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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성장 전망…'윗목'에도 온기 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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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성장 전망…'윗목'에도 온기 퍼질까? [이봉현의 경제스케치] 국민 실질소득에 관심 둔 정책을
연말이면 힘들었지만 한 해를 열심히 살아 온 사람들은 "새해에는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겠지" 하며 희망을 걸어보게 된다.

정부나 민간 경제연구소도 이맘 때쯤 내년 전망을 내놓는다. 요즘 나오는 전망 보고서는 희망의 농도가 다소 높아져 다행이다. 수출액이 달마다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주가지수가 1300을 지나 '신천지'를 열어가는 분위기에 걸맞다. 소비와 투자 같은 내수가 오랜 침체를 털고 성장을 이끌게 돼, 수출 혼자 분투하던 지난 몇 년에 비해 경기회복세가 강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내년 "내수 중심", "주행 단계", "골디록스 국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지 않는 가운데 내수가 성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현대증권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 증가해 경기확장 기조가 지속되는 '주행(Driving)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증권은 "2007년까지의 흐름을 고려할 때 물가안정 속에 안정적 성장이 이어지는 '골디록스(Goldilocks,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지 않은 스프처럼 조화로운 경제란 뜻으로, 동화에서 유래한 말) 국면'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이번 주(6일)에 내년 경제 전망을 내놓는데, 무엇보다 성장률이 관심이다. 한은 정규영 조사담당 부총재보는 "박승 총재가 몇 차례 밝힌 대로 경제가 내년에는 5% 정도 성장해 잠재성장률(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최대 성장률)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한 성장에 진력이 난 국민들에게 내년에 5%대 성장이 회복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성장률이 좀 높아진다고 해서 형편이 풀리겠느냐"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수출이 아주 잘 되고 기업이익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지만 고용이나 소득은 늘지 않고 장사도 잘 되지 않는 일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게 엄살이 아닌 것은 요즘 나온 몇 가지 지표로도 확인된다. 생산은 늘어도 소득은 별로 늘지 않고, 늘어나는 소득마저 일부 고소득 계층에 편중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쓰지 않고 해외에 나가서 쓰는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전체 생산을 보여주는 3분기 GDP는 4.5% 늘어 지난해 3분기(4.7%) 이후 가장 높게 올라갔다. 반면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말해주는 실질 국민소득(GNI)은 고작 0.1% 늘어났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GDP는 2.7%와 3.3% 증가했지만 GNI는 0.5%와 0.0%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올해 국민들의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음(+0.2%)을 했다. 일을 열심히 해서 뭔가를 만들어낸 건 많아졌는데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은 거의 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는 반도체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 가격은 하락한 반면 우리가 전량 수입해야 하는 석유의 국제가격은 크게 올라(교역조건 악화), 올해 들어서만 32조8600억 원의 실질 무역손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소비하거나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 쓰였어야 할 막대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고용 효과나 후방연관 효과가 낮은 정보통신 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데에다 교역조건마저 이렇게 악화되니 기업이 투자를 하면 고용이 늘고, 이어 가계소득과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의 굴렁쇠가 잘 구르지 않게 된 것이다.

***체감경기도 좋아질까?**

그나마 조금 늘어나는 소득도 상위계층 위주로 편중돼 중산층 이하 국민의 구매력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맴돌게 된다. 노동부가 최근 5인 이상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 37만 명을 조사해 내놓은 임금소득 지니계수(소득불평등을 재는 지수)를 보면 1998년 0.280에서 2002년 0.305, 2004년 0.314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상위계층의 임금상승률이 하위계층보다 높아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얘기다.

최근 상위 소득계층은 소비를 다소 늘리며 전체적인 소비확대를 주도하고 있지만, 유학이나 여행 등의 해외소비 역시 빠르게 늘고 있어 '소비가 소비를 낳는' 연쇄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3분기 중 해외소비(명목)는 지난해에 비해 30% 늘어난 약 3조8000억 원으로 전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이르렀다. 신용카드 해외사용액도 분기당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과거 1970년대 이후 지속되던 4년 주기가 깨지고 2년 만에 부침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수출과 소비의 균형이 깨지면서 성장의 온기가 윗목으로 퍼지기도 전에 아궁이의 불이 꺼져버리곤 했던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억지로 만회하려다 가계버블 같은 오류도 범했다. 올해 들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시 빨라지더니 3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 8% 증가했다. 국민들이 다시 빚을 내거나 저축을 헐어 쓰는 통에 내수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냐는 경각심도 이래서 일어나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달 "체감경기가 회복되려면 앞으로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나라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면서 우리 경제는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중소기업과 대기업, 전통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멈춰선 엘리베이터 앞에 '고장'이라고 써 놓기보다는 '수리 중'이라고 써 놓는 것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이기는 하다. 그리고 성장률이 높아지기만 하면 당장 체감경기가 좋아질 것처럼 말하기보다는 5년 정도 더 고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솔직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뜨뜻한 방에서 허리를 쭉 펴본 일이 없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그래서 당국이 성장률 수치가 얼마로 올라갔다고 만족하기보다는 국민의 실질소득에 더 관심을 갖고 정책을 펴주기를 원한다. 이번에는 윗목에도 온기가 도는 경기회복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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