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로 불거진 '윤석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친윤계가 "위법은 아니"라며 일제히 방어에 나섰다. 특히 친윤계 강명구 의원은 윤 대통령이 명 씨와 공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두고 "대통령께서 박절하지 못하신 분이다 보니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해당 육성 녹음이 공개된 데 대해선 친윤계 내에서도 "뼈아픈 대목"이라고 평가하는 등 당확한 기색이 비쳤다. 당 일각에선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등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친윤계 강명구 의원은 1일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 씨 간의 통화 녹음에 대해 "대통령께서 박절하지 못하신 분이다 보니까…. 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시다"라며 "(명 씨가) 막 다그치고 하시니까 그냥 좋은 의미로 말씀하신 사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해명과 같이, '실제 공천 논의가 아닌 인사치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음에선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라는 윤 대통령의 육성이 확인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 그러나 강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공관위에 대한 당무감사가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거듭 "정확하게 박절하지 못하셔서 이래저래 그냥 좋은 게 좋다고 얘기하시는 과정 속에서 만약에 나온 거면 아무 문제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국방송(KBS) 신년특별대담에서 당시 논란이 된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명품가방 수수의혹'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해명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야권으로부터 '사태를 회피한다'는 취지의 평가를 받은 같은 방식의 언어가 이번엔 여당 의원이 윤 대통령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셈이다. 이날 친윤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은 명 씨와 공천 논의를 하지 않았으며, 통화 당일이 대통령 취임 이전이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맞춰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통화내용이 '법률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로 집중 방어에 나섰다. 강 의원은 특히 "사적으로 전화받는 그게 어떤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금 온 나라가 난리를 쳐서 그렇지 전화받을 수 없는 게 아니잖나"라고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의 녹취 공개를 두고도 "공당의 원내대표께서 일종의 앞뒤 다 자른 녹음파일을, 짜깁기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사자의 어떤 허락도 없이 그냥 공개해버렸다"며 "정말 나쁜 수법이고, 이게 파렴치한 범죄수법일 수도 있다"고 역공을 폈다. 또 그는 녹취 공개가 이날 진행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맞춰 동시에 진행됐다며 "전형적인 국감을 앞둔 기획폭로"라고 주장했다.
친윤계 지도부인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국회 국정감사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 전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을 인용하며 "현재 (당의) 입장은 그렇다",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사인과의 공천 관련 이야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법률적 문제는 없는 사안이고 녹취도 일부 짧게 나온 상황이라 전체(에 대해) 정확히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황을 좀 더 볼 것"이라고만 했다. 법사위 간사 유상범 의원 또한 이날 국감대책회의 모두발언으로 "2022년 5월 9일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고 대통령 인수위법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원도 아니어서 공무원 의제 규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공무원의 당내 경선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상 저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유 의원은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30년 지기 친구 당선이라는 사적 소원을 이루기 위해 청와대 직원을 동원하지도, 경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하지도,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려고 한 적도 없다"며 민주당 측에 역공을 펴기도 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첫째 하나는 재직 중의 행위가 아니"라며 "두 번째는 이게 선거법 위반 행위냐 라는 데 대해서 대통령이 공천에 관해서 의견을 제시한 것 자체를 선거법상의 선거 기획 행위에 해당되느냐 라고 볼 때 저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 또한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도와줬던 분들한테 매정하게 전화를 안 받거나 그럴 수도 없고 그러니까 다 받고 받을 수 있는 만큼 받고 또 좋은 얘기도 하고 고맙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기억이 있는데 대통령이야 더하실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이 박절하지 못했다'는 강 의원의 해명에 발을 맞췄다. 그는 윤 대통령이 통화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그 당시에는 우리 정치권의 사람들도 많이 모르고 또 공천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아직은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세세하게 잘 모를 때 아닌가"라며 "정치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돼서. 그래서 그냥 자기 의견을 얘기했을 정도"라고 했다.
다만 앞서 명 씨와의 관계단절을 주장했던 윤 대통령이 실제로는 명 씨와 직접 통화를 주고 받은 것이 드러나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이 어그러진 데 대해선 친윤계 내부에서도 당혹감을 내비쳤다. 김 최고위원은 "좀 놀란 측면이 있다", "뼈아픈 대목"이라며 "앞으로 또 무슨 흉흉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또 얼마나 놀랄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그런데 문제는 해명한 것이 앞으로 또 사실관계가 달라질 때 그러면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사실관계를 알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그 점을 제가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확언을 피했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관계가 얼마나, 어느 정도로 이어졌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니, 당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기도 곤란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의원 또한 명 씨와의 관계단절을 주장한 대통령실의 앞선 해명과 관련 "기억의 부정확성", "기억의 오류"라고 두둔하면서도 "해명이 잘못됐다. 이거는 인정을 해야 된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굉장히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 든다", "(대통령실의 해명도) 궁색해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나온 대통령실의 해명을 두고 "해명이 좀 이상하다", "대단히 설득력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당 사태와 관련,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위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두고도 "인식이 되게 안일하다. '이거 별 문제 아니다' (라고 하는데) 이게 왜 별 문제 아닌가. 엄청난 문제다"라며 "이 문제에 만약에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방식으로 우리 당이 간다 그러면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야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진 전 의원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지지도 저조 현상을 언급하며 "대통령 본인도 참모진도 지지율이 20% 초반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민심을 보면 대통령 부부가 많이 미운 것"이라며 "겸양하고, 조심스러워하고, 민심을 두려워하는 자세와 모습이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에 이것(윤-명태균 통화녹취)보다 더한 것이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모른다"며 "참고 기다리고 매를 맞으셔야 한다. 더 기다리고 더 매를 맞고 더 모욕을 당하시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나서 국민들 앞에 '송구하게 됐다'(라고), 절실하게 간절하게 국민들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말씀을 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한동훈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간 '민심',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가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에 보일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엔 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이 해당 의혹과 관련 "당무감사를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한 대표는 당일 기자들이 쏟아낸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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