하는 이유, 뭘까?
출판사들이 북클럽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북클럽은 대체로 일정액의 연회비를 내는 회원은 정기적으로 해당 출판사의 신간을 배송 받고, 출판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될 권리를 가지는 식의 형태입니다. 아울러 회원은 배타적으로 여러 할인 이벤트나 포인트 혜택 등도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로 8년째 북클럽을 운영하는 민음사의 경우, 연회비 3만3000원에 여러 혜택을 제공합니다. 지난 7기 가입자 중 8기에도 가입한 이의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올해 북클럽을 처음 시작한 문학동네도 전국 12곳의 동네책방과 '아지트' 관계를 맺어 여러 행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음산책도 북클럽을 시작했죠. 300여 명 가까운 이가 50명가량으로 예정된 1기 회원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북클럽은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는 형태의 회원제 사업입니다. 북클럽 개념을 '멤버십'으로 넓힌다면,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만나려는 사업은 더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창비는 정기적으로 독자에게 여러 시를 제공하는 앱 '시요일'로 22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출판사가 굳이 북클럽을 만들어, 독자와 직접 만나려는 시도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책을 팔려는 시도라고 보기에는 회원 수가 적습니다. 회원이 생기면 그만큼 회원 관리 노력도 필요하고,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이벤트 서적이나 굿즈를 만드는 데도 비용이 드는데, 구태여 이런 시도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상당수 독자는 출판사를 보기 이전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나 저자에 더 주목하기 마련인데, 굳이 출판사가 전면에 나서는 이유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5월의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려 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는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문화연구소에서 북클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좌)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우). ⓒ프레시안(최형락)

북클럽은 새로운 '멤버십 비즈니스'

-북클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러 대형 출판사가 북클럽을 성공적으로 오랜 기간 운영했거나 새롭게 론칭하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북클럽은 일간지나 잡지와 같은 형태의 '구독자 수가 정해진 정기구독제'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출판사가 굳이 이 같은 회원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은수 : 북클럽은 '멤버십 비즈니스'의 한 형태입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출판사만 주목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날 비즈니스의 일반 환경은 P2P(개인 간 거래)입니다. 블록체인 등 각종 소셜 기술이 이를 돕고 있습니다. 모든 개별 사업자가 개별 소비자와 매개자 없이 거래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오가닉 마케팅>(오가닉미디어랩 펴냄)의 저자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 대표가 말했듯, 지금은 단순 제품가치보다 연결가치가 더 큰 세상입니다.

그간 출판사는 독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습니다. 주로 서점이나 언론 등을 통해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을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습니다.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신간을 알릴 '발견성'을 확보하지 못합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모두가 콘텐츠 발신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끝없이 쏟아지는 콘텐츠에 주의를 빼앗깁니다. 게다가 책을 펴내기가 점점 쉬워져 신간은 너무 많습니다. 반면 물리적 서점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서 독자들이 새 책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다른 책들로 교체됩니다. 과거보다 크고 작은 신간 홍보비용도 보이지 않게 너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출판사는 책을 출판하기 전에 먼저 책을 알려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자사의 충성 독자를 미리 모은 후 원고 내용 등을 공유함으로써 독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알리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독자 개발'이라고 합니다. 초연결성은 과거에 비해 독자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따라서 독자 개발 비용이 거액의 신문 광고비를 쓰거나 점차 증가하는 서점 판매대 구입비를 쓰는 것보다 더 저렴합니다. 자연히 출판사는 충성 독자, 곧 '출판사 멤버'를 확보하는 데 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멤버십 비즈니스가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출판사가 확보한 북클럽 회원은 저자들의 다양한 강연회에 참석하고, 출판사가 꾸리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북클럽 회원 특별 에디션을 구매하거나 다양한 굿즈를 구입해 줍니다. 미래 저자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창작(글쓰기) 강좌에 오기도 합니다. 다수의 회원이 있으면 출판사가 다양한 사업 모델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홍 : 단행본 출판사의 가장 큰 약점은 충성 독자 부재입니다. 전통적으로 독자는 저자를 따라 움직였지, 출판사를 보고 움직이진 않았죠. 출판사의 마케팅 타깃이 구체적일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북클럽에 대한 고민은 이런 약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출판 전체 구조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북클럽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아닙니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출판사가 책에 독자 엽서를 붙여 독자를 관리하려 시도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출판사가 엽서 대신 소셜 미디어로 독자와 대화하려하는 중인데, 이를 더 직접적으로 강화한 모델이 북클럽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북클럽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특히 북클럽을 책 판매 확대 수단으로 접근하면 실망할 확률이 무척 큽니다. 흔히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웅진의 북클럽 모델을 성공 사례로 많이 이야기합니다. 웅진 북클럽은 종이책 전집을 팔던 사업본부와 방판조직이 그대로 옮겨간 모델입니다. 막대한 자금과 방대한 영업 조직이 없는 일반 출판사에는 적용이 안 됩니다.

