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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혼인법'? 수혜자는 이성 커플, 그리고 우리 모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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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동성애 혼인법'? 수혜자는 이성 커플, 그리고 우리 모두입니다   [국회 다니는 변호사] 생활동반자법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생활동반자법입니다. 논쟁이 있는 법안인 만큼, 법안의 취지를 알기 쉽게 잘 설명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가족의 모습은 해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2005년만 해도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했으나, 2020년 기준으로 이미 31.7%에 달했습니다. 2050년이 되면 39.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점점 비혼의 독신을 선택하는 가구수가 그만큼 늘어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사별하거나 이혼하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혼인건수나 조(粗)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어떻게 될까요? 1980~1990년 혼인 건수 40만 건, 조혼인율 10건에 육박했던 비율은 이제 최저수준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19만, 3.7건 수준입니다. 평균 초혼연령도 계속 상승하고 있고(2022년 남 33.7세, 여 31.3세로 10년전 대비 약 4.3세 상승), 이에 따라 합계출산율도 0.78로 역대 최저, OECD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OECD Fertility Rates, 1970-2022)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소멸'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대한민국 소멸의 원인을 여기서 논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현상과 즉자적 원인만 분석하자면, 남-녀 이성 간의 혼인 결합이 없으니 아이를 재생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재생산을 통해 기성세대를 부양할 인구가 소멸해가고 있는 거죠. 생존의 조건이 열악하니,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적했듯, 자아 생존을 위해 더 이상 개체수를 늘리는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여기서 소멸하게끔 방치하는 것이 맞느냐?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4대 보험,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 고갈이 2055년에 예상돼 있는데, 이후의 인구 구조를 살펴보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의 사회구조를 엎어버리지 않고서, 2055년에 연금을 받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2055년이면 7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는데, 고작 10년 정도 연금을 받고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곧 사형선고 같은 일입니다. 기존에 형성된 사회 구조를 더 이상 새로운 세대가 감내할 수 없다는 뜻으로 저는 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한 현상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인가 해체 일변도를 향해 가는 대한민국의 가족구조를 개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죠. 생활동반자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물론 생활동반자법은 가족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모두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는 존재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에 겪은 개인사로 인해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만약에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누가 나를 임종의 순간에 지킬까? 내지는 내가 인생을 마친 이후, 나와 함께한 나의 동반자(아내)는 누가 보살펴 줄까…. 온갖 상념이 꼬리를 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류 사회는 혼인을 통한 남-녀 간의 결합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개체를 보존하기 위해 이성 간의 성적 결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그 제도 속에서 모든 인간·사회관계의 틀을 인정하는 것이죠. 신분증명(가족관계), 재산관계(상속), 사회복지제도(4대 보험 등)등등. 근대사회에 이르기까지 혼인은 사회제도의 기틀이었고, 또 부모와 절연된 또 하나의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성인'으로 인정받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혼인이라는 제도는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수십년간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가 이를 맞춰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맞춰 살아가는' 것이죠.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이혼 건수가 약 10만~11만 건 정도 되고,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건수)도 1.8건 정도 됩니다. 조혼인율이 3.7건인데, 조이혼율은 1.8이라면 절반인 거죠. 그만큼 가족의 해체속도도 빠르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혼의 원인도 다양합니다. 성격 차이, 경제적 문제, 학대, 배우자 부정 등 갖은 원인이 있습니다. 혼인이라는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 보니, 결국 혼인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의도하는 바는 바로 옴짝달싹 못하는 기존의 혼인으로만 결합된 가족관계를 유연하게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민법상 혼인이라는 제도가 갖는 결합력 없이도 말입니다. 누군가 나와 생활하는 상대방이 있고, 그 상대방이 나와의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이나 가사를 공유하고 서로 부양하는 관계라면, 혼인(민법 제826조에 따르면 부부는 동거하고 부양하며 협조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그 관계를 남-녀 간의 결합이 아닌, 동성 간의 결합인 경우까지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 법이 '동성애 조장법'이라고 공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법의 본령은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해체되어 가는 가족관계 속에서 어떠한 특정의 결합관계를, 새로운 시대상에 맞게 '정상(normal)'의 틀로 간주하게끔 하자는 겁니다.
ⓒpixabay.com
사실 남-녀 간 혼인도 넓게는 시민 간의 계약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남녀 중 한 쪽이 '우리 계약합시다'라고 계약서를 들이민다면 상대방한테 비정하다고 뺨을 맞거나 실소를 당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결혼도 양 집안 간의 결합이며, 그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생활비용을 부담하며, 혼인 상대방에게 헌신하는 일종의 계약입니다. 다만 혼인을 통한 결합은 그만큼 강력하기에, 해소를 하는 경우 감정의 소요는 상상 이상입니다. 생활동반자는 그러한 혼인관계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기에, 계약을 통해 쉽게 해소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또한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라면 혼인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해 줍니다. 상대방과 합심해 재산을 형성하기도 하고,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의 양육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지요. 각자 동반자관계가 형성되기 전의 재산은 본인 고유(특유)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고, 가사의 생활비용은 서로 공동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고, '생활동반자등록부(가칭)'를 통해 국가로부터 혼인관계에 준하는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이 아플 때 병원에 가면 제일 먼저 '보호자가 누군지'부터 물어보는데, 생활동반자법은 혼인관계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회적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보험료를 절감받는다거나, 각종 재산관계에서 세금(재산세, 증여세 등)을 절감받는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생활동반자 중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상속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증여계약이 없이는 상속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혼인 상대방 배우자에게 부여하는 국가의 권리(예컨대 국민연금의 유족급여 등)를 동일하게 부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 법을 들어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법(PACS, Pacte Civil de Solidarité)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프랑스 의회가 1999년 당초 이 법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동성 커플들에게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진보정당 연합의 노력 때문이었지만, 실제로는 이성 커플들에게 더 잘 활용되는 법안이 되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민연대계약'을 맺은 커플의 90%가 남-녀 간 결합이라 합니다. 현재는 이성 간 '혼인'보다(15.4만 건) 시민연대계약의 수(17.3만 건)가 더 많다는 프랑스 통계청 통계도 존재합니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현재 OECD국가 최고인 1.83수준입니다. 이에는 이러한 진보적 사회제도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물론 다른 가족친화적 사회복지제도들이 결합되지 않고서 이 법만으로 곧바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겁니다.)
▲한국(파란색 선)과 프랑스(빨간색), OECD 평균(보라색)의 합계출산율 그래프. ⓒOECD 홈페이지
이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회혁명이 있지 않고서 대한민국의 가족 해체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이는 기존의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운 점들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 법안은 논의하기에 매우 어려운 법안이라는 것입니다. 21대 국회 이전에도 진선미 의원(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가 보수 단체들의 반발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장혜영·용혜인 두 의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들 입법자들의 용기에 힘입어 한 발짝씩 더 진보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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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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