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 연설자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으로 비하한 발언으로 비판 받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쓰레기"로 지칭하는 듯한 실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을 강조하던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은 진화에 진땀을 뺐다. <AP>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을 보면 30일(이하 현지시간)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매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쓰레기"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해 "명확히 했다"면서 "나는 누구에 투표했는지를 근거로 사람을 비판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내 경력 내내 내가 하는 일이 나를 지지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모두를 대변하는 일이라 믿었다. 내게 투표하든 하지 않든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라틴계 유권자 단체인 '보토 라티노(Voto Latino)' 주최 행사에서 지난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 유세 중 한 코미디언이 지지 연설에서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비하한 발언을 비판하며 "그곳에 떠다니는 내가 본 유일한 쓰레기는 그의 지지자(his supporters 혹은 his supporter's)다. 그의 라틴계에 대한 악마화는 부도덕하고 미국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supporters)'을 비하한 게 아니라 푸에르토리코인에 대한 비하 연설을 한 '특정 지지자(supporter's)의 라틴계 악마화'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AP>는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지지자나 트럼프를 돕는 사람을 쓰레기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쓰레기" 표현은 "메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나온 트럼프 지지자의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혐오 발언"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라틴계에 대한 악마화는 부도덕하다. 그게 내가 말하고자 한 모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발언의 맥락상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코미디언의 "쓰레기 섬" 발언을 겨냥한 것이 명확하다며 백악관 쪽 해명이 그럴듯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 일이 많고 생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문장 중간에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섬" 발언 뒤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인들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명하는 등 라틴계 유권자들의 분노에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쓰레기 수거차까지 준비해 적극 공격에 나섰다. 미 CNN 방송, <AP>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쓰레기 수거차에 환경미화원과 유사한 복장을 하고 올라타 바이든 대통령이 "2억5000만 명을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는 푸에르토리코를 사랑한다"고 했다. 미 ABC 방송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조 바이든이 결국 그와 카멀라(해리스 부통령)의 우리 지지자들에 대한 진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들을 쓰레기라고 불렀다"며 "조(바이든 대통령)와 카멀라에 대한 내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미국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선거캠프는 지지자들에게 "당신은 쓰레기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모금 독려 이메일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으로 "쓰레기 섬" 발언 뒤 화색이 돌던 해리스 선거캠프는 찬물을 맞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오랜 기간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한 짐 맨리가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선거일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해리스 캠프가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대통령이 말하고자 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설명하는 데 써야 하는 건 엄청난 좌절감을 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여성 유권자 및 온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낸 리즈 체니와 함께 선거 유세를 펼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더구나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막바지 메시지로 통합을 강조 중이다. 이달 중순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부의 적"발언을 꼬집는 대응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쓰레기" 발언이 나온 29일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 인근 유세에서 이번 선거가 자신의 "할 일 목록"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적 목록"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분열, 혼란, 상호 불신에 휩싸였고 간단한 진실을 잊기 쉽게 됐다. 이런 식일 필요는 없다"며 "새 장을 넘길 때"라고 했다.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합주 위스콘신을 찾은 해리스 부통령은 젊은층에 구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이날 위스콘신 매디슨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기후 위기, 학교 총격 등 젊은층이 마주한 위기를 열거하고 "나는 여러분의 세대를 사랑한다. 여러분을 사랑한다"며 "나는 여러분의 힘을 보고 있고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처음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에게 이걸 들려 달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은 "전문가, 내가 내리는 결정에 영향을 받을 이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귀 기울일 것"이라며 통합도 강조했다. 한편 초접전 상황에서 경합주가 승패를 가를 전망인 가운데 경합주 일부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고 있다는 새 여론조사가 나왔다. 지난 23~28일 경합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된 CNN과 SSRS 공동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에서 지지율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3%)에 앞섰다. 위스콘신에서도 51% 지지율을 얻어 45% 지지율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섰다. 펜실베이니아에선 두 후보가 동일하게 48% 지지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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