북클럽 모델은 개별 출판사 단위에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일정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는 출판사라도 효율적인 북클럽 운영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점차적으로 상당한 경영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운영을 견딜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회원과의 지속적 소통, 맞춤형 서비스와 프로그램 개발, 적정한 이벤트 기획, 무엇보다 재가입을 위한 정보 유지 등에 생각 외로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장은수 : 북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 출판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북클럽 운영이 가능하려면, 충성 독자를 매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붙들어 둘 만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합니다. 반드시 자사 콘텐츠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민음사를 예로 들자면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400권이 넘는 독자적 콘텐츠를 갖고 있죠. 문학동네는 한국 문학에 강점이 있고, 창비는 시를 갖고 있습니다.

꼭 큰 출판사만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1인 출판사임에도 독자 회원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대표적 사례로 청미출판사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출판사는 '노년'과 관련한 책을 집중적으로 펴냅니다. 적어도 중년 이후의 삶에 관한 한, 독자는 청미출판사의 책을 믿을 만합니다. 이 출판사는 북클럽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포털에 블로그를 두고 독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습니다.

청미출판사의 블로그 구독 회원이 4600명 정도입니다. 꾸준히 자기 가치를 지켜 가면서 혼자서 이 정도 성과를 올렸습니다. 출판사가 새 글 하나를 올리면 평균 댓글이 30개 정도 달리고, 페이스북 '공감' 버튼을 누르는 이가 150명 정도 됩니다. 대형 출판사 페이스북 게시물보다 낫죠. 작은 출판사도 꾸준한 독자 관리로 자신의 책을 노출할 수 있습니다.

장르소설을 집중적으로 내고, 미야베 미유키라는 대형 작가를 확보한 북스피어도 좋은 사례죠. 이 출판사도 북클럽을 운영하지 않을 뿐, 창조적인 방식의 독자 모임을 가지면서 독자와 직접 소통합니다. 콘텐츠가 충분히 쌓이거나 다른 출판사와 협력한다면 언제든 북클럽을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뒤집어 보자면, 이처럼 출판사의 집중된 가치를 보여줄 만한 콘텐츠가 없는 출판사가 북클럽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의 상당수 출판사는 대체로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책을 냅니다. 최근 상황을 예로 들자면, 2년 전 즈음부터 출판계에 불기 시작한 페미니즘 열풍에 맞춰 매주 새로운 페미니즘 서적을 후발 주자들이 연달아 내고 있죠. 홍수라고 할 만합니다. 자기 가치에 헌신하지 못하는 이런 추종적 출판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장기적 연결 가치를 확보할 수 없으니까요.

▲ 민음사의 '민음북클럽.' 연간 회원의 모집하며, 회원에게는 세계문학전집 일부 제공을 비롯해 여러 특전을 제공한다. 민음북클럽은 재가입률이 42%에 달할 정도로 성공적 모델로 안착했다. ⓒ민음사

출판사 정체성이 중요하다

이홍 : 장은수 대표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만, 안타깝게도 확실한 정체성을 지닌 출판사가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 IT 서적 시장은 길벗과 한빛, 영진 등의 출판사가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합니다. 이들 출판사는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만큼, 독자와 직접 소통이 가능합니다. 종교, 여행, 요리, 건강 등 특정 분야를 주로 다루는 출판사라면 브랜드 인지도를 지녔으니만큼, 북클럽이 잘 맞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실제는 쉽지 않습니다. 한 출판사의 콘텐츠 파워로는 독자의 다양한 지식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충성도를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국내 단행본 1위 출판사의 점유율 및 파워 척도가 5%를 넘지 않습니다. 작은 단위의 서포터즈 정도라면 몰라도, 효율적인 마케팅이 작동할 규모의 북클럽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출판사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을 꼽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꼭 굳이 출판사의 이름을 앞세워 북클럽을 모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러 출판사가 특정 서적이나 작가를 읽는 독서모임을 주관하는 식으로 충성 독자를 확보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이홍 : 출판사 이름으로 북클럽 멤버를 모으기보다, 저자나 특정 장르 서적을 중심으로 북클럽 회원을 모으는 게 더 쉽죠. 그 같은 우회로를 택하는 길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장은수 : <큐레이션>(최윤영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의 저자 마이클 바스카는 한 인터뷰에서 "저자를 확보한 후에 독자를 모아들이나, 독자를 모아 놓고 저자를 불러들이나 다를 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독자는 출판사보다는 저자와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저자를 중심으로 북클럽을 만드는 게 더 쉽습니다. 간단히 말해, 황금가지 북클럽보다 애거서 크리스티 북클럽이 더 쉽죠.

