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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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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없다" [제주2공항을 반대한다] '세계 평화의 섬'에 공군기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수조 원의 혈세를 들여 제주 제2공항의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제2공항의 필요성이라든가 이에 관한 자료의 은폐와 조작, 도민공론화를 무시한 추진 과정 등은 지난 4대강 공사의 판박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시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작가들이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해서 <프레시안>에서는 작가들의 릴레이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며칠 전 학술대회 발표차 제주에 다녀왔다. 상경하기 전 제주시 동문시장에 들러 해산물을 샀는데, 내용물이 담긴 비닐봉지에는 '평화의 섬 제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시장을 거닐면서 살펴보니 관광객들의 손에 들린 선물꾸러미 봉지는 동일했다. 시장의 모든 제주 특산물들은 '평화의 섬 제주' 비닐에 넣어져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어찌해서 제주가 평화의 섬인가. 기실 제주인들 내면에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질서가 깨졌을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면면히 전해져 왔다. 두려움을 배태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원(元)·명(明) 교체였다. 삼별초 항쟁을 제압하면서 몽골은 제주도의 지정학적 가치에 주목했던바, 원은 제주를 직할령으로 삼아 고려·남송·일본 견제의 발판으로 삼았다. 탐라가 고려에 복속된 지 50여 년 만이었는데, 제주에서 다시 탐라의 이름을 되찾은 직할령 기간은 10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이때 원은 선진 목마 기술을 전수하여 제주를 제국 14대 목장 가운데 하나로 키우기도 하였다.

▲ 제주도 동문시장에서는 판매하는 물건을 '평화의 섬 제주'가 새겨진 비닐 봉투에 넣어서 준다. ⓒ홍기돈
사건은 원이 몰락하면서 벌어졌다. 원의 뒤를 이어 강자로 떠오른 명은 제주의 소유권을 주장하였다. 원으로부터 큰 수모를 당해왔던 고려 공민왕이 탐라/제주를 탐탁지 않게 여겼음은 물론이다.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었으니 탐라인들 사이에는 원나라를 지지하는 세력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민왕은 최영으로 하여금 2만5600명의 정예군을 전함 314척에 나누어 태워 탐라/제주 토벌에 나서라 명하였다. 최영의 출정은 제주인들의 대량 살육으로 이어졌으니, 역사책에는 칼과 방패가 바다를 뒤덮고 간과 뇌가 새별오름 일대의 땅을 가렸다고 전하고 있다.

두려움을 배태하게 된 두 번째 사건은 일제 말기에 벌어졌다. 일제는 제주도 서쪽 대정 지역에 군사 시절을 구축해 나갔다. 예컨대 화순항은 일본군의 군사 물자가 들어오고, 관동군이 입항하는 해군 기지로 활용되었다. 1926년 공사가 시작된 '알뜨르 비행장'은 1930년대 중반 완성되었다. 당시 폭격기가 주유할 수 있었던 연료의 양은 한정되어 있었는데, 알뜨르 비행장에서 출격했을 때에는 상하이·난징까지 폭격하고 귀환할 수 있었다.

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미국이 일제의 군사적 요충지를 먼저 타격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944년부터 미군은 화순항에 B29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제는 제주도민 전체를 한반도로 이전시키기로 논의하였다. 제17방면 일본군과 제58사령부가 제주도를 마지막 저항의 거점으로 삼아 전쟁을 이어가기로 했던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한 작전이 수행되기 이전에 일제는 원자폭탄을 맞아 패망하였다. 덕분에 제주도는 불구덩이로 화하는 운명에서 비껴날 수 있었다.

그러한 까닭에 제주에서는 '평화의 섬' 지정에 관한 논의가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다시는 제주도가 전쟁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졌던 것이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던 '평화의 섬' 논의는 2000년 제주도 개발특별법 개정안에 최초로 반영되었다. 이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로 계승되었으며, 노무현 전(前)대통령은 2005년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 지정하였다. 그러니까 제주 특산물을 싼 비닐봉투의 '평화의 섬 제주'라는 문구는 나름의 역사와 교훈 위에서 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집요해지고 있다. 용산에 있던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였고,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였으며,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였다. 그리고 이제 제주 제2공항이다. 2017년 정경두 당시 공군참모총장(현 국방부 장관)은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의 '2019~2023년 국방중기 계획'에는 공군기지의 명칭만 바꾼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창설 계획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정의당에서는 "제주도에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온다면 제주도 전역이 군사기지화 된다"며 "미국의 공군 전략자산까지 들어오면 미중 패권경쟁의 한복판에 들어선다고"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치자 국토해양부, 국방부, 제주도는 2009년 4월 27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눈가림용에 불과하였고, 결국 제주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박찬식

제주도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가 없다. 세계적 권위의 공항 엔지니어회사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서는 기존 공항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장 저렴하고, 현실적이며, 실용적" 대안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현 제주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교차 활주로로 이용하는 한편, 몇 가지 개선사항을 실행하면 제기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자신들이 ADPI에 사전타당성 용역을 발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답변이 아닌 까닭에 모른다, 없다, 폐기하였다면서 'ADPI 보고서'를 3년 반 동안 은폐해왔다.

어째서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하는가. 명확한 이유는 없다. 당위 명제인 양 건설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과 흐름만이 있을 따름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공군기지로 활용될 제2공항의 운명을 떠올리고, 또한 제주의 미래를 우려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주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 공군기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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