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백신 공급과 각 개인에 대한 예방접종 시스템 정비
누가 어디서 예방접종 '서비스'를 할지, 촘촘하게 준비되어 있는가? 의료 업무 종사자와 요양시설 입소자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접종을 할 것인가? 농촌 지역의 독거노인과 장애인은? '일반인'은 전국에 흩어진 의원과 보건소를 통할 가능성이 큰데,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이 몰릴 때 지역, 기관, 개인의 순서를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인력과 시설, 장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입된 백신이 적시에 문제없이 그곳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는 사용할 수 있는 백신 상당수를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다는 점이 맹점. 몇 달 전 약간의 소동이 있었던 인플루엔자 백신과도 다른 과제다. 공항 통관부터 일선 접종 장소까지 운반과 보관이 흐트러지면 만사휴의(萬事休矣), 다음과 같은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는다.둘째, 우선순위 결정에 대한 대비
우선순위는 거시적 수준뿐 아니라 미시적 수준에서도 논란을 부른다. 그냥 가능성이 아니라 곧 닥칠 현실임을 가볍게 여기지 말 것. 이런 논란은 지금 방역 당국이 말하는 수준, 예를 들어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환자 우선"이라는 일반 지침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봄 마스크 배분 논란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 '아수라장'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1차로 50만 명이 맞을 백신이 들어왔다고 언론에 보도된 후의 상황을 상상해보라. 혼란과 그를 둘러싼 부정적 정치도 문제지만, 우리는 특히 힘의 불균형에 따른 불평등과 차별이 없기를 바란다. 의료기관에서 청소, 위생, 돌봄 등 '필수'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는 순서가 어디쯤 될까? 홈리스, 쪽방촌, 장애인, 미등록 이주민과 농어업 이주노동자 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라도 준비하는지 모르겠다.셋째, 사회적 논의, 공론화, 동의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경험한 예방접종과 가장 다른 점이다. 정책 당국이 어느 때보다 취약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경험은 말할 것도 없고 지식과 생각, 나아가 의지와 계획조차 미흡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 말한 접종 시스템과 우선순위 모두, 미리 충분히 논의하고 이해하며 공감하지 않으면 큰 갈등과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규정, 지침, 기준,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장에서 각 개인의 인식과 사회적 규범, 문화, 원리 등이 같이 작동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여기에 가까워지려면 모든 공론장을 활용해 토론하고 논쟁하며 같이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인플루엔자 백신에 빗대면,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약한 사람이 먼저라 지금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순서가 안 돌아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결국, 주도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지금 어느 정도까지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 길이 없으나, 방역 당국은 지금부터 이 세 가지 과제를 꼼꼼하게 챙길 것을 당부한다. 위쪽 어디에 보고한 'OOO 종합계획'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돌아가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백신에 대한 상황을 예측하기가 더 쉽다. 다만, 흔히 '시나리오'를 말하지만, 예상 상황을 염두에 둔 연습과 훈련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배우도 정해지지 않고 극장도 계약하지 않은 상황, 혹은 배우가 정해져도 한 번 연습도 못 한 경우라면 연극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금부터 시나리오를 다시 짜고 준비와 연습을 거듭해 백신이 도착하기 전에 리허설까지 마쳐야 한다.* '코로나19의 해'로 기록될 2020년 한 해 동안 '서리풀 논평'을 응원해주신 모든 독자에게 감사하며, 새해에도 시민건강연구소는 건강하고 안전하며 행복한 공동체를 향한 모든 이의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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