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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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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얼마든지 가능하다 [긴급기고] 충격적인 '토지소유 불평등'과 그 해결책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주도적으로 결성한 '헨리 조지 연구회'의 주요 멤버인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15일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토지소유 현황통계가 공개되자 이번에야말로 위헌 시비를 피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프레시안>에 긴급 기고문을 보내왔다.

전 교수는 "토지공개념이라는 말만 들어도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수용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다음은 전강수 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편집자>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정책 가능하다"**

7월 15일 행정자치부는 우리나라의 토지소유 분포 통계를 공식 발표했다.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989년 <토지공개념 위원회 연구보고서>에서 단 한 차례 이와 유사한 통계가 공개된 적이 있지만, 그것을 정부 발표의 공식 통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보 공개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정부 통계는 획기적인 일이라 할만하다.

예상대로 토지소유의 편중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편중도는 사유지 중 개인 소유 토지를 대상으로 계산됐는데, 2004년 말 현재 면적 기준으로 총인구의 상위 1%가 51.5%(가액 기준으로는 37.8%)를, 상위 5%가 82.7%(가액 기준으로는 67.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위 100명의 땅부자들이 1인당 평균 115만3000평(가액으로는 평균 51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0.45배에 해당하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왜 토지소유의 편중도가 이토록 높아졌을까? 단적으로 말해 그것은 토지소유가 가져다 주는 높은 수익성, 즉 토지 불로소득의 존재 때문이다. 토지를 사서 일정 기간 동안 팔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돈이 있으면 땅을 사두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토지와 부동산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토지공개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던 1990년대 전반을 제외하면, 한국 정부가 토지 불로소득 문제에 제대로 대처한 적은 거의 없다. 토지 불로소득을 해소하는 데 가장 좋은 정책 수단으로 알려져 있는 토지보유세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역대 정부 중 몇몇은 보유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금까지 그 공약을 제대로 실천한 정부는 없다.

요즈음 참여정부는 토지 불로소득의 환수라는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내비치고 있다. 이번에 토지소유 분포 통계를 공개한 것도 그와 같은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처럼 전에 없이 확고한 태도로 부동산 정책에 임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또 한번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정책 의지를 법제화·정책화할 수 있을까? 단순히 부동산 세제 개편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어려울 것 같고, 부동산 정책의 근본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토지의 공공성을 구현하되 시장원리를 침해하지 않는 정책 방향이 있다면 그것은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참으로 적절할 것이다.

***"패키지형 조세개혁과 개발이익 환수가 대안"**

여기서 필자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제도란, 토지가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측면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토지가치에 비례해 사용료(즉 세금)를 납부하게 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은 감면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사상적 뿌리는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가치세 내지 토지단일세에 닿아 있다. 토지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제대로 징수하기만 하면 토지 불로소득은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제도를 이야기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1990년대의 토지공개념 제도가 위헌 내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토지공개념 제도가 위헌 내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위헌 혹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던 것은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아니라 택지소유상한제나 토지초과이득세 등 90년대 토지공개념 제도가 채택한 잘못된 정책 수단들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토지공개념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첫째로, 토지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건물세, 거래세, 부가가치세 등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을 실시하고, 둘째로 개발이익 환수장치의 정비·강화를 통해 국지적·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부동산의 소유나 처분을 국가가 직접 규제하지 않으며, 유휴토지라고 해서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지도 않는다. 부동산의 거래를 제한하지도 않고 거기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지도 않는다. 이런 사실들과, 세금과 정부 개입을 극도로 싫어하는 밀턴 프리드먼이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불렀던 토지보유세의 장점, 그리고 다른 세금 감면의 효율성 제고 효과 등을 동시에 고려하면, 이 제도는 확실히 시장친화적이다.

때마침 민주노동당이 토지공개념 제도의 전면 재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유 제한과 같은 반시장적인 정책을 포함시키고 있는 점은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정부가 토지소유 분포 통계를 공개한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오랜 숙제를 해결하고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보고 싶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소득세의 실거래가 과세, 개발이익 환수장치의 정비·강화 등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들은 모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제도라는 틀 속에 넣어서 논의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토지공개념에 대한 거부감이 약간의 장애물로 작용하겠지만, 기득권층의 방해를 극복하고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는 데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번 통계는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좀 더 충실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정도만 제안하겠다.

우선, 한 해의 편중도뿐 아니라 매년도의 편중도를 공개해야 한다. 또 개인 사유지뿐 아니라 사유지 중 법인과 기타 단체가 보유하는 토지의 소유 현황도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다 토지 불로소득의 크기도 추산해 그 결과를 공개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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