그러나 저자 중심의 북클럽은 저자와 장기적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과제를 출판사에 낳습니다. 저자가 떠나면 충성 독자도 함께 이탈하니까요. 출판사가 저자 관리를 어떻게 잘하느냐는 오늘날 한국출판의 주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홍 : 맞습니다. 이들 일부 사례를 제외하자면 대부분 출판사는 장르 뒤에, 저자 뒤에 물러난 상황이 현실입니다. 당장 민음사 사례만 하더라도 세계문학전집을 다른 출판사가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과연 지금의 북클럽 회원이 그대로 민음사에 남을 것인지는 따져 볼 문제입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출판사가 북클럽을 온전히 감당하기 쉽지 않다면, 복수 출판사가 연합해 북클럽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법합니다. 예전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일부 출판사 대표에게 제안한 적 있습니다. 그러나 곧장 호응하시던 분들이 시간이 지나니 시큰둥해지더군요. (웃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건질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늘 하는 푸념이지만 대한민국 출판계는 모여서 뭘 만드는 데 서툽니다.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여러 출판사에 걸친 다양한 책을 회원제로 받아볼 수 있다면 북클럽에 더 큰 관심을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엘릭시르와 북스피어, 검은숲의 장르 소설을 모두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출판사의 회원이 되는 것만으로는 만족감이 크지 않을 테니까요.

장은수 : 충분히 가능한 협업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연합 회원제 플랫폼을 고민하고, 방법론을 학습해야 하겠지만요.

서점 사례이긴 하지만, 실제 연합 회원제를 위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충주의 책이있는글터, 진주의 진주문고, 구미 삼일문고, 대전 계룡문고, 일산 한양문고 등 지역 중형서점이 동시에 북클럽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1년에 10만 원 정도를 선지급하면 매달 소설 한 권을 추천받고, 다양한 강연회 등에 참석하는 모델입니다. 아직 회원 통합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그 수준까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이홍 : 연합 회원제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복병도 있습니다. 출판사별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면, 같은 주제의 책이 중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한 트렌드가 대세가 되면 여러 출판사가 비슷한 내용의 책을 한 번에 쏟아내지 않습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고만고만한 책만 많이 나온다면, 기대만큼 연합의 다양성이 충족되지 않겠죠.

이를 극복하려면, 연합 회원체 안에서 다시금 출판사의 큐레이팅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특정 출판사 책만 회원에게 부각되고 나머지는 묻힌다면,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있겠죠. 저의 결론은요, 이런 방식이 이론적으로 논의될 수는 있어도 실제화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겁니다.

출판사 연합 북클럽, 가능할까

-말씀을 종합하자니, 북클럽은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대형 출판사나 특정 분야에서는 저자와 관계없이 독자에게 믿음을 주는 출판사가 아니면 운영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장은수 : 앞서도 말했듯, 멤버십 비즈니스를 당장 모든 출판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출판은 결국 이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펴냄)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뿐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일종의 함정"이라면서 "편집과 연결을 통해 거대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태까지 출판사는 좋은 책 만들기에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의 힘이 커졌습니다. 소비자가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매기는 별점평과 서평이 판매량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자연히 출판사보다 유통사, 즉 서점의 힘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면, 아마존이 미국의 출판 유통에서 지닌 비중이 46%에 달합니다. 아마존 움직임에 따라 출판계 전체가 휘청거립니다. 한국의 경우도 4대 온라인 서점(예스24, 교보, 알라딘, 인터파크)의 비중이 60%는 넘을 겁니다. 이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출판사의 홍보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홍보를 전적으로 서점에만 의지한다면, 서점의 요구에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이 증가할 뿐, 결국 출판사는 유통업체에 책을 만들어 납품하는 것 외에 독자가 요구하는 게 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변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독자와 습관적 관계를 만드는 게 출판사에 너무나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출판사가 직접 독자와 소통하지 않는 한, 출판사는 독자를 전혀 모르고 책을 만드는 곳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북클럽 모델은 독자와 습관적 관계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죠. 이 모델이 가능하려면 출판사가 정체성 없이 트렌드에 휘둘리는 출판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딴 출판사에서 좋은 이슈의 책을 냈다고 해서 이를 추종하는 출판사에 독자가 주목할 리 없습니다.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거죠.

출판사가 고유하고 독창적인 출판 분야를 가져야 팬이 생깁니다. 이런 의미에서 콘텐츠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매력적이고 일관된 콘텐츠가 없다면 출판사와 연결된 독자도 확보할 수 없습니다. 퍼블리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주로 체험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취재해서 발행하는 디지털 출판 모델입니다. 프로젝트를 미리 공개한 후 2만 원가량의 후원 독자를 모아들이고, 후원 독자 모집에 성공하면 비로소 콘텐츠를 발행합니다. 이 같은 프로젝트 수십 개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가격이 결코 싸지 않음에도 성공률이 큽니다. 나중에 종이책도 발행하죠. 이 모델도 일종의 유료 북클럽이라 볼 수 있습니다. 회원이 점점 쌓이면서 콘텐츠 발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고, 저자 강연, 독자 모임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이 가능하니까요.

이홍 : 계속 강조합니다만, 북클럽 모델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입니다.

북클럽 운영을 위해 신규 직원 채용이 가능한 출판사가 많지 않습니다. 자연히 북클럽 회원을 모집하면 관련 문의가 늘어나는데, 편집자가 하루 두세 통의 독자 전화만 받아도 제 업무를 못 합니다. 북클럽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만든 후가 더 문제입니다.

장은수 : 이홍 이사 지적의 핵심은 '독자와 실질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통의 질이야말로 출판사 북클럽의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출판사 규모보다 편집자가, 마케터가 독자와 얼마나 대화를 잘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가지는 출판 노동자의 이미지는 '지적이고, 조용하고, 꼼꼼하고, 혼자 일 잘하고, 책 좋아하는 사람'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본 책 지식에 더해 소셜 미디어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얼마나 다른 이와 잘 소통하는지가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네트워크 사회이기 때문에, 북클럽을 하느냐 마느냐와 별개로 이 같은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미 출판사 직원을 선발할 때에도 이러한 기준이 알게 모르게 작동 중이죠. 네트워크 사회에서 네트워크에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은 아무래도 불리하죠.

▲ 지난해 북스피어가 실시한 독자와의 만남 행사 '장르문학부흥회 한강 선상 나이트'의 한 장면. '북클럽'이라는 정형화한 제도 말고도, 출판사는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한다. ⓒ북스피어 제공

당위와 현실 사이... 새로운 노동 감당 가능할까

-물론 독자와 소통이 중요합니다만, 출판 노동자가 독자와 소통까지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출판사가 독립서점, 지역 서점과 연계해 회원제 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점은 독자와 직접 대면하는데 출판사보다 훨씬 강점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장은수 : 그 같은 모델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출판 노동자가 독자와 소통할 일이 없으리라고 보는 건 무리입니다. 이미 상당수 북클럽의 독자 강연 프로그램에 편집자나 마케터, 디자이너가 참석합니다. 당연히 독자 앞에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달변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관련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고민을 많이 했으니까, 어눌할 수는 있어도 독자와 본질적으로 어떤 소통을 해야 하는지는 대부분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상황이 되든, 출판사와 독자의 직접적 소통이 앞으로 줄어들 가망성은 적다고 봅니다.

이홍 : 당위성은 인정합니다만, 그 같은 노동량을 출판 노동자가 현실적으로 소화 가능할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도 대부분 출판사가 부족한 노동력에 허덕이는데, 출판 노동자가 기존 업무에 더해 고객 소통에까지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현실을 냉정히 짚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장은수 : 당연히 현실적 기반을 갖춰야만 가능하겠죠. 독자와 접점을 넓히는 데 발맞춘 업무 방식 개편 등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 달 후인 7월 1일부터는 주 52시간 노동이 법정 의무가 되었으니까요.

-북클럽 운영을 고민 중인 출판사가 추가로 유념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장은수 : 북클럽은 세일즈 모델이 아닙니다. 우리 책을 북클럽을 통해 더 팔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북클럽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책에 목마른 독자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마련한다는 의도를 가져야 합니다. 책을 매개로, 출판사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홍 : 아직까지 상당수 출판사의 북클럽은 '일정 연회비를 내면 책을 할인해 주고, 추가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이벤트일마다 책을 무료로 배송하는 형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독자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모델을 설계 가능하다면, 그 출판사는 차별화한 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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